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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19. 2023

녹차, 와사비, 오뎅. 시즈오카 시

까맣고 푸르른 도시

일본 여행에서 나고야 다음 일정은 시즈오카였다. 시즈오카 시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시즈오카 현 전체라고 하면 맞겠다. 2박3일간 시즈오카 현에 머물렀는데, 시즈오카 시 관광을 길게 하지는 않았으니까. 대신 차량을 렌트해서 현 군데군데를 돌았다.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 시즈오카 시에만 있었지만, 시즈오카 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시즈오카에 있으면서 시즈오카는 한국으로 비교하면 무엇일까를 고민했었더랬다. 앞서 있었던 나고야는 이미 '대전+울산'이라는 정체성으로 설명이 가능했는데, 시즈오카 시는 애매했다. 다만 중간이라는 위치나 그로 인해서 철도 교통의 중점이라는 점, 조용하고 관관객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천안 정도를 생각했다. 시즈오카 현 관광은 시즈오카 시/시즈오카 현 내 다양한 곳들로 나누어 다녔다.


시즈오카는 여럿 관광 포인트가 있는데, 1)검은 오뎅 2)녹차와 와사비 3)후지산 4)해산물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검은 오뎅은 말 그대로 색깔이 비교적 검정색을 띠는 오뎅 요리로, <나 혼자 산다>에서 이시언이 시즈오카를 방문해 오뎅 거리를 담으면서 유명해졌다. 


시즈오카까지는 나고야에서 신칸센으로 이동했다


숙소는 시즈오카 역에서 도보로 약 7분 정도인 곳에 있었다. 시즈오카 역 인근에 관광할만한 포인트가 몰려 있기 때문에, 시즈오카 역 인근이 숙소로 적합했다. 다만 국내에서 시즈오카 시 숙소를 찾으면 은근히 '시미즈' 지역이 함께 추천되서 조금 헷갈렸는데,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관광거리가 시즈오카 역 인근에 있으므로 도보로 구경하고자 한다면 시즈오카 역 주변이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호텔로 가는 길. 일본의 특징이지만, 길이 좁다


시즈오카의 가장 유명한 가게 두 곳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나야'와 '다마루야'다. 고후쿠쵸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시즈오카 역을 나오면 거의 바로 앞이다. 묘한 넓이의 거리에(한국 기준으론 번화가 치곤 좁지만 일본 치곤 꽤 넓다고 느끼기도 했다) 번화가이면서도 조용하고, 관광 매장이 있는 상점가인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난 그 거리가 꽤 좋았다. 적당히 번잡하고, 적당히 일상이고,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고(있는 동안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가게들은 많았다. 


퇴근 시간 대가 되면 집으로 향하는 회사원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엇갈리고,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학생들이 줄을 이어 다니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왁자지껄 라멘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며 '저 집이 뭔데 저렇게 사람이 몰리지'라고 생각했고, 어떤 가게를 들어가도 꽤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녹차에 진심인 곳, 나나야


가게를 소개하자면 먼저 나나야다. '7단계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녹차/마차를 즐기지는 않아서 맛보지는 않았다. 다만 맛보지 않은 것과 별개로 가게는 무척이나 재밌었다. 녹차로 이렇게나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라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몇 년 전 보성 녹차 마을에 방문한 적 있었는데, 거기서도 '녹차에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나야를 보니 보성에서도 조금 더 많은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스크림, 과자, 차, 초콜렛, 디저트, 마실거리까지 정말 다양한 녹차 상품이 있다. 이곳에선 녹차 과자를 하나 샀는데, 나처럼 녹차를 먹지 않는 사람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다. 매장 안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갈 수도 있다.



와사비의 모든 것, 타마루야


녹차/와사비/벚꽃새우 이 3가지가 시즈오카의 특산물로 꼽힌다는데(녹차/와사비는 일본 생산 절반 절반을 차지한다고), 그런 면에서 와사비를 다루는 타마루야 방문도 즐거웠다. 와사비를 엄청 즐기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곳에선 선물용 와사비와 내가 먹을 와사비를 샀다. 나는 레몬와사비를 사서 집에 가져왔는데, 종종 먹곤 한다. 꽤 맛있었다는 후기를 남길 수 있겠다(생각보다 레몬 향이 강하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니다). 생와사비도 판매하고 있는데, 생와사비의 경우 농산로 치기 떄문에 반입이 불가하다고 한다. 여행 중 직접 갈 일이 없다면 구매할 일은 없지 싶다.



시즈오카 음식의 대표, 오뎅


저녁은 아무래도 오뎅을 먹었다. 다만 '오뎅 거리'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준비하며 봐둔 가게가 끌렸기 때문인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물론 한국인에게 아예 발굴되지 않은 가게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오뎅거리의 경우 가게 내부가 굉장히 좁은데, 자리가 없거나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홀에서 오뎅 모리아와세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먹었는데, 오뎅거리의 오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오뎅을 여럿 먹을 수 있어 재밌었다. 카운터 석에 앉을 수 있었기에 오뎅을 끓이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꽤 즐거웠던 경험. 




술을 마시지 않아 주문했던 청귤 주스.
육수를 내는데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는 대파와 양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란찜이었는데, 콘옥수수가 들어가 직관적인 맛이었다
닭껍질 튀김으로 기억하는데, 기대보다 맛있었다
벚꽃새우 튀김. 맛있긴 했지만 작은 새우라 그런지 엄청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뎅 전골. 맛이나 향이 독특한 오뎅이 많았다
초밥 5종도 시켰는데, 2종은 먹고 나서 찍었다



음식을 먹고나서는 구경삼아 아오바 오뎅 거리를 갔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비교적 관광객이 익숙한 듯 지나가는 것만으로 한국어로 호객을 하기도 했다. 후기를 보면 가게가 좁다 보니 사장님 혹은 다른 손님과의 교류가 꽤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게 맞으면 굉장히 즐거운 기억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 이미 배가 부르기도 했고, 시간도 늦어서 가게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보이는 뷰가 거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줄로 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한글로 적은 낭만에 이끌려 들어갈까 잠시 생각했다


그 외에 시즈오카 시에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기도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편집샵 'Freak's Store'에서 옷을 샀던 일이다. 개인적으로 패션에 지식도 없고 큰 관심도 없는데, 이곳의 옷들은 꽤 맘에 들었다. 마침 친절한 점원과 이야기를 좀 하게 되어 더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그 외에도 시즈오카 역에 연결된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꽤 많은데, 그곳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사거나 구경하는 일도 기억에 남는다. 


말로만 듣던 이치란 라멘을 방문했던 곳도 시즈오카에서였다. 고후쿠쵸 거리 끄트머리에 있는데, 일본 여행에서 약 5-6일차에 접어들면서 무언가 '매콤'한 맛을 찾을 때였다. 이치란 라멘에서는 맵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 괜찮았다. 나고야에 이어 시즈오카까지 방문했던 가게들 중 유일하게 한국어 메뉴(...)가 준비되어 있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첫 방문인지라 그 시스템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과잉주문을 하게 되기도 했다. 


주문은 한국 인터넷에 퍼져 있는 '한국인 특화 버전'으로 했다. 꽤 입맛에 맞는 맛이었고, 각자가 개인 칸에 들어가 먹는 경험도 신기했다. 물론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주문을 마치고 나서 점원이 자리 바깥에서 거의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던 때였다. 이치란 라멘은 독서실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고 내 앞에는 주방이 있지만 그곳은 천막으로 가려져 직원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는데, 주문을 마치고 용지를 전달하자 그 천 밖에서 점원이 허리를 잔뜩 숙여 천천히 인사하는 걸 얼핏 보게 되었다. 긍정이나 부정과 관계없이 일본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시즈오카 현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무료인 현청 전망대에 오르면 시즈오카 시내를 둘러볼 수 있는 건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엔 후지산까지 보여 포인트인 곳이다. 다만 방문했을 때 몇 안되는 휴무일이라 오르진 못했고, 그 날은 약하게 비가 오는 날이라 보이지도 않았을 것 같다. 슨푸 성 공원이라거나 하는 관광지도 몇 곳 더 있는데 가지는 못했다. 



시즈오카 시는 짧게 방문했지만, 주변에 '추천하냐'고 하면 추천할만한 곳이라는 결론이다. 나고야보다 더 한국인이 없는 곳이고 그만큼 여럿 불편하긴 하지만 그 나름의 묘미가 있기도 하고 꽤 이것저것 경험할만한 콘텐츠가 있는 편이다. 특히 차를 렌트해서 인근의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리 가지 않더라도 '미호노 마츠바라' 정도는 갈 만한 것 같다. 특히 시즈오카는 '후지산 관광'의 포인트로 삼을 만한 지점이 몇 있는데, 그 점에서 시즈오카 방문은 여러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몇 가지 풍경들.


구매한 와사비와 녹차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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