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 요리, 완탕면, 에그와플
홍콩에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었다. 광동음식의 유명세를 기반으로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의 돈이 흘러왔던 곳이니만큼 세계 각지의 식문화가 뒤섞일 수 있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말 그대로 다양한 기반의 음식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형태로 변하고 뒤섞이며 만들어졌을 모습이 궁금했다. 다만 3박4일 동안 많은 음식을 경험하지는 못했는데, 여행 당시 강력한 태풍이 오는 바람에 음식점들이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작 딤섬 가게는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먹었던 것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1. 카페(halfway coffee)
셩완 지역의 하프웨이 카페에서 시킨 음료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왼쪽이 longan honey latte, 오른쪽이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기억한다. longan honey latte는 신기해서 시켜보았는데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거의 먹지 않았다. 다만 카페 분위기는 맘에 들었던 곳. 좁지만 그 안에 활력이 살아있는 것이 홍콩의 느낌과 일치했다.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2. 광동요리 전문점(tung po kitchen)
첫 날 저녁에 저녁식사 타이밍을 애매하게 놓쳐 늦은 시각에 방문했던 곳. 완차이 지역에 있다. 사실 다양한 광동요리를 먹고 싶어 방문했던 곳인데, 이곳은 음식보다는 다른 곳에 포인트가 있는 곳이다. '다이파이동'이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다이파이동은 노천 포장마차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실내인지라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시끌벅적한 포장마차 감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건물의 입구는 꽤나 깔끔한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마자 별도의 통로 없이 마주하는 가게의 첫번째 인상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한국의 왠만큼 시끄러운 술집에 가도 이것보다는 조용한 편일 것 같다. 그게 단순히 목소리가 커서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컬과 서양인, 관광객이 뒤엉켜 있고 가게 사장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을 멋지게 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어댄다. 옛날 중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중요한 부분에서 떼창을 하거나 흥얼거린다.
사장님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술을 권하고, 함께 건배하고, 마시고, 노래에 따라 누군가는 나와 춤을 추고, 또 그들과 누군가가 어우러지는 곳. 좋게 말하면 신나고 나쁘게 말하면 난장판에 가깝다. 게다가 그 분위기가 압도적이라 아무래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조금 조심스러워 지는데, 무심한듯 하지만 가끔 또 세심하고 화난 듯 하지만 가끔 또 웃어주며 밀당 서빙을 하는 직원들도 한 몫을 한다.
음식은 싸지 않지만 꽤 맛있고, 족히 백가지는 넘어보일 듯한 다양한 종류에 메뉴를 고르는 데만도 한참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호불호를 탈만한 음식도 있지만 그래도 취향의 차이일 뿐 잘 만들어진 요리라는 생각은 들게 한다. 다양한 손님 형태가 있었는데, 가족 외식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술을 마시러 온 젊은 이들도 있었다.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술판을 벌이는 사장님이 우리 테이블에 오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애초에 그 텐션을 받아줄만한 테이블 위주로 다니는 것 같기는 했다.
그들만의 축제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온 것만 같은 느낌이 유쾌하냐고 하면 성격상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신나는 저녁 식사를 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고 있는지, 식문화는 어떤지 관찰하는 측면에선 썩 괜찮은 공간이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이 담긴 스테인리스에 먹을 식기들을 씻는 문화가 그렇다. 홍콩에 가기 전에 얘기를 들었던 내용이었는데, 모든 식당이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메뉴가 무엇이 있나 공부해야할 것만 같은 메뉴판. cash only 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는데, '이만큼 현금이 있나?'라면서 마지막에 조금 쫄았던 기억. 홍콩의 물가가 높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곳의 음식 가격은 낮지 않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체험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아래는 시켰던 음식들. 물론 예상했던 것과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들이 나오기는 했는데, 메뉴가 너무 많아 그 중에서 잘못 골랐던 게 원인으로 생각된다. '어 내가 생각한 음식이 이건가..?'하고 시켰지만 다른 게 나왔다는 의미. 물론 아예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곳을 나오고 나서, 동행과 함께 웃었다. '내가 지금 뭘 경험하고 온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시끌벅적한 홍콩의 거리는 이 가게에 비하면 너무 조용했다. 추천하겠느냐고 하면 아무래도 쉽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지는 않는다. 체험에 의미를 두는 분이라면 갈 만하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래저래 실망할 요소들이 있는 가게다.
★★★(3/5) :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3. 호흥키(완탕면)
코즈웨이 베이에 있는 곳으로, 미쉐린을 꾸준히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내부는 '어라?'싶은 곳인데, 굉장히 현대적으로 깔끔한데 그 색채가 대부분 민트로 조금 독특한 분위기다. Hysan Place라는 쇼핑몰에 위치해있고, 보통 웨이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듯 하다. 다만 오랜 시간 먹는 느낌은 아니기도 하고, 좌석 숫자가 조금 되는 편이라 그래도 자리가 빠르게 나는 편.
완탕면은 기대한 것보다는 취향에 맞지는 않았다. 다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완탕면 자체만 놓고 보자면 맛있는 편에 속하긴 했다. 다만 제대로 된 완탕면을 처음 먹어본 경험이었다 보니 툭툭 끊기는 과자같은 식감이 주로 기억에 남는다. 이곳의 장점은 완탕면 小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것. 그 외 볶음국수나 하가우와 같은 음식도 시켰고, rice noodle rolls filled with twisted cruller도 시켰는데 중국식 꽈배기인 요우티야오를 창펀에 싼 음식으로 보였다.
음식들은 괜찮았는데,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건 '조금 더 자극적이었으면' 했던 것 같다. 물론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음식의 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보통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오는 식습관도 더해진 것이라 그 입맛에 맞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게는 그랬다. 한국의 맵고 짠 음식과는 애초에 종류가 다른 음식이니까.
다만 깔끔하고 위생적인 가게에 꽤 표준화된 맛을 낸다는 점에서 괜찮았다. 완탕면 가격은 꽤 저렴하다고 느꼈는데 다른 건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게의 위치나 인테리어를 봤을 때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볼 만 했다. 이곳에서도 합석의 개념이 있으므로 바로 옆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곳이냐고 하면, 추천. 물론 미쉐린 1스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3/5) : 적당히 갈만한 곳
4. 망고 음료(Yi fang)
쇼핑몰에 있는 망고음료/밀크티 가게였다. 대만식 fruit tea 가게라고 소개되어 있다. 대표격에 속하는 망고 음료를 시켰다. 맛있고, 정말 달았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도 '너무 달군' 싶었다. 물론 그만큼 맛있었는데, 다 먹기에는 조금 물리는 맛이었다.
5. mammy pancake : 에그 와플
홍콩식 에그와플을 파는 곳으로, 곳곳에 지점이 있다. 나는 센트럴에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곳에 있는 작은 쇼핑몰(?) 지점을 방문했다. street food central이라고 해서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과, 반대편엔 소품이나 도구 등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와플의 종류는 다양하고 음료도 판다. 가격은 비싸지 않았던 기억. 초코맛 와플을 주문했다.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맛은 아니었고,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에그와플과도 큰 차이가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조금 더 맛있다고 느꼈다. 정말 맛의 차이인지 기분의 차이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브랜드도 미쉐린에 연속 선정되었다고 한다. 별을 받은 건 아니고 길거리 음식 부문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 한 번 쯤 먹으면 좋을 만 할 거라는 생각.
★★★★ : 홍콩에서 한 번 쯤 먹어볼 만 한 음식.
분량 조절 실패로 나머지는 2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