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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Mar 27. 2024

홍콩의 음식② : 국제도시의 맛

에그타르트, 파이브가이즈, 차찬탱, 케밥과 호텔 조식

지난 1편에서 이어집니다.

*여행 시기는 2023년 10월입니다.



3박4일의 일정은 유명한 홍콩의 음식을 먹는데 충분해보였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저번 편에도 적었지만 태풍이 몰아치면서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는 했다. 그래서 계획하지 않은 식사도 있었고, 딤섬 가게도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러 음식들을 맛볼 수는 있었는데, 시간 순이었지만 묶어 놓고 보니 세계의 음식이 홍콩과 어떻게 섞이고 있는지를 발견한 기록들이기도 했다.


1. 에그타르트(타이청 베이커리)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보통 옆에 있는 마카오식과 비교가 되곤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에그타르트 '원조'는 포르투갈이라고 해야 할텐데, 실제로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마카오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와 굉장히 흡사하다고 한다. 홍콩의 경우 살짝 다른데, 가장 큰 차이는 포르투갈 식은 페스츄리라면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쿠키같은 타르트라는 점이다. 


달걀 부분이 그냥 샛노랗다


그리고 계란 맛이 조금 다른데, 커스타드라고 떠올리면 쉽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포르투갈 식을 더 선호한다. 커스타드화된 계란을 그렇게 선호하지도 않고, 쿠키보다는 페스츄리 질감을 더 즐긴다. 그럼에도 이 에그타르트가 맛이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충분히 맛있는 에그타르트다. 이곳이 나름 유명한 곳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 취향이 아닐 뿐 괜찮았다. 



★★★★(4/5) : 홍콩에 왔으니 먹어보면 좋다



2.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나는 노스포인트 지점을 방문했다.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숙소 앞에 있는 곳이었다. 이미 이날 저녁은 태풍의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돌아다니던 때였기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던 기억이다. 그러니 숙소 앞에서 저녁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문을 연 곳도 마땅치 않았고 여행 당시(2023년 10월) 한국에 파이브가이즈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시끌시끌했을 때여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당시엔 강남점 밖에 없었는데 웨이팅이 만만찮은 터라 홍콩에서나 먹어보자~란 마음이었다고 할까.


'감자튀김은 짜야 맛이다!'라는 내 입장에선 최고였다


들은 대로 땅콩이 무료였고, 은박지에 버거를 싸줬으며, 감자튀김의 양은 참 많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맛있는 한끼였다.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태풍이 와서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도 나오는 데 꽤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나는 올더웨이를 먹었다. 당시 한국점 후기에서 생각보다 건강하다고 하다는 평가를 알고 먹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 느낌이었다. 물론 당연히 건강한 맛은 아니고, '미국의 폭력적인 버거'라는 예상에 비해 밸런스 잡힌 맛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맛'은 아니고 기름진 맛이지만, 밸런스가 잡힌 맛이다. 물론 은박지에 싸서 주는 만큼 수분 탓에 빵이 전반적으로 '물컹'해지는 느낌은 있지만,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감자튀김과 식초였다. 땅콩기름에 튀긴 감자튀김은 그 자체로도 맛있었는데, 당시 놓여있던 식초와 곁들이는 게 개인적으로 입맛에 맞았다. 하인즈 몰트 식초가 사기였던 것이다. 차후에 한국에서 방문했을 때도 식초가 있었는데, 같은 제품인지는 모르겠다(한국은 제품 째로 놓여져 있지 않았다)


한국에도 하인즈 몰트 식초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파이브가이즈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자기애 강한 친구'라는 점


★★★★(4/5) : 맛있는 햄버거. 홍콩에서 꼭 먹어야 하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겠지만...


https://maps.app.goo.gl/Bua9bPwJMKMKvkCs6


3. 차찬탱(Fortress Kitchen)


아침식사로는 차찬탱 집에 갔다. 사실 홍콩에서 가장 기대한 식사는 딤섬과 차찬탱이었기 때문에, 차찬탱 방문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 앞에 있는 곳이었는데, 줄을 서기는 했다. 내부는 꽤 깔끔했고, 관광지의 차찬탱보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맛있어서 홍콩 내에서 가장 만족한 식사였다. 다만 메뉴가 조금 헷갈렸는데, 세트 메뉴가 있고 또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뉘어져 있는 식이라 한번에 알아보는데 애를 좀 먹었다. 원래 홍콩식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싶었는데 그건 먹지 못했다(런치에 판다고 했던 것 같다)


내부 사진. 테이블마다 나뉘어 있어서 합석의 가능성이 낮은 구조였다


주문한 메뉴는 소고기 국수(satay beef noodle)였는데, satay는 동남아 고기 꼬치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걸 시킨 건 여행 전 보았던 영상들에서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기에서 '생각보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는 평가도 있어 꼭 체험해보고자 했다. 그 외에 기본 빵을 파인애플 번으로 업그레이드한 것과 새우볶음밥, 밀크티와 레몬티, 홍콩식 핫도그를 주문했다. 홍콩식 핫도그는 메뉴를 보다가 예전 백종원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 나왔던 게 기억나 주문했다.



소고기 국수는 익숙한 듯 다른 맛이었는데, 고기는 낯선 향신료 향이 나는데 국물은 또 익숙한 사리곰탕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면도 라면 면이라 익숙하다. 동행은 전반적으로 맛있어했고, 나의 경우는 고기는 취향은 아니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막 맛있다!라며 입에 맞을 정도는 아닌 느낌. 다만 고기를 제외한 면+국물은 한국인 입맛에 꽤 익숙한 정도라서 대부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입만 먹어보았는데, 괜찮은 맛이었다


핫도그는 기대했던 만큼 맛이 풍성하지는 않다. 단순한 맛이다. 빵과 소스, 소시지의 조합 그대로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소스가 조금 더 많았거나, 조금 더 맛 하나를 받쳐준다면 완벽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완성도를 따지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토스트에 잼발라 먹는 것처럼 간단한 맛으로 먹기 좋은 음식이라는 느낌이었다. 



가장 맛있었던 건 파인애플 번. 홍콩에서 먹은 것 중에 감히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되겠다. 사실 파인애플 번이야 말로 간단한 맛이다. 우리네 소보로빵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거기에 버터를 넣고 먹는 맛이니 대단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간단한 변주가 너무 맛있어서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다. 스크램블 에그와도 같이 먹어 보았는데,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고 따로 먹는게 더 맛있었다. 파인애플 번은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는 음식이었다. 이름은 파인애플 번이지만 사실 파인애플과는 관련이 없고, 울퉁불퉁한 모습이 파인애플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가게를 나와서 파인애플 번만 따로 포장해가려고 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태풍의 위력을 잘 모를 때라 넘어가서도 살 수 있을 줄 알고 안 샀다. 후회되는 점이다.



레몬티 맛있었다. 이 역시도 소보로-파인애플 번 정도의 차이라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맛있었다. 홍콩 가기 전에 보았던 유튜브에서 '홍콩의 레몬티는 무조건 레몬을 조져줘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조져서 먹었다. 레몬티를 맛있게 먹고는 결국 돌아가는 길에 홍콩 레몬티 pet 제품을 굳이굳이 사서 한국에 돌아왔다. 무겁기만 하고 액체인데다 까다로워서 귀국길에 챙길 만한 물건은 아니겠으나, 내겐 레몬티가 홍콩의 기억 중 하나라 어쩔 수 없었다. VLT와 네스티 제품을 챙겼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가끔씩 맛을 보며 홍콩을 추억했더랬다. 이건 꽤 나름 유의미한 일인데, 사실 내가 카페인에 취약해서 원래는 홍차류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날 차찬탱에서의 식사는 다 합쳐서 약 3만원 정도였는데, 홍콩에서 먹은 끼니 치고 저렴했다. 


★★★★☆(4.5/5) : 파인애플 번과 레몬티를 먹으면, 여기가 홍콩이구나.


https://maps.app.goo.gl/Vzkfu1z9rTvM9Jcq7


4. 길거리 피쉬볼과 케밥


이 날 오후는 구룡반도로 넘어왔을 때였는데, 본격적으로 태풍이 들이닥쳤을 때였다. 원래 숙소에 체크인하고나서 낮에 바로 나갈 계획이었으나, 바람이 너무 세서 나가지 못했다. '저녁이 되면 조금 더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숙소에 대기하다가 저녁이 되서 '그래도 나가나 보자'고 길을 나섰는데, 태풍의 위력은 여전했다. 버스는 물론이고 택시도 다니지 않고 모두가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한국인 특성상 '에이 그래도 실내 쇼핑몰은 열었겠지'하고 쇼핑몰로 걸어갔다. 사실 걸어가기엔 꽤나 먼 거리였다. 하지만 어떤 교통수단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중간에 그 유명한 제니베이커리도 들렀지만 역시 문을 닫은 상태였다.


30초마다 뒤집어지는 우산을 쓰고 사람이 텅 빠진 구룡반도를 한참을 걸었다. 발을 비롯해서 몸 구석구석이 젖은 상태였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니 문을 열은 반가운 존재가 보였는데 길거리음식 가게였다. 원래 피쉬볼이 궁금하기도 했고 가장 덜 위험해 보여서(?) 주문했는데, 안쪽 깊숙한 풍경을 우연히 보았다가 나는 입맛을 좀 잃고 말았다. 피쉬볼의 맛이 크게 나쁘진 않고 딱 길거리 음식 수준이었는데, 아까 보았던 풍경 때문에 위생에 대한 불신이 생겨 하나만 먹고 말았다. 동행은 '맛있는데?'라고 했다. 사실 뭘로 보나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애초에 난 유통기한 한참 지난 음식도 별 신경쓰지 않고 먹어오는 훈련도 해왔다)게다가 그때는 눈 앞에 둔 쇼핑몰 가게들이 열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을 때라 더 '굳이 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것도 있다.

  


물론 그 생각은 덧없는 희망이었는데, 6시-7시 정도 되는 시각에 쇼핑몰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물론 입장은 가능했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거나, 닫고 있었다. 태풍이 오나 뭐가 오나 출근하는 한국인은 '태풍이 와도 실내 쇼핑몰은 제 시간 영업하는 거아냐?'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한국인이나 하는 태평한 생각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그 인근엔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태풍으로 그 누구도 길거리에 나다니지 않았지만 한국인들만 '실내는 열었을 것'하고 돌아다녀서였다. 물론 모두가 '여기도 닫았네'라며 실망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줄 수 있냐고 했을 때 직원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태풍이 오는데? 태풍 와서 아무것도 안다녀'라고 할 때 눈치를 차렸어야 했지만 이미 뒤늦은 일이었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걷는 것 밖에 없었다.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먹으려고 눈에 보이는 세븐일레븐을 들어갔지만 거기도 문을 닫아버렸다. 차도 다니지 않고,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은 홍콩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강렬하다. 오죽하면 차도를 걸어다녀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였다. 태풍이 와도 도시가 돌아가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은 태풍이 온다는 이유로 도시 전체가 문을 닫은 풍경이 생경했다. 


하지만 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차라리 즐기자는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문을 연 케밥집이 보였다. 건물 1층에 작게 자리한 곳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약 30분 간 봤던 가게 중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이었다. '그래, 케밥이라도 먹자!'며 놓친 딤섬을 기억에서 지우고 케밥을 시켰다. 이들은 아주 친절했고, 숙소에 돌아와 먹은 케밥은 맛있었다. '뭐라도 사먹자'란 마음에 추가로 주문한 바클라바 역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맛이었다. 그렇게 숙소에서 케밥과 바클라바, 원래 들고다니던 신라면 생라면을 먹은 게 그날의 저녁식사였다. 기대하던 딤섬 집도 아니었고 홍콩 음식도 아니었지만, 정말 잊히지 않을 음식이고 맛이었다. 



이곳만 영업 중이라는 사실은 그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몇 안되는 사람들 모두를 이 곳으로 불러오게 되었는데, 어떤 중국인(광동어를 쓰지 않는 중국인 관광객 같았다)과 점원의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영어로 그 소통을 도와줬던 경험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 관광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눈치챌 수는 있었고 대신 영어로 소통했던 기억이다(물론 동행이 영어를 잘해서 수월했다). 어차피 우리 모두 이 태풍이라는 재난에서 계획이 어그러진 사람들인데, 서로 도와주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마음이었다. 


정말로, 시간이 지나서는 즐거워졌다. 사람도, 차도 없는 홍콩 거리를 비를 맞으며 활보하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냐는 마음이었다. 물론 가녀린 내 우산은 끝내 숙소 앞에서 결국 박살나고 말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젖은 양말과 옷을 말리는 데에도 고생이었는데,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그래도 '재밌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홍콩에서의 식사가 끝났다(원래 생각에 없던 호텔 조식도 다음 날 결국 먹었다)! 


케밥 : ★★★★(4/5) 세상엔 추억으로 맛있어지는 것들이 있다


5. 호텔 아이콘 조식


마지막 날 묵었던 곳은 호텔 아이콘이었다.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고 하는 점에 끌려 (무리해서) 예약한 곳이다. 조식이 맛있기로 리뷰에서 유명했는데, 조식의 가격이 한국의 유명 호텔들 조식 가격보다 저렴해서 (사실 어제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 체험해보기로 했다. 홍콩 음식과 서양 음식, 일본 음식(홍콩엔 일본의 흔적이 정말 많았다)이 뒤섞여져 있었다. 맛있냐고 하면 괜찮았는데, 생각보다 입에 맞지 않거나 아쉬운 것도 많았다. 그래서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홍콩 음식이 재밌었던 건, 다양한 국가의 맛이 섞여서였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영국식 느낌으로 변형한 홍콩 에그타르트,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최근엔 한국에도 대부분 들어왔지만, 홍콩은 옛날부터 이런 글로벌 식당들이 긴 시간 자리해왔다), 광둥 음식과 서양 음식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차찬탱, 밀크티와 레몬티를 자주 마시는 습관,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해외 음식(케밥도...)까지. 그 변주 하나하나가 재밌는 스토리였다. 심지어 홍콩을 떠나는 날 아침에 먹은 호텔 조식도, 여러 국가 스타일이 뒤섞여 있었다. 다양한 음식과 그 변주와 조합을 만날 수 있는 곳, 홍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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