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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Dec 10. 2023

후지산을 품은 호수, 가와구치코

시즈오카에서 이동한 곳은 가와구치코다. ko가 호수라고 하니, 가와구치 호수라고 생각하면 맞겠다. 후지산을 바라보는 동네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닐까 싶다. 가와구치 호수를 둘러싸고 수많은 료칸과 온천이 있고, 마을 곳곳에서 후지산을 발견할 수 있다. 


시즈오카 역에서 미시마 역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미시마 역에서 버스로 갈아탔다. 역 앞에 빵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는데, 일본 여행하는 동안 빵을 많이 먹었다. 2주간 있다 보니 일본 음식이 물리기도 했기 떄문이지만, 빵은 어떤 걸 집으나 대부분 맛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요새 한국 빵도 굉장히 맛있는 편이지만, 단가 차이가 나다보니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 Vie de France라는 가게였다.


도착했을 때 무슨 축제행진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는 데엔 작은 이슈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그 표를 인쇄해서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일본에선 직접 표를 인쇄해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표에는 좌석번호가 적혀져 있지 않았다. 그야 예매시에 좌석을 고를 수 없었기 때문이고 당연히 한국처럼 자유석이겠거니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좌석번호가 있는 표였고 그게 일반적인 듯 했다. 좌석번호가 적혀져 있지 않으니 정말 이 시간대의 표인지 알 수 없다며 태워주지 않았다. 


다행히 일행이 일본어를 꽤 하는 편이라 약 10분간 설득을 한 끝에 '일단 타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자리가 남는다면 '맞겠거니'하면서 별로 따지지 않고 태웠을 텐데, 규칙을 중시하는 모습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차후에 가와구치코 정류장에 내려서 사무실에서 확인을 꼭 해보라'는 말이 뒤따라왔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표엔 타는곳-내리는곳-시간이 정확히 적혀 있었고, 내부에 딱 2자리가 남아 있었기에 왜 이렇게까지...? 싶었다. 다만 찾아보니 '표를 사놓고 취소한 다음 구매할 때 받아둔 표를 가지고 타는 사례'가 있어 까다롭게 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와구치코 역/정류장은 꽤나 번잡한데, 그간 나고야/시즈오카에서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가와구치코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이 많았다. 중국인과 서양인이 꽤 많아 국제적인 느낌을 풍겼고, 일본인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도쿄에서 접근이 좋다 보니 여러모로 많은 사람이 찾는 휴양지인 듯 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엔 '후지큐 하이랜드'라는 놀이공원도 있어 여러모로 방문할만한 동네일 듯 하다. 정류장에서 우선 오피스에 들어가 표가 문제없었는지 확인을 하고(직원은 '타고 왔잖아? 그럼 됐어'란 반응이었다), 지도를 얻은 뒤 숙소로 이동했다.


가와구치코 역에서 약 1분만 걸으면 크기가 꽤 큰 로손이 있는데, 이곳은 후지산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만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하다 보니 오가는 관광객이 많은데 거리는 좁은 편이라 짐을 들고 있던 나로서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조금 번잡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마을 대부분이 그럴 수 있는데, 호수 가까이에 있는 곳은 좀 덜하지만 차도의 경우 그 옆 인도 폭이 굉장히 좁아서 다닐 때마다 번거로운 편이었다. 물론 애초에 차가 다닐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마을이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다. 차도 역시도 굉장히 좁아서, 큰 버스의 경우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 조금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




숙소에선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가와구치코 호수의 경우 걸어다니면서 보기엔 좀 크기가 큰 편이라, 자전거를 빌리는 편이 여러모로 편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숙소가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있다. 머물렀던 숙소는 전기자전거는 없었는데, 있었어도 일반 자전거를 빌렸을 요량이라 별로 불만은 없었다. 다만 나의 경우 자전거 타는 걸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일 뿐, 제대로 둘러보려면 기본 1시간~2시간은 자전거를 타게 되므로 평소 자전거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라면 전기 자전거를 빌리는 게 나을 수 있겠다. 숙소에서 호수까지 약 15분 정도 자전거를 탔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꽃 축제를 하고 있는 곳 까지는 약 40분 정도는 족히 자전거를 탔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선 차도와 함께 가야하는 경우도 있어 마냥 편한 길은 아니었다.



호수가 전반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역/정류장에서 봤던 인파에 비하면 '그 사람들이 다 어디 간거야?'라고 생각할 정도긴 하다. 다만 이는 호수가 넓어서 그런 것으로, 꽃 축제가 열리던 곳은 사람이 많았기도 했고 뒤에 적겠지만 로프웨이를 타는 곳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아래는 가와구치코 호수의 풍경들.

한 여름이었기에 일반적으로 아는 '눈 쌓인' 모습은 아니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꽃 축제를 하는 곳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곳 중 하나였는데, 여러 포인트가 있다. 일단 꽤 큰 규모의 기념품 상점과 아이스크림 가게 따위가 있고 꽃으로 장식한 정원같은 공간이다. 기념품 샵은 '에이 이런 곳에서 파는 걸 뭐하러 사나. 구경만 하고 안 살테다'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결국 사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지 기념품샵'의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 수준이지만, 그 물건이 꽤 다양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대부분은 후지산 위쪽 지역에 속하는 '야마나시현'의 특산품인 과일을 이용한 과자나 젤리, 푸딩과 같은 것들이거나, 후지산을 모티브로 한 초콜릿 따위였다. 꽤 한참을 구경하다 쿠키/젤리 선물을 샀다. 그리고 즉석 아이스크림도 팔았는데, 과일 향을 입힌 것으로 복숭아 맛과 샤인머스캣맛을 메인으로 한 걸 골랐다. 다만 우유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는지 빠르게 녹아 먹기는 쉽지 않았다.


맛은 '관광지 아이스크림' 치고는 꽤 괜찮았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온천에 들렀다. 자전거를 꽤 많이 탄 지라 지치기도 했고, 가와구치코엔 다양한 온천이 많았다. 다만 온천이 함께 있는 료칸 숙소를 예약한 것은 아닌지라,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에 들러 욕탕만 이용했다. 수건까지 빌리는 것으로 인당 6-8천원 정도 했던 것 같은 기억이다. 넓지는 않았는데, 노천탕이 있다는 점에서 괜찮았다.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는 수준이어서, 노천탕은 거의 혼자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왔다. 


가와구치코 호수 북쪽 방향에서는 보통 이런 뷰가 잘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자판기에 붙은 꽤 친절한 설명(?)이 눈에 띄었다


이후엔 어느새 저녁 때가 되어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일단 가와구치코는 작은 마을이다 보니 식당이 많은 편은 아니다. 또한 꽤 일찍 문을 닫는다. 원래 가려고 했던 이탈리안 식당(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이탈리안이 꽤 많은 편)은 하필 그날 조금 일찍 문을 닫았고, 숙소 인근에 있던 다른 이탈리안은 사람이 꽉 차 있어서 한참을 대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튀김 식당이나 여럿이 있었지만, 누가봐도 전형적인 관광객 대상 식당으로 보여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가와구치코엔 일본 전통식 구이 식당도 여럿 있는데, 그곳도 별로 끌리진 않았다.


대신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기로 했는데, 평소에 먹어보고 싶었던 일본 컵라면 등을 먹을 수 있어 나름 꽤 신나는 경험이었다. 

중간에 있는 건 '후지산 사이다'. 꽤 괜찮다.
니신 컵누들은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일본엔 가끔 '이런 게 왜 있지?' 싶은 한국제품이 있는데, 일본 시골 마을에서 백종원 아저씨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밤엔 숙소 루프탑에서 별을 봤다.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마을 특성상 별을 보기가 쉬웠다. 

숙소에서 보이는 마을 모습
일요일이었던 학교에선 학생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은 '후지산 파노라믹 로프웨이'를 타러 갔다. 나름 아침 일찍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줄이 꽤 길었다. 도합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이 사람들 다 어디갔나' 싶었던 관광객들은 다시 여기에 모여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가장 많은 비율은 중국인이었고, 그 다음이 서양인, 그 외가 다른 아시아였다. 가와구치코에서 한국인을 본 적은 거의 없다(물론 그저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겠지만, 수많은 관광객 인파를 생각하면 꽤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한국인보단 중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어 병기가 중국어나 영어에 비해 드문드문이었다. 


로프웨이는 말 그대로, 로프웨이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보다 가까운 곳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는 일이다. 성인 기준 왕복 900엔이니까 9천원 정도 하는 셈이다.





꽤 높은 거리를 올라오고, 호수를 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꽤 예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올라와서 둘러볼 공간이 엄청 많지는 않다. 작은 기념품 숍과 그네를 타는 곳, 종을 치는 곳, 계단을 올라가 보는 곳 정도로 말 그대로 둘러보기만 한다면 10분~15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오르러 가는 길이 꽤 험난하겠는걸... 생각했다
샵에선 간단한 음식과 기념품을 파는데, 음식은 별로였다.


번역어플로 확인한 간판. 꽤 무서운 설화를 소개하고 있다



후지큐 하이랜드도 보인다


그렇게 내려와서는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겨 다시 가와구치코 역으로 갔고, 도쿄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와구치코는 '관광객 동네'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꽤 조용하고, 즐길 거리가 여럿 있는 곳이다. 특히 유명한 료칸의 경우 후지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탕도 마련되어 있어 예약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자전거를 타며 호수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좋아서 기억에 남는 곳. 특히 전날 시즈오카 현에서 차를 타고 돌아다닐 때는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가와구치코에 왔을 땐 날씨가 좋아 후지산을 잘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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