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경험을 귀납적, 연역적으로 활용하기
1.
일을 하다 보면 경험의 유무가 과정과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때가 있다. 경험이 있으면, 어느 곳을 보완해야 하는지,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전적 지식 같은 경우는 검색 특히 요즘은 chat-gpt를 이용해서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지금도, 경험의 유무는 여전히 중요하다.
2.
경험은 중요하지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하나의 과거 경험만으로 현재의 일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chat-gpt의 등장을 봐도 그렇지만, 스타트업, 프로덕트, 비즈니스에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변화가 빠르다는 건, 과거에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과거에 틀린 게 지금은 맞을 수도 있고.
3.
과거 경험이 현재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할지 아니면 유효하지 않을지 모르기 때문에, 과거 경험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그래서 과거 경험을 현재 시점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흡수하면서, 현재에도 경험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4.
과거 경험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귀납적으로, 또 연역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귀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과거의 여러 경험들을 엮어서 하나의 상위 개념을 뽑아내는 것이다.예를 들어 프로덕트에 단일 결제 시스템(payment)을 도입하는 경험과 반복 결제 시스템(billing)을 도입하는 경험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경험을 두 번 한 것이다.
5.
이 두 번의 경험을 통해 결제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결제 방법에 상관없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때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통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는 수도 없이 많겠지만, 간단하게 ‘결제가 완료되면 고객한테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야 한다’는 예시를 뽑을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경험들을 나열하고 그 경험들에서 공통되는 상위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경험을 귀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6.
이렇게 여러 개의 과거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의 상위 요소를 찾았다면, 이를 바탕으로 현재 해야 하는 것들을 도출하는 것이 경험을 연역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앞선 예시를 계속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다수의 결제 도입 경험을 바탕으로 ‘결제가 완료되면 고객한테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야 한다’는 중요한 상위 개념을 도출했다면, 이를 통해 현재 해야 하는 구체적인 업무와 논리를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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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기 위한 인앱 푸시 개발, 카카오톡 혹은 문자 연동, 알람 센터 개발,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문구 작성, 디자인 등의 업무를 도출할 수 있다. 또 결제 도입과 관련해서 알림 관련 업무를 왜 해야 하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알림이 없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경험을 통해 얻은 상위 개념을 바탕으로 해야 할 일과 배경을 도출해 낼 수도 있지만, 현재 시도해 볼 만한 가설을 세울 수도 있다.
8.
과거의 여러 경험들만을 귀납적으로, 연역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현재 하고 있는 경험과 새롭게 얻은 지식을 과거 경험들과 또 엮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나가면서 이를 귀납적으로, 연역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9.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감각의 알맹이가 무엇인가에 관해 제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구체와 추상의 왕복운동’입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경험을 귀납적으로, 연역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책에서 말한 대로 구체와 추상을 오가며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사실 저 책을 한참 전에 본 뒤 지금에서야 경험을 귀납적으로, 또 연역적으로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10.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 책을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경험에 적용해도 맞는 말이다. 경험을 안 한 것보다, 하나의 경험만을 정답으로 여기는 태도가 더 위험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경험을 귀납적으로, 연역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으니까.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