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리스틱 평가에 의한 상품 상세페이지 점검
‘상품 상세 페이지(PDP)’ 키워드만 보고 온 분들을 위해 ‘휴리스틱‘에 대해 짧게 설명 먼저 하겠습니다.
UX 방법론에는 휴리스틱 평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화면이나 디자인을 개발하기 전, 과연 이 “설계”가 타당한지, 대충 평가해 보는 일입니다. 대충은 아니고, 사실은 작업자의 경험과 판단, 그리고 배경지식을 통해 평가합니다. 주관적인 평가가 다분하며, 정량화하기 어렵기에 대충이라는 말을 썼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로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혼자 평가하기보다는 여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함께 평가하면 더 좋겠지요. ‘정확한 기준, ‘모수 확장’을 통해 객관성을 높여 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분석이 마케팅, 온사이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론칭 ‘후’진행된다면, 휴리스틱 평가는 그나마 론칭, 심지어 개발‘전‘에 진행해 볼 만한 방법입니다.
결론 – 휴리스틱 평가는 작업자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작업물을 진단해 보는 수단입니다.
장점 – 명확한 기준을 준비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객관성이 향상됩니다. 개발 전 UX를 평가할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단점 – 실제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운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기준이 모호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하나마나입니다.
이번 글은 전자상거래 서비스에서 PDP 제작에 ‘휴리스틱 평가’를 도입해 본 사례를 설명하려 합니다. 왜 도입하게 되었고, 기준은 어떻게 만들었으며, 실제 사용 결과는 어땠는지…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비스를 기획할 땐 ‘해당 사업분야’와 ‘실무자의 업무 프로세스’를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서비스 기획은 단순히 개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서비스 기획은 사실 서비스 기획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신체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경영자의 생각, 실무자들의 생각, 소비자들의 생각을 적절하게 끼워 맞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실무자의 업무 프로세스,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 콘텐츠의 원가 판매가 등 거의 모든 것이 서비스 기획의 재료가 됩니다. 그렇기에 서비스 기획자는 콘텐츠가 생성되는 순간부터 개발과정을 지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나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모든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이번 글은 ‘실무자(MD, 디자이너)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던 이야기와 그 결과물입니다. 당시 운영 중인 커머스는 입점형 서비스였습니다. 100여 개의 공급사가 매일 20개 이상의 제품을 등록하고 있었지요. 이 20개의 상품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상품 상세페이지의 퀄리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다수의 입점사 제품과 퀄리티 높은 자사의 PB(Personal Brand)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입점된 제품 중 성과가 좋은 제품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형태의 ‘Brand Acceleratung’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도 가지고 있었고요. 그렇게 상점페이지는
(1) 고품질의 PB제품
(2) 중품질의 고효율제품
(3) 저품질의 대다수입점 제품
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고품질 제품은 매우 적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당연히 PB제품을 많이 발굴, 개발하고 그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품질 제품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퀄리티 형평성으로 인해 저품질 제품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수집불가, 이는 장기적으로 고효율 제품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로 자리함
2) 사이트의 신뢰도 문제, 지나치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상품으로 인해 사이트 전체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브랜딩을 어렵게 하는 요인
그래서 판매효율은 차치하더라도, 상세페이지의 형태는 중품질로 향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상세페이지는 그렇게 쉽게 제작되지 않습니다. PB 제품의 상품상세 페이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MD와 디자이너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촬영부터 시작해서 온전히 제작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는 3일 많게는 2주 정도가 소요되었지요.
우리의 제품도 아니고, 매출에 큰 기여도 하지 않는 저품질 상세페이지 제작에 저만한 시간을 들일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품질을 향상하거나 디자이너가 아닌 MD가 간단한 도구를 통해 상세페이지를 개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PB제품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상세페이지의 경우 제작기간이 2주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요. 여기엔 절대적인 작업시간뿐만 아니라, MD, 에디터,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포함됩니다. 이들의 생각이 결과물과 한 번에 일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작업시간이 길어짐은 물론, 결과물의 퀄리티도 상당히 안 좋아지겠지요.
결국 상품 상세 페이지 휴리스틱 평가는
(1) 실무자(MD, 에디터,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비용 감소
(2) 보편적인 상품 상세페이지의 기준 제시
를 목적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입니다. 물론 고객의 평가를 받기 전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은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에 여러 관계자의 평가가 더해진다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지는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하고, 각 항목은 이론, 경험적으로 증명된 내용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아래는 제가 만들었던 PDP 평가지의 전체 내용입니다. 어떻든 정성적인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피쿼트 등의 스코어링을 적용하면 조금이나마 정량적인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위해요소의 수로 점수를 깎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면 더욱 그럴싸합니다.
점수는 추후 상품 상세페이지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만. 절대적으로 맹신하면 안 됩니다. 말 그대로 자가진단일 뿐 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각자 작성한 평가지를 들고 대화를 나누면 이런 문제르 해결할 수 있습니다.
– 논리적인 평가 : 우리는 무언가 평가할 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꽃을 보고 왜 어떻게 이쁜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무엇 때문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싫다고 말하거나 좋다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휴리스틱 평가는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제한적 사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틀’에서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제한되는 것은 얼핏 좋지 않아 보입니다만, 쓸데없는 가능성을 잘라내고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기획단계나 운영단계에 진행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체크리스트 : 평가지의 항목들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작업자가 습관적으로, 혹은 타성에 젖어 누락하기 쉬운 항목들을 리마인드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메타인지 : 동일한 항목에 대해 다른 작업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휴리스틱 검사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때는, “왜 이런 점수를 주었는지”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이게 더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평가지는 3개의 PB제품과 20여 개의 저품질 제품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상당히 감소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상품 상페이지를 4~5회에 걸쳐 수정했다면, 평가지 도입 이후에는 횟수가 1~2회로 감소하였습니다.
그런데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크고 작은 매출 변화는 있었느냐, 인과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존의 주력 매출상품들의 경우 이미 완성도 높은 상세페이지가 제작된 상태였고, 저품질 제품 자체가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에 상품 상세페이지만으로는 매력도를 높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론– 휴리스틱 평가는 상품 상세페이지 제작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감소와 결과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완성도를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추가로 평가기준을 정의하게 된 근거를 말씀 드겠습니다. 각 항목은 해당 제품이 가진 장점을 얼마큼 잘 드러내고, 있으며 완성물의 조형적 품질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격 표현 평가의 경우, “특가”나 “혜택”과 같은 소구점이 잘 드러나야 하는 제품 갖춰야 할 필수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점들은 의도적으로 할인율, 가격, 할인가 등을 부각합니다. 이들 중 더욱 소구점이 강한 요소들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0원 밖에 할인되지 않지만 이것이 30% 할인에 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강조될 가능성이 높은 할인율에 집중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 평가는 주로 가격 관련 요소가 모두 표현되면서도, 우리가 강조할 내용이 잘 드러났는지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격은 신중해야 합니다. Yiedify에 의하면 “50% 이상의 고객이 예상치 못한 가격에 의해 구매를 포기한다”라고 합니다.
상품의 사용법이나 강점을 충분히 잘 표현했는지 판단하는 평가입니다. 간혹 친환경 인증을 받았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보여주지 않거나, 다양한 활용성과 강력한 기능이 주된 장점인 제품인데, 이상하게 친환경이 강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PDP에 상품의 단점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제품의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면피할 수 있을만한 문구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송 관련하여 이슈가 있는 제품이라면 이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론칭한 제품에 후기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체험단 등의 이벤트를 통해 후기를 수집하거나, 담당자가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18-34세 소비자의 91%는 개인의 추천만큼이나 온라인 리뷰를 신뢰한다.”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질 좋은 리뷰를 준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어설프게 광고 같은 리뷰를 상품 상세페이지에 표현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습니다.
PDP의 평균 길이는 8,000px이상입니다. 15,000px을 가뿐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힘을 줘야 할 곳에 힘이 빠지고,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건 실제로 매출에 많이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특장점이 “기능”인 제품에서 “기능”을 상단이 아닌 애매한 위치에 배치한 경우 정말 즉각적인 매출하락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otjar와 같은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가 어느 부분에 관심이 많고, 어떤 부분을 건너뛰는지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PDP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모바일 환경, 사용자의 연령 등을 고려한 텍스트 사용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반드시 모바일 환경에서 상품 상세페이지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선명한 사진은 그렇지 않은 사진보다 94% 높은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제품페이지에서 동적이미지를 본 고객은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을 확률이 144% 높다.
이번 글은 이렇게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시거나, MD, 디자이너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beyes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