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D 사이의 C
JYP엔터테인먼트 23년 1분기 실적 발표
TL:DR
-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는 23년 1분기 1,180억(YoY 74%)의 성과를 냈습니다.
- JYP엔터는 가수/아이돌 중심으로 사업 집중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멀티 레이블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리스크 분산을 했던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 동시에 신사업을 진출할 때도, 자신들의 IP자산을 충분히 활용하는 MD사업 등으로 확장하면서 집중된 분산이 무엇인지 보여줬습니다.
지난 16일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컨센을 대폭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루동안 주가가 20% 넘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엔터주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서, JYP 엔터테인먼트는 성장세도 놀랍지만, 기업 경영 관점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기업이라고 느끼고 살펴봤습니다.
실적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매출액은 1,180억으로 작년 1분기 대비 YoY 74% 상승했습니다. 이것도 놀라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배 이상 성장하는 정말 ‘미친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JYP의 성장세는 집중과 분산의 미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HYBE 등장 이전 엔터 3강으로 불렸던 SM, YG, JYP는 모두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및 연예인 운영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 이외에도 게임 개발, 골프장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다각화합니다.
반면, JYP는 2019년 하반기부터 배우사업마저 정리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앤피오(npio)와 공동 운영하는 체제로 변경하면서, 연기자보다 아이돌 사업에 집중합니다.
그렇다면 왜 배우 사업을 정리했을까요? 우선 가수 분야와 배우 분야는 투자는 유사하지만, 가수 분야가 매출 측면에서 유리함을 가집니다. 일단, 배우로 매출이 발생하려면 선택을 기다려야 합니다. 반면, 가수로 매출은 기획사에서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23년 하반기 영화, 드라마의 트렌드가 ‘마동석 장르’의 영화라면 송혜교, 임지연 같은 뛰어난 배우도 일이 없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가수라면 특별히 공백 없이도 2,000만 원 정도로 디지털 싱글을 준비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연예인 관리를 위한 비용은 지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가수 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배우사업을 정리한 2019년의 영업이익률은 28%로 2018년 영업이익률 23.0%보다 5%pt 높게 상승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집중과 효율화만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박진영 PD는 3조 원의 기업가치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멀티 레이블입니다. 직장인들이라면 기능별 조직을 사업별 조직으로 변경했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사업을 조직 전체가 소화하는 기능별 조직의 형태였다면, 사업별 조직은 각 부서에서 분권된 형태를 가지면서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업별 조직과 같은 멀티 레이블은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요? 바로 아티스트의 컬러를 유지하고, 동시에 꾸준한 활동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특히 기능별 조직에서 만약 특정 가수의 컴백이나 데뷔를 앞둔 경우라면, 다른 가수의 활동에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멀티 레이블은 이런 병목이 상대적으로 최소화되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 발생과 함께 팬덤의 활동을 유지시키는 것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2023년 1분기 음반 매출을 살펴보면, 트와이스 178만장, 스키즈 93만장, 엔믹스 68만장 등으로 합산 366만장을 판매하고 407억원(YoY 66.3%)의 매출을 발생시켰습니다. 교보증권 리포트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소속 아티스트들이 비교적 일정하게 앨범 판매 및 콘서트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가수에만 집중한 것 같지만, 그 가수를 담당하는 조직을 분산시키면서 JYP엔터는 집중과 분산의 조화를 절묘하게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을 다각화하는 것도 성공합니다. 2018년 1분기의 경우, 국내 시장이 65%로 비교적 편중된 매출을 발생시켰다면, 2023년 1분기의 경우 국내 시장의 비중은 42%로 줄어들었으며, 북미/기타 시장의 비중을 34%까지 올리는 등 시장을 다각화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저희 또래에게는 JYP엔터가 당시 국내 대장 원더걸스를 통한 미국 진출에 실패했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호되게 당했음에도 JYP엔터는 꾸준하게 글로벌 시장 다각화를 시도했고 성공합니다. 우선 그룹 내 아시아 가수들을 포함시키면서 일본, 중화권 등 아시아 시장의 매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킵니다.
안정적인 아시아 시장을 바탕으로 JYP엔터는 북미에 법인을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실패를 바탕으로, 북미 최대 음악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Republic Records)와 전략적 협업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 결과 트와이스는 리퍼블릭 레코드와 함께 빌보드 200 3위, 7회 공연의 북미 투어를 모두 매진시키는 괄목할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데뷔한 가수들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선발부터 공개까지 진행하면서 현지 아이돌로 키우는 등 작업을 진행합니다. 정말 극단적으로 K-pop보다 해외에서 J-pop과 같은 현지 음악이 더 떠오르는 경우에도, 현지 아이돌을 토대로 꾸준한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만 진행한 것은 아닙니다. JYP 엔터테인먼트는 어닝 서프라이즈에서 JYP360(자사 MD몰) 매출 152억원, IP라이센싱 로열티 매출이 195억원을 발생시켰습니다. 앞서 배우 사업을 정리 후, 그들이 보유한 아이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판을 깔았던 것도 유효하다고 보입니다. 아이돌의 가치 상승이 IP, MD 등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하는데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이들의 MD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JYP의 MD사업은 JYP360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이전의 MD사업은 해외 프로모터에 IP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자사몰을 통해 직접 매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직접 판매를 할 경우, 매출도 올라가지만 전체적인 수익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OPM)은 15.9%로 전년비 YoY 6.8%pt의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었습니다.
MD사업을 위한 자사몰을 구축 단계에서도 특유의 효율성을 발휘합니다. 개발 조직 강화 등에 리소스를 크게 투입하지 않고, 카페24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활용한 자사몰을 구축합니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에 따른 고객 맞춤형 상품/콘텐츠 노출 서비스 등 사업에 최적화된 형태로 자사몰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내부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자사몰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엔믹스 뮤비의 남미지역 조회수가 올라갔어’라는 데이터도 유의미한 선행지표가 될 수 있지만, ‘자사몰에서 엔믹스 굿즈의 남미지역 주문이 증가했어’라는 것만큼 직접적인 관심정도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자사몰을 활용한 이후 신사업 및 시장확장도 JYP엔터에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모든 기업들은 항상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뜬금없어 보이는 신사업을 확장하거나, 또는 무리해서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등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JYP엔터의 적절한 집중과 분산은 기업이 자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리스크를 분산하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JYP엔터는 이후 어떤 형태로 성장세를 이끌어갈지 주목해 보게 됩니다.
자료 출처
JYP 영업이익률, SM·YG의 두 배… 비결은 ‘한 우물 파기’ (조선비즈, 2022.08.25)
JYP 박진영 숙원 풀었다…스트레이키즈 ‘빌보드200’ 1위 왜? (NEWSIS, 2022.03.29)
카페24, 기업 맞춤형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공식 오픈 (ZDNET Korea, 2023.03.28)
IP기업의 가치를 바꾸는 멀티 IP 전략 (브런치 Tommyhslee, 2023.02.04)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