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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nceptor Jun 03. 2024

걸어서 우연 속으로

세렌디피티 투어의 시작 : 2박 3일 부산여행



여행을 계획하면 항상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맛집을 선별하고

트리플에 입력해서 코스를 짠 후 동선을 체크하면서 다니는 것이

나의 여행 루틴이다. 맛집투어를 위해 여행을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부산 여행에서는

네이버 카페(현지인 맛집 정보 획득 가능)와

카카오 맛집 검색(네이버 보다 신빙성 있는 리뷰),

지인 추천(믿고 가보는 후기)을 기반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 reconceptor


1. 돼지국밥 맛집?
부산에서 이미 여러 번 돼지국밥을 먹어봤기 때문에
이번 여행 일정에 리스트업 하지 않았지만,
찾아본 결과로는 다음의 3곳이 가장 괜찮아 보였다.
모두 웨이팅이 엄청나다니 참고.

1) 수변최고 :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2) 합천 돼지국밥 :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3) 안목 : 미슐렝 맛집. 오리지널 돼지국밥이 아닌 돈코츠라멘 국물에 가까운 새로운 스타일의 맛.

* 그동안 부산에서 먹어봤던 최고의 돼지국밥 맛집은 부산 지역 주민에게 추천받은
'세 번째 늘해랑(수육백반)'이었는데 현재 없어졌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본점에도 가봤는데
세 번째 늘해랑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쉽다.   


2) 복불복 게스트하우스
호텔을 고려하다가 모텔을 예약했고 최종적으로 게스트하우스에 갔는데,
별점과 리뷰, 소개 사진에 속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친절한 점은 좋았지만 싱크대에는 나방파리가 진을 치고 있고,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방과 화장실, 공용공간에서 습한 곰팡이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거기다 모기한테 8방 물렸고... 시설 자체는 신경 써서 꾸민 것이 확실한데, 여기저기 물때와 먼지가 가득한 걸 보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니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정보도 교류하는 나름의 맛이 있어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더 잘 골라서 가봐야겠다.


현지인 추천 맛집의 딜레마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야심 차게 검색하고 현지인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참치집에서 입맛을 버린 것이다. ㅜㅜ


ⓒ reconceptor

11시 30분 오픈이라 딱 맞춰서 갔는데

이미 거의 만석이었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다들 런치메뉴를 먹었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제일 맛있는 걸 먹자 싶어서

추천을 해달라고 하니 메뉴가 많으니 알아서 고르라는 답이 돌아온다.

참치 메뉴 중에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제공되는 부위가

다르니 알아서 고르라고 한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냥 런치메뉴 중 참치코스를 먹는 것이 최선이었을 텐데,

좀 더 욕심을 내서 1인분에 퀄리티골드 메뉴를 선택,

양이 아닌 질을 추구하는 메뉴를 골랐다.


ⓒ reconceptor


코스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참치의 식감과 맛이 기대 이하였다.

이것보다 더 맛있고 저렴한 참치를 먹었던 기억이

솔솔 올라오면서 짜증이 밀려왔다.


참치는 해동이 덜 돼서 딱딱했고 여기저기 힘줄 때문에 씹기도 어려웠다.

엄청 느끼한 데다 질긴 힘줄이 이 사이에 끼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중간에 박차고 나오려다가 참고 멍게밥까지 맛을 후에 일어났다.

접시에 덩그러니 남은 참치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참치 싸 먹으라고 나온 김이 가장 맛있었다.


이 집의 특장점은 가성비 있는 런치 메뉴와

저녁에 무한리필로 참치맛을 즐기는 데 있는 것 같다.

나는 얼마나 무식한 선택을 했던 것인가.


이날 입맛과 의욕을 모두 상실한 나는

백화점에서 과일을 사서 저녁을 때우고

밤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마카오박을 찾아갔으나 손님으로 가득한 가게에 잘못 들어가

맛없는 맥주와 피자 안주를 먹었다.

사람이 많다고 해서 맛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



유명 맛집 도장 깨기 무용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먹어봐야지.
이걸 먹어야 부산 가봤다고 할 수 있지.


ⓒ reconceptor

이재모 피자가 그런 메뉴였다.

둘째 날 본점이 가장 맛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길게 웨이팅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대표 메뉴인 '이재모 크러스트'를 포장 후 픽업해서

숙소에서 부산 브루어리에서 구입한 수제맥주와 함께 먹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러스트는 식어도 맛있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에 임실치즈가 감칠맛을 살린다.  

하지만 크러스트 외에는 그냥 아는 피자 맛이다.

크러스트만 스틱형태로 따로 팔면 좋겠다.


매장에서 먹으면 더 맛있었겠지만

집 앞에 있으면 가끔 먹을만한 맛이다.

웨이팅을 감수하며 먹기에는 세상에 맛있는 피자가 너무 많다.

'나 이재모 피자 먹어봤어'만 남았다.



맛집투어에 대한 관점을, 여행에 대한 태도를 바꾸다

 

마지막 날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발 닿는 대로 가보기로 했다.


원래 동래에 있는 간짜장 맛집을 가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부산역에 짐을 보관하고 건너편 차이나타운을 막연하게 걸었다.


ⓒ reconceptor


역시 신발원의 줄은 엄청나다.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후기를 떠올리며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마가만두는 휴업 중이었다.


신발원에서 군만두보다는 맛있다는 꽈배기의 맛이 궁금해서

꽈배기만 구입했는데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차이나타운 최초의 중국집이라는 장만옥도 유혹적이었지만

짜장면 3,900원이라는 표지판과 텅텅 빈 모습을 보고 패스.


차이나타운 끝까지 걷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주로 요리를 먹으러 간다는 일품향이 눈에 들어왔다.

줄도 없고 좌석에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 여기서 군만두를 먹자.


ⓒ reconceptor

튀김만두와 찐만두를 시켰다.

각 10개씩 나오다니 양이 정말 많다.  


만두에 곁들여먹으라고 내주는 오이무침도 괜찮았고,

드문드문 생강향이 입맛을 돋우는

잘 튀겨진 튀김만두의 퀄리티도 높았다.

찐만두도 부드럽게 먹기 좋았다.

단 간이 싱거워서 간장에 찍어먹어야 한다.

어릴 적 먹었던 맛있는 군만두에 비하면 20% 부족한 맛이지만,

요즘 이런 맛을 구현해 내는 곳이 드물지 않은가. 


대구에서 먹었던 중화비빔면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부산이 대구와 함께 중식의 찐 맛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중식의 성지라고 생각한다.

대구는 막창이 유명하지만 중화비빔면이 그보다 인상적이었고,

부산의 군만두와 간짜장은 이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공을 선보인다.  

다음에 여기에 다시 온다면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남은 만두를 포장하고 거리를 둘러보니

우크라이나, 우즈벡과 러시아 식료품점과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된 이상 러시아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러시아 음식 먹으러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여기에 오지 않는 이상 없는 것들이니까.


흠... 혹시나 싶어 조금 검색을 해보고 갔다.

손님이 거의 다 러시아 사람이라 조금은 기대를 해보았는데

역시나 실패다. 게다가 바가지까지. ㅜㅜ

메뉴판에 1만원이라고 있는 테킬라를 1만5천원을 받는다.

무슨 오류가 있었던 걸까.

뭐라고 하려다가 서버 분이 한국말을 잘 못하셔서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 reconceptor


볶음밥은 밥이 꼬들꼬들하지 않고 척척해서 별로였고,

돼지고기 꼬치가 촉촉하고 짭짤하니 맥주안주로 먹을 만했다.

여기 다시 온다면 맥주와 저 꼬치를 먹겠다.


오히려 빵에서 포스가 느껴지는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에서 더 맛있는 걸 발견!


네이버 검색에서 추천 수가 가장 많았던 식료품점(여긴 빵보다 소시지가 주력인 듯했다)

보다 훨씬 빵의 퀄리티가 좋았다.
빵 냄새가 너무 좋았고, 종류도 많고

러시아? 소년이 계산을 해주는데 한국말을 잘해서 안심이 되었다.


이로써 더 확실해졌다.  

앞으로는 내 감만 믿고 다녀야겠다.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다니다 우연히 발견하는

세렌디피티 투어가 시작되었다.




부산의 베스트 세렌디피티

2024.05.24~2024.05.26 | 서면, 부전, 부산역


1) [부전역] 부전시장 콩국

ⓒ reconceptor

우뭇가사리 가득한 콩국 한 그릇 1,500원

부산식 콩국을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 가게 이름은 모른다.

대구 콩국은 대만의 그것처럼 찹쌀꽈배기를 넣어 고소하게 먹었는데,

부산 콩국에는 우뭇가사리가 가득 들어있다.

대접에 떠줘서 조금 놀랐지만 짭짤하고 깊고 찐한 콩국물이 무척 인상적.

이 걸쭉한 국물에 국수 말아먹고 싶다.


2) [서면역] 도연정 칼국수 육수

ⓒ reconceptor [육수 사진은 못 찍었다]

시장 근처 가성비 칼국수 3,000원

이 근방의 칼국수집들은 대부분 3,000원이었고 대부분 지역 주민으로 가득했다.

길게 줄 선 칼국수집도 있었는데 웨이팅 할 일인가 싶어서 좀 더 걷다가 발견한 여기서 비빔밀면을 먹었다.

예상외로 곁들여 나온 육수가 조미료 맛이 아닌 시골스럽게 투박한 멸치육수의 깊은 맛이 별미였다.

비빔밀면은 비추. 여기선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


3) [부산역] 차이나타운 일품향 튀김만두

ⓒ reconceptor
ⓒ reconceptor

지역 주민 추천 중국집 수제 군만두 9,000원

기본 제공되는 오이무침을 곁들여먹는 튀김만두의 쫄깃한 만두피와 적당한 고기소의 맛이 괜찮다. 모든 만두는 1인분 10개가 기본이다. 배부르다.

이걸 먹으려고 여기까지 갈 만큼 엄청난 특별함이 있지 않지만, 서울 중국집에서 웬만하면 시판제품 군만두를 파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훌륭한 맛. 여긴 요리가 맛있다는데 다음에 도전해 봐야겠다. 다음에 다양한 중국집에서 군만두만 먹어보고 맛을 비교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4) [부산역] 차이나타운 SAMARKAND

ⓒ reconceptor
ⓒ reconceptor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겸 식품점

닭고기 삼사보다는 둥그런 맨 빵이 더 맛있었다. 삼사는 너무 짜고 빵이 퍽퍽해서 별로.

러시아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가볼 만하다. 한국어로 주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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