이전 아티클에서 고객 구매 주기 측정이 고객 관리의 출발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걸 하기 위해서는 고객별로 구매 내역을 데이터로 확보하기 위한 멤버십 구축이 필요한데요. 주문을 발생하는 고객이 각각 누구인지 식별하고 식별할 수 있는 멤버십 고객의 비중을 전체 주문 중에서 늘리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이제는 정말 이걸 토대로 하나씩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액션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는 충성 고객의 구매 주기를 단축시키는 것입니다. 더 자주 와서 조금씩 더 많이 사게 만드는 게 사업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데요.
신규 고객보다 기존 주문 고객이 한 번 더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쉽다고 지난 아티클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신규 고객을 대대적으로 모은다고 해서 그 고객이 잔존하는 것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도 아래 다른 아티클을 통해 말씀드렸습니다.
플랫폼에서 여러 브랜드의 고객 관리 정책을 처음 접할 때 제 눈에 가장 신기하게 보였던 것은 브랜드별 고객의 구매 전환율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높은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브랜드와 이제 시장에 신규로 진입해서 소수의 고객에게 주문 경험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가 일반적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하게 되면 두 브랜드의 구매 전환율은 큰 차이가 나는 게 대부분입니다.
누구나 신뢰할 만하고 알만한 브랜드의 할인과 신뢰할 수 없는 브랜드의 할인에서 우리 신뢰하는 브랜드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게 보통입니다.
할인의 폭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플랫폼에서 대형 브랜드의 ROAS가 소형 브랜드보다 탁월한 주문량으로 인해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플랫폼 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마치 승자 독식으로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누가 이 프로모션을 통해 주문했는지 세부적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라고 해도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은 유사한 수준의 구매 전환을 보인다는 것이죠.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나 아주 작은 브랜드나 그 브랜드를 더 자주 구매한 고객이 프로모션을 접했을 때 주문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프로모션 배너를 같은 위치에 보인다든지, 고객 랜딩 시 팝업을 같은 위치에 보이게 한다든지, 쿠폰을 발행하는 프로모션을 할 때 전체적으로는 대형 브랜드의 효율이 높지만, 각 브랜드별로 주문을 이미 여러 번 한 경험이 있는 고객의 효율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큰 브랜드도 단골 고객이 있고 작은 브랜드도 매니아가 있습니다. 단지 그 규모가 다를 뿐이죠. 큰 브랜드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주문한 고객이 100만 명이라고 한다면 작은 브랜드는 그것의 10%, 1% 수준에 그칠 뿐입니다.
이런 고객들은 한 번 주문 경험 이후 해당 브랜드에 대한 만족이 있는 고객입니다.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죠. 결국 브랜드에서 CRM을 한다는 것은 이 고객이 누구이고 이 고객이 선호하는 서비스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이 고객과 유사한 고객을 더 유입시켜 충성 고객의 숫자를 늘려나가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충성 고객은 가만히 두어도 주문할 고객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할인 등 프로모션 없이도 만족한다면 계속 탄탄한 매출을 만들어 주는 Organic 한 주문을 만드는 고객인데 굳이 여기에 돈을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국내외 커머스에서는 이미 주문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 같은 상품의 판매가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더 비싼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충성 고객 입장에서는 화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성 고객은 한순간에 이탈해서 돌아오지 않게 됩니다.
이에 기업은 충성 고객의 주문 주기를 단축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충성 고객에게 오히려 비용을 더 쓰는 관점이죠. 어떤 카테고리의 평균 구매주기가 30일에 1회 주문하는 것이 업계의 평균이고 이 브랜드는 카테고리 내 제품의 특징으로 충성 고객 기준으로 평균 구매 주기가 40일에 1회 주문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 몇 달간 유사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면 이 회사는 이 구매주기를 며칠이라도 더 단축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구매주기를 더 단축시키는 것이 단위 기간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렇다면 가장 구매 확률이 높은 기존 고객, 충성 고객에게 더 자주, 며칠이라도 더 자주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 유인을 제공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마다 구매주기가 다 다르기에 고객별로 다음 구매할 시점보다 조금 더 앞에 쿠폰 등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는 어떤 카테고리냐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수나 화장지처럼 특정 기간에 소비를 더 많이 하기 어려운 상품은 이런 방식으로 충성 고객의 구매 주기를 단축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공연, 외식 등의 카테고리는 고객의 소비 수준이 일정하다면 더 자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자주 사게 만드느냐, 더 비싼 신제품을 사게 만드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기존에 40일에 1번 주문하는 고객에게 30일을 목표로 30일 시점에 쿠폰을 발행하고 노출하고, 50일에 1회 주문하는 고객에게 40일 시점에 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고객의 습관성 구매를 더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습관성 구매가 지속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제품의 선택지를 두는 것은 물론입니다. 과일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단골 고객을 더 자주 구매하도록 만들려면 할인도 물론이지만, 같은 과일을 계속 주문해서 질리지 않게 다양한 구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한 작업일 테니까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고객이 기존에 구매하던 주기를 고객별로 줄여나가는 과정을 통해 단위 기간의 매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과 별도로 마케팅 비용이 발생했고 고객은 프로모션에 학습되기 시작했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고객 중 일부는 이제 할인을 기다리면서 할인이 없다면 주문하지 않을 수 있죠.
일정 기간 발생된 마케팅 비용이 향후 계속 필요할 수 있고 이제 프로모션을 만들 때 비용대비 매출 효과가 극대화되는 프로모션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더 적게 비용을 들여서 고객이 느끼는 만족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죠.
3,000원 쿠폰을 발행하는 것보다 단가 2,500원의 굿즈를 테마만 바꾸어서 주는 게 주문 상승에 더 도움이 된다면 굿즈를 정기적으로 만들면서 마케팅 비용을 극대화하고 신규 고객 증가와 기존 고객 구매 주기를 단축시키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 전반에는 정밀한 측정과 예측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패턴이 계속될 수는 없죠. 고객은 어느 순간 질려버리기도 하고 처음에 크게 느꼈던 혜택을 이제는 당연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경쟁 브랜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더 이상 특별함을 고객에게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같은 효과와 효율이 계속되는지를 매번 측정하고 피드백하면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때라도 계속해서 어떤 순간과 추세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죠.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