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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Sep 14. 2024

146. 원영적사고가 필요해

하나씩 해결해간다!

차가 고장 났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인젝터 등이 문제가 생겨서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수리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완치는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운전 중 갑자기 '턱'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 기운을 느낀 지 1분도 되지 않아 엑셀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고, 결국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 길 한가운데에 우뚝 서버렸다. 평소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은 지하차도라 '제발 지하차도만 벗어나서 서라!'라는 심정으로 핸들을 꽉 움켜쥐었었는데, 안타깝게도 지하차도를 다 빠져나오지 못한 지점에서 멈춰버렸다. 긴급하게 안전조치를 취하며 견인차가 오길 기다렸다. 뒤 따라오는 차들을 향해 한참이나 손을 휘져어 교통정리를 한 탓에 멘탈보다도 팔이 더 아팠다.


그렇게 가까운 정비소로 견인되었다가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서비스센터로 다시 견인되었다. 서비스센터에는 입고된 차들이 너무 많아 당일은 입고조차 할 수 없었고 다음 날 전화로 상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아뿔싸. 가장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여러 곳의 부품을 한 번에 교체해야 하는 대수술로 적지 않은 비용, 아니 아주 큰 수리비용이 나왔다. '어떻게 할까요?'라는 수리기사분의 말에 중고차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리 비용이라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탄 내 차는 추석연휴 내내 수리센터에 머물게 되었고, 나 역시 10년 만에 다시 뚜벅이가 됐다.


집에서 가게까지는 자차로 가면 그리 오래 걸리는 편이 아닌데 대중교통으로는 조금 복잡한 편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중간에도 걷는 구간들이 있다. 하루이틀이라면 무리하더라도 택시를 이용하겠으나 거의 일주일 넘는 기간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9월임에도 다시 시작된 폭염으로 인해 10년 만에 이용하는 대중교통 루트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제법 걷고 또 이어폰으로 음악을 집중해 들으며 이동하는 시간들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좋았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음악이나 팟캐스트 등을 듣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어폰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안 그래도 최근 오래된 재즈 명반들부터 다시 듣기를 하던 중이었는데, 세상과 노이즈 캔슬링하고 듣는 재즈 앨범들은 차 밖 풍경들과 함께 더 잘 녹아들었다.


사실 요 며칠간은 멘탈을 잡기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떨어진 매출과 높은 임대료 등으로 또 다른 대출이나 매장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을 강요받기도 했고, 응급실까지 갈 정도로 아팠던 아이는 결국 며칠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다행히 지금은 퇴원했고 다시 건강해졌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본래 참여하기로 했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마켓에는 불참하게 됐다). 그 와중에 차도 길에서 갑자기 서버리는 바람에 안 그래도 힘겨워하는 주머니사정에 큰 타격을 입혔고, 주말 스테프분도 사정상 관두셔서 이번주부터는 주말에도 내가 가게를 지키게 됐다.


너무 많은 (좋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니 '도대체 얼마나 잘되려고 이런 일들이 생기나'라는 원영적 사고도 들지 않았다. 다만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한 가지씩 처리해 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퇴원했고, 주말에 출근했으며 자동차는 아직 수리 중이고 자금조달도 아직 진행 중이다.


아, 재즈 앨범들 말고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은 파란노을의 앨범이다. 앞으로 더 이상 라이브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최근 있었는데, 아쉽지만 앨범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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