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편집자| 불행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도 될지 고민이 돼요.
나| 그러네요. 제목으로 하기엔 너무 부정적일 수도 있겠군요.
편집자| 다른 제목들을 계속 생각해보시죠.
작고 기특한 불행. 지난 1월, 대상을 받고 시작된 첫 미팅부터 편집자님과 제목에 대해 고민했다. '불행'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독자들을 만나는 걸림돌이 될까봐. 어떤 새벽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메모장에 20개가 넘는 제목을 줄줄이 적다가 해가 뜨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책에도 나오지만, 언니는 결혼하고 몇 달 만에 갑상선암에 걸렸었다. 언니 곁에 듬직한 형부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은 불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해야해” 그 때 언니가 말했다. 인생은 혼자 살아도 되지만 결혼을 할거라면, 함께 행복할 사람보다, 함께 불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려보라는 말. 행복을 함께 나누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불행을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결혼해 볼만 하다고.
출판을 몇 주 앞두고, 언니의 말이 다시 한 번 생각났다. 결국 우리는 '작고 기특한 불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불행도 우리의 일부인 걸. ‘행복’만 편애하지 않기로 했다. '소확행'을 좇는 시대라지만, 우리 날들의 대부분은 우울하고 찌질할 수 밖에 없다. 그 작은 불행들을 길들이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진짜 행복의 시작이란 믿음으로 책을 마무리 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배웠지만, 그 말은 좀 뻥인 것 같다. 하지만 슬픔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더 가까워진다. 어느새 키득거리며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안 하던 포옹도 하게 된다. 불행이란 행복의 어머니까진 아니어도, 이모나 고모쯤은 될지 모르겠군.
내가 글쓰는 것만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걸 눈치 챈 편집자님은, 바다 건너 '요시고' 사진 작가에게 연락을 해주셨다. 요시고 작가는 지금 요트 여행중인데 편집지님이 직접 그와 국제 문자를 주고 받으며, 표지사진 허락을 구하셨다고 한다. 8회 브런치 대상을 타셨던 정지음 작가님과 임진아 작가님, 양다솔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퇴근길 버스에서 추천사 원고를 받고 왠지 엉엉 울어버렸다. 이 책 한 권에, 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담겼다.
며칠 전 처음 손에 책을 받아 든 나는,
불행을 불러 말했다. 너도 기특한 구석이 있구나.
이제 너를 차별하지 않으마.
불행이 배를 까고 누워 꼬리를 흔들었다.
이 책을 읽는 모두의 작은 불행이 서로 닮아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초판본 2000부를 구매하시면 요시고 작가의 사진 엽서(큼직 큼직)를 증정드려요!
<책 뒷면의 추천사도 모두 음미해주셔요>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