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 중인 인공지능, 규제가 필요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처음 나왔을 때에도 ‘인공지능 테크놀로지’가 언급된 적이 있다. 뭐랄까, <4차 산업혁명 = 인공지능>이라는 정해진 공식은 아니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워낙 광범위했던 터라 인공지능 테크놀로지 정도는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당시만 해도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들이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의 ‘원 오브 뎀’ 같은 것이랄까) 그런데 그건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의장이 ‘초연결사회’를 언급했었던, 무려 5년도 넘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는 산업혁명 그 이상의 거대하고 뜨거운 핫이슈가 아니던가. 초연결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관련 서적이나 칼럼, 논문 등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NFT와 가상현실 그리고 메타버스로 이어지는 테크놀로지 키워드가 서로 바통 하나를 주고받듯 트렌드를 이어가기도 했었다. 이제는 챗GPT라는 거대한 녀석이 인공지능의 중심이라도 된 것처럼 그간 쌓아 올린 인공지능 시장의 수많은 모델들을 뒤바꾸고 있는 중이다.
텍스트는 물론이고 이미지와 오디오 등 기존의 콘텐츠나 패턴을 학습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 자체를 두고 생성 AI라고 한다. 한 번쯤 써본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챗GPT는 노래 가사도 쓰고 종전에 없던 새로운 동화를 쓰기도 한다. Dall-E와 같은 이미지 생성 모델 또한 놀라울 정도다. 미드저니라든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등과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원하는 키워드를 넣으면 충분히 놀랄법한 결과물을 내어주기도 한다. 지금의 챗GPT는 고퀄리티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때 심심이라고 불리던 챗봇이 있었고 그보다 훨씬 진화된 ‘이루다’라는 것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나이에서 진짜 친구라도 된 듯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바뀌었다. 지금의 챗GPT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s)을 기반으로 하는데, 오픈 AI 뿐 아니라 이러한 생성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여럿 존재한다. 서로가 앞다투어 단순히 고도화된 수준도 아니고 차원이 다른 스케일 업이라는 의미에서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걷잡을 수 없는 인공지능의 폭풍 성장으로 인해 쓸데없었던 기우가 현실적인 리스크로 다가오자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픈 AI의 창업자인 샘 알트먼 역시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터넷이 생기고 발달하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누군가 검색하는 키워드나 구매이력, 블로그에 쌓이는 다양한 정보와 SNS에 위치정보를 담아 기록한 단순하지만 다수가 공유하고 또 공유되는 피드들, 브이로그와 같은 동영상에 맛스럽게 잘 나온 음식 사진까지 오늘도 매 순간 정보가 쌓이고 있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방대한 ‘데이터 셋’이 되어 인공지능을 위한 학습 재료가 된다. 그래픽 처리 장치라 불리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가 연산을 하고 머신러닝에 딥러닝을 거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관련 프로그램, 솔루션, 앱 같은 것들이 눈부시게 고도화되고 있다.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해?’라며 누군가는 소름 돋을 정도로 이를 실감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 이 시대에 이 정도는 가능해야지 당연한 거 아님?’이라면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무심하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 어느 시점으로부터 발달한 인공지능은 딥마인드의 알파고를 거쳐 지금의 챗GPT까지 흘러왔다. 지나온 과정 속의 인공지능을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해 봤다면 AI의 능력 자체가 얼마나 비약적으로 성장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챗GPT가 있기 이전까지를 생각해 보면,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것은 이세돌이라는 ‘사람’이었고 ‘사람’이 만들어낸 알파고는 지극히 일부만 체험 가능했을 터. 일반인들이 이를 경험한다기보다 간접적으로 듣고 봤을 뿐이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챗GPT는 유료 버전이든 무료 버전이든 지금도 브라우저를 열어 경험해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목적지를 정하고 여행 계획을 알려달라고 하면 짜임새 있게 스케줄표를 내어준다. 어떤 이슈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고 던지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틀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사실 챗GPT와 같은 LLM은 엄청난 데이터 셋을 통해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답에 가까울 정도의 학습을 진행한다.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틀린 답이 있다면 이를 손실이라는 것으로 가정하고 인공신경망이 손실을 줄여나가는 등 자동으로 조절하여 쿼리에 맞는 ‘연관성’을 꾸준하게 학습하여 보다 적확한 답을 낼 수 있게 된다. 데이터셋은 여러 GPU를 통해 연산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챗GPT가 버전업 되면 될수록 그 능력은 점차 거대해진다. 초거대 언어모델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셋을 학습하여 추출한 결과물이지만 어쨌든 마법 같은 일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챗GPT의 능력은 절대 마법이 아니다. 지극히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과 어마어마한 데이터 셋을 통한 학습의 결과물이니까. 미국 변호사시험에서도 상위 10%에 해당하는 점수를 거머쥐었다고 하니 기존 3.5 버전보다 더욱 고도화된 GPT-4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챗GPT의 능력은 날이 갈수록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선사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지능이 통제 불능이 되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에서 인류가 살고 있는 사회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염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기우일까?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한 라이프 사이클의 거대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면 이를 굳이 폐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AI 리스크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 자체가 누군가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을 향한 거대한 투자도 있었던 만큼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에 대한 패권 경쟁 속에 AI 모델의 핵심 내용을 감추기도 했고 특정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독점 제공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실제로 오픈 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다른 업체들은 자체적인 기술을 마련해 인공지능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오픈 AI의 CEO인 샘 알트먼은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처럼 인공지능에도 이와 유사한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단다. 그런 와중에도 보다 효율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하면서 연구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으니 꾸준한 연구와 개발은 반드시 이어져야 하지만 어느 정도 규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인공지능 개발을 어찌 멈출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특화된 영역에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넘치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교통정리와 서로의 약속도 필요할 것이다. 엄청난 자본력과 독자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남이 넘보지 못하도록 이제와 규제하고 독점하려는 모양새가 오픈소스처럼 개방해야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후발주자들의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본질적인 성장 자체를 저해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180도 뒤바꿔 변화시켜 주는 친화적 인공지능 테크놀로지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 아래 사이트를 읽고 참고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 GPT-4 Beats 90% Of Lawyers Trying To Pass The Bar(2023.5.14), forbes
– Sam Altman and other technologists warn that A.I. poses a ‘risk of extinction’ on par with pandemics and nuclear warfare(2023.5.30),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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