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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Feb 04. 2023

IP기업의 가치를 바꾸는 멀티 IP전략(IP비즈니스)

JYP엔터를 2조원 기업으로 만든 멀티 IP사업 전략


조직 내 경영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회사를 변화시켜 나가는지는 기업 '성장'과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내외부에서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필요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는 것 역시 재밌는 작업이다.


최근 2014년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하나 보게 됐다. 현재의 JYP엔터가 얼마나 크고 빠르게 성장했는지 알고 있는 우리는 대략 2014년 그의 인터뷰에서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프로듀서로써 선구적 사고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인터뷰 내용을 살짝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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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조를 넘으려면 무조건 대량생산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한 해에 12개 이상의 앨범을 낼 수 없다. 그런 구조로는 1조를 넘을 수가 없다. 반면 미국 4대 음반사는 모두 퍼블리싱 회사를 가지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은 유니버설 퍼블리싱이 있고, 워너 뮤직은 워너 퍼블리싱이 있다. 또한 각각 소속 레이블이 10개가 넘어 대량생산을 하고 있다. JYP는 빅히트와 같은 레이블도 실험하면서 한쪽으로는 퍼블리싱도 키웠다. 한국에서 퍼블리싱을 갖춘 회사는 JYP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 이런 과정은 쉽게 말해 '여러 명의 박진영'을 두는 작업이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걸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한 명의 '감'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게 아니라고 깨달았다. 대량의 레이블을 갖추고 퍼블리싱 회사를 만드는 게 옳다. 지난 3년간 JYP는 나 혼자의 머리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것이 잘못되면 그 시스템을 보완했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다."


2014년 11월, 일간스포츠 기사 인용

https://mnews.jtbc.co.kr/News/Article.aspx?news_id=NB106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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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당시 JYP의 시가총액은 1,500억 원 정도였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여기서 언급하고 실제 적용한 시스템은 것은 멀티 레이블 체제다. 이는 기업 조직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조직 구조에는 크게 기능별 조직과 사업별 조직이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산업과 회사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조직 구조를 꾸리게 된다.


(이론적으로) 기능별 조직은 하나의 거대한 사업(혹은 태스크)을 조직 전체가 소화한다. 부서별 전문성이 깊어지고 기능과 리소스의 분산을 막는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예컨대 기능별 조직 안에서는 디자인 팀이 존재하고 해당 디자인 팀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을 담당한다. 당연히 팀리드부터 시니어, 주니어까지 이어지는 전문화된 도제식과 같은 작업 환경이 만들어지고 디자인이란 기능 내에서 전문성을 띠게 된다.  

반면 사업별 조직은 사업에 따라 분권적 형태로 각 부서의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독립적이며 의사결정과 행동이 빠르다. 디자인을 예로 들면 사업부별로 디자인 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해당 사업과 관련된 디자인 작업만 담당하게 된다. 업무 범위가 명확하고 특정 영역에 대해선 기능별 조직보다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전문성이 구현된다.


두 시스템의 장점은 상대 시스템의 단점이 되기도 하며 물론 이는 이론적인 것이지 실무에서는 전혀 다른 장단점으로 발현되기도 하기에 참고만 해볼 수 있다. 보통 기업의 규모가 작을 땐 하나의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때문에 사업별 조직보다 기능별 조직 형태를 띤다. 그러다 사업이 여러 개로 늘어나고 각 사업별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기능이 요구되면 사업별로 최적화된 기능을 흡수해 사업별 조직으로 바뀐다. 내외부 변수에 따라 두 시스템을 적절한 섞기도 하고 큰 규모에서도 사업부 간 유사성이 높으면 기능별 조직을 유지하기도 한다. 뭐가 더 좋다는 것은 없고 조직에 따라 결정된다.


IP기업에 이 조직구조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는 마치 사내에 여러 개 IP홀더(음악 산업에서는 레이블)를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IP기업이 활용하는 조직구조다. 꼭 사내 조직이 아니더라도 모회사를 중심으로 여러 IP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는 형태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즈니, MS의 엑스박스 스튜디오, 유니버설 등이다. 예컨대 디즈니는 자신도 IP를 만들어내지만 산하의 픽사나 마블, 루카스필름, ESPN, 내셔널지오그래픽처럼 여러 스튜디오들이 각자 방식으로 IP를 제작한다. 하이브 산하에 빅히트, 어도어,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K-POP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IP기업뿐만 아니라 유니레버, P&G, 로레알 같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멀티브랜드 전략 역시 이와 같은 구조다. 워낙 큰 규모의 기업들이라 대부분 자회사를 둔 그룹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회사 안에서 사업별 조직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출처 : 디즈니


다시 JYP 이야기로 돌아와, JYP에서 언급한 수평적 레이블은 바로 이 사업별 조직을 골자로 한다.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기능별 조직을 따랐다. K-POP그룹 한 팀이 앨범을 출시할 시기가 되면 신인개발, 마케팅, 앨범 기획, 제작, 공연 등 각 부서가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한다. 레이블의 컬러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능력 있는 프로듀서가 있다면 프로젝트마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앨범을 작업하기 어렵고 작업이 몰리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한 콘셉트가 이어지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프로듀서라도 매번 전혀 다른 창작을 이뤄낼 수 없으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버리기가 어렵다. 또 시간이 흐르면 나이가 들고 물리적으로 프로듀싱 작업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실적인 문제인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수평적 레이블 형태다. 한 명에게 의지하지 않고 여러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다.

출처 : 각사 로고



JYP는 이 제도를 국내에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일부 핵심 기능을 흡수한 각 사업조직이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며 한 레이블이지만 여러 색깔과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새로운 판을 짜준 것이다. 그 과정은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테고, 기업가치 관점에서 결과를 보면 현재 JYP의 시총은 현재 2.5조가 되었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약속한 3조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이런 수평적 레이블 체제는 하이브를 포함해 국내 크고 작은 레이블의 트렌드가 되었고 심지어 힙합 레이블들도 AOMG-하이라이트뮤직, 저스트뮤직-인디고뮤직처럼 한 레이블에서 여러 형태로 쪼개지며 멀티 레이블 전략(=멀티 IP 전략)이 정착됐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이슈가 있었던 SM이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히는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멀티 레이블 전략은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출처 : 네이버증권. JYP엔터의 지난 10년간 주가추이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예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게임, 영화/드라마, 캐릭터 등 IP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조직 전략이다. IP기업은 회사를 개별 IP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운영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흔히들 IP비즈니스가 변동성이 심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맞는 이야기다. 개별 IP를 성공시키는 방법은 수많은 변수에 노출되어 '하이리스크 - 하이리턴' 구조를 띄고 있지만 적어도 회사 차원에서는 멀티 IP 전략을 통해 시스템으로 IP를 제작하고 고객의 커버리지를 늘리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꾸준히 IP를 제작하고 도전해야 하는 만큼 멀티 IP전략이 IP 비즈니스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제 <판을 바꾸는 IP비즈니스(출시 예정)>의 일부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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