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선영 Jul 15. 2022

바른 매듭

「좋은 생각」 2021년 7월호 수록작



대학 시절의 아침, 졸린 눈으로 대형 문구점에 갔다. 정신없이 필요한 물품을 골라 계산 줄에 섰다. 그때였다. 앞에 서 있던 학생이 돌아서며 팔을 확 휘둘러 내가 들고 있던 자석이 떨어졌다. 자석은 두 동강 났다. 1개 50원짜리 자석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나는 바빴고 정신이 없었다. 앞의 학생에게 따지지 않고 황급히 다시 진열대로 가 깨진 자석을 놓고 새 자석을 가져왔다. 그런 나를 누군가 보고 있었다. 계산대 점원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없이 그렇게 바꿔 가시면 어떡해요?"


내가 깬 것은 아니었으나 깨진 물품을 슬쩍 갖다 놨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 생각했었기에 부끄러웠다. 당황한 나는 사과하는 대신, 깨진 자석을 도로 가져와 무표정한 얼굴로 


"얼마죠?"


받아쳤다. 점원이 돈은 됐다고 했으나 항의하듯 깨진 것과 성한 것에 대한 값을 모두 지불하고 나왔다. 


돈은 모두 지불했다. 그렇지만 그건 바른 해결책이 아니었다. 자존심 세우고 돈을 더 내는 대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마땅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판단이 들었을 때엔 이미 상점을 나온 상태였다. 그 문구점은 바쁜 곳이었고 아침의 일은 그렇게 묻히고 있었다.


그날 하루 내내 괴로웠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대도 나는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중요했다.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 무안함과 부끄러움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저녁, 커피를 사 들고 문구점을 방문했다. 아침에 만났던 점원에게로 갔다.


"아침엔 제가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점원은 내게 미소를 보였다.  


문구점에 돌아가 사과를 했다고 해서 아침의 학생이 나를 친 일도, 그래서 깨진 자석도, 내가 퉁명스레 내뱉었던 말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수에 대한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실수로 끝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실수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언제나 바른 매듭을 짓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좋은 생각」 2021년 7월호 수록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