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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ug 22. 2024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4

단점뿐이라도 좋아하게 된 드라마

© Netflix


엄브렐러 아카데미 (The Umbrella Academy)

단점뿐이라도 좋아하게 된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 (The Umbrella Academy)'가 시즌 4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본 건 엘렌 페이지가 출연하는 SF드라마여서였는데, 생각보다 이상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고 결국 끝까지 정주행 하게 된 시리즈가 됐다. 아마 시즌 3을 리뷰하면서 '이번 시즌은 뭔가 할 것 같으면서 결국 중간에 그친 느낌이라 다음 시즌엔 반드시 분명히 보여줘야(결정지어야)한다'라고 남겼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지막 시즌인 시즌 4에서도 결국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싫어하게 됐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런 완벽함 때문이 아니었다.


© Netflix


다양한 구성과 이야기가 있지만 큰 얼 게로 보면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저마다 부족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들이 루저임을 숨기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흔히 루저로 묘사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처음 수면 위로 등장했을 땐 신선했지만, 이제는 사실 식상한 루저물이 훨씬 더 많은 터라 더 이상 루저가 주인공이라는 이유 만으로 흥미나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그럼, 이 작품은 다른 루저물들과 조금 다른가 하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이들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도 가끔은 너무 견디기 힘든(그 의도가 너무 보여서) 설정, 장면들도 많고, 그렇다고 진지해질 때 이야기의 힘이 더 강해지지도 않는 편이다. 결국 누군가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루저들이 주인공인 다른 이상한 시리즈들과 특별한 차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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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류의 드라마, 그러니까 이상한 설정을 견디거나 혹은 그런 이상한 취향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게 됐던 시리즈가 끝이 날 때쯤엔 마치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보상인 양 의미 있는 결말에 이르러 그간 별로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대중들에게 재평가를 받게 되는 작품들도 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이미지는 흡사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완성도 면으로 보자면 시즌이 갈수록 떨어지는 편이고, 특히 시즌 3과 4편은 팬들 만이 애정으로 시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즌 3가 완성도 면에서 아쉽게 끝이 났을 때 내심 시즌 최종장엔 '기묘한 이야기'처럼 (물론 '기묘한 이야기'는 아직 최종장을 선보이지 않았지만) 대서사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기대처럼 되지는 못했는데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가 스스로는 그런 최종장을 선보였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이건 위대한 결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조금 갸우뚱하게 되는 결말이라는 점이 결국 시즌 4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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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다른 이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드라마가 됐다. 대중적 취향은 물론 괴팍한 취향을 갖은 이들에게도 완성도 측면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좋아하던 시리즈가 아쉬운 마무리를 하게 되면 종료와 함께 애정도 빠르게 식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좋아하면서도 별도로 찾아보지 않았던 뒷 이야기들과 캐스트들의 촬영장 모습, 각종 인터뷰 영상들을 지금까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볼 정도로 이들을 더 좋아하게 됐다. 진짜 말도 안 되고 서사가 특별히 탄탄하고 강렬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나도 이 유사형제들과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멤버/형제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근래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들이 됐다. 그들과의 이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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