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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Sep 07. 2018

디자인 연구자에게 글쓰기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을 읽고

남을 설득하는 논리적 글쓰기는 우리 삶에 필수적이다. 논리적 글쓰기 능력은 문학 글쓰기와는 달리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는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시간 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 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설득하는 글을 잘 쓰려면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하며 글쓴이의 주장을 논증하며 읽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는 발췌 요약을 추천한다. 단순히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를 탐색하면서 읽고, 더 나아가 그것의 원인을 추론하면서 읽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텍스트라도 요약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요약될 수 있다.


정리된 생각을 잘 나타내려면 올바른 표현을 활용하여 읽기 쉬운 글을 써야 한다.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양서를 바탕으로 추상적 개념을 담은 어휘를 익히는 것이 좋다. 읽기 쉬운 글은 간단 명료하며,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자연스럽다. 사유는 텍스트를 통해 구체화되고, 텍스트는 독자에 의해 글이 된다. 따라서 쓰인 글은 남에게 읽혀야 한다. 보여주기에 부끄럽더라도 누군가에게 읽혀야만 글이 는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제한된 분량의 글쓰기를 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글에 담길 글쓴이의 생각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글이더라도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없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도 설득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에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업이다. 글을 다루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이것을 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편이 현명할 테다. 디자인 연구자로서 우리는 글쓰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글 읽기는 디자인 연구자에게 가장 쉽고 빠른 사용자 조사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기에 다양한 사용자 조사 방법론이 발달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 사용자 조사 방법론은 비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연구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초기 단계에 무작정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관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편,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으므로 타인의 삶을 관찰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비록 연구자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듣는 것만큼의 풍부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지라도 글 읽기는 경제적인 사용자 조사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글쓰기는 디자인 연구자가 타 분야의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글은 이미지나 영상에 비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문자로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시대적인 매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글은 다른 정보 매체에 비해 표현의 폭이 넓다. 소설의 미묘하고 섬세한 표현을 영화에서는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시각적인 매체로 의사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디자인 전공자에 비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그런 느낌으로 해주세요” 라는 요청에 디자이너는 속이 터진다. 디자인은 다른 분야로의 교량 역할을 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해야 하며, 가장 보편적인 정보 매체인 글로써 소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영어 논문을 써야 하는 디자인 연구자가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필자는 어휘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모국어로 생각하고 글의 구조를 잡되 외국어로 글을 쓰면 한국인도 영어로 된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쉽게 읽히는 글은 단어의 어울림과 단어의 궁합을 제대로 알아야 쓸 수 있다. 디자인 논문은 특성상 일상 용어가 자주 사용되며, 정성 연구의 시사점은 추상적이고 감성적일 때가 많다. 따라서 영어로 된 학술 논문을 쓰는 디자인 연구자는 더더욱 영어 어휘력에 능할 필요가 있다. 영어 단어장보다는 저자가 추천한 바와 같이 추상적 개념을 담고 있는 어휘를 익힐 수 있는 영문 교양서 또는 소설을 손에 들자. 


글은 목적이 있고 (기능성), 독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야 하며 (사용성), 글쓴이의 개성을 담아 매력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심미성) 점에서 디자인과 닮아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역량은 읽기 쉽고 매력적인 글을 쓰는 데 충분히 잘 적용될 수 있으며, 감성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병행하는 디자인 연구자에게 글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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