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ul 22. 2016

고양이 공동체

필자가 프링글스라고 부르는 동네 길냥이. 코 밑의 반점이 꼭 프링글스 아저씨같아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 동네 길냥이 한 마리가 출산을 마치고 돌아왔다. 아가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배가 빵빵해진 채 마지막으로 보이고서는 한동안 뜸하던 아이가, 엊그제 밤 유난히 살갑게 달려온 것. 한참 걱정했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준게 얼마나 고맙고 반가웠는지. 친구가 준 고양이 간식을 털어나와 한참을 함께 놀았다.


  그리고 간식을 놓아준 구석에서, 이 동네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숨어있던 물그릇밥그릇을 또 하나 발견했다.


-


  이 동네 사람들이 고양이를 대하는 방식은 지금껏 본 곳들과는 좀 달랐다. 동네 꼬마도 지나가며 고양이가 예쁘다고 말을 걸고, 근방 원룸 주인 할머니도 먹을걸 갖다줘야겠다며 예뻐하신다. 집에 들어가다 마주친 여성분이 근처에서 사온 고양이음식을 주고 계셔서 동네 고양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고, 이사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땐 앞집 남자분이 고양이를 보고 어릴 때부터 봐온 고양이라며 잘해주라고 부탁하셨다. 공원의 다리 밑에 고양이 밥을 항상 두시는 캣맘도 있다. 어쩐지 처음보는 고양이가 다가와 얼굴을 부비며 가르랑거릴 때 희한하게도 사람을 따른다 싶었는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랑받고 있는 녀석들이었나보다.


-

  어제는 엄마가 우리들이 원룸 살며 아랫집, 옆집 사람 얼굴도 모르고 사는걸 조금 씁쓸해 하셨다. 여느 때라면 나도 씁쓸함이 먼저였겠지만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얼굴은 모르더라도 오며 가며 고양이 덕에 웃으며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네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얼굴 모르는 누군가라도 그가 두고 간 밥그릇을 보며 미소지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 그 사이로 만족스러운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고양이 공동체'


  다른 공동체들처럼 끈끈하고 강하지는 않더라도, 어쩌면 사람들끼리 기분 좋은 끈으로 은은하게 이어져 있는 작고 옅은 공동체같다는 생각. 서로 얼굴은 모르더라도 동네에 숨어있는 밥그릇의 존재는 어쩌면 눈치채고 있을, 그리고 쉽지 않은 '우리 동네'라는 말을 조금 더 정감있게 부를 수 있게 해주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 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