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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신기자언니 May 20. 2020

영문 기사쓰는 과정

추상적인 한자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서술형 영문 문장으로 바꾸기

정부기관을 출입하면서 기사에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자료가 보도자료이다. 보도자료가 아무리 자세히 씌여 있다고 해도 추상적인 한자어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이런 이유로 영문 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추상적인 한자어로 이루어진 한글 문장을 서술식의 영문문장으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바꾸느냐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단어 대 단어 번역 수준이 아니고,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지난 10년동안 영문뉴스 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 이 과정이 수월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한글과 영어가 동등하게 뇌에서 처리되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 과정이 수월해 보일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영문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운 과정이 이 부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이것은 그냥 단어대 단어 번역 수준을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영어 문장을 읽었을 때 한글이 떠오르지 않고 그 문장 자체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중간에 필요한 단계가 있는데 영문 뉴스 기자에게는 취재 과정이 된다. 취재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어 영문 문장을 쓸 때 나의 언어로 서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라는 6하원칙에 따라 취재원에게 질문하면 추상적인 한글 단어로 처음 내용을 접했을 때 드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사실 6하원칙을 대입하면 일상생활에서 어떤 궁금증이든 다 해결 할 수 있다. 다른 기자들은 어떨지 모르는데 -- 나만 가지고 있는 직업병일 수 -- 상대방이 6하원칙에 맞춰서 말하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최근에 쓴 기사를 쓰는 과정도 이러한 단계를 거쳤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코로나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업자들이 기술발전과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최근 어느 행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영문 자료를 만들어서 해외 사업자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래서 한글과 영문 내용을 둘 다 입수 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영문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한글과 영문 텍스트로는 한참 부족했다. 


<한글 원문>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행위 인가제도 시행을 통해 사업자는 경쟁제한에 이르지 않고 효율성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와 협력 할 수 있다. 


<공정위에서 만든 영문 자료>

Expanding authorization for business collaboration 

*R&D on vaccine development, or on materials/parts/equipment

*Business collaboration to improve productivity or quality of product 


여기서 들었던 질문은 공동행위 인가제도란 무엇인가? 왜 이것의 시행을 '확대(expand)' 하는가? 어느분야에서 확대하는가?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정보가 있어야만 영문 기사에서 의미가 있는 문장이 될 수 있다.


<영문기사>

The KFTC would also exercise flexibility in its approval for collaboration between businesses in the areas of vaccine development, materials for production, and parts and equipment under a goal to improve productivity and the quality of products. 


The regulator will expand its approval for Covid-19-related collaboration and reduce any antitrust risks associated with them. Communication for unapproved collaboration, however, could be seen as part of collusion and face cartel allegations at a later time. 


취재과정을 통해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문장에 녹여 냈다. 물론 기사의 내용이 이게 다가 아니어서 이 앞에 있는 내용과 균형을 위해 다듬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에디터에게 에디팅을 받고 기사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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