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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은지 May 07. 2021

제1저자의 역할

연구자가 연구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Albert, T. & Wager, E. (2003). How to handle authorship disputes: a guide for new researchers. The COPE Report 2003.


논문을 제출하는 과정은 1) 참신하고 의미있는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2) 어떠한 속임수 없이 윤리적인 태도로 연구를 수행하고, 3) 연구 결과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읽기 쉽고 보기 좋은 글을 쓰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에는 최소 1명 이상의 공동 저자가 함께 한다. 


맨 처음 국제학회에 논문을 제출해 본 것은, 연구실 선배의 논문에 2저자로 참여하면서였다. 실험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과 분석, 논문 집필, 이후 학회 발표자료 작업까지 함께 했고,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던 나는 ‘2저자니까 이만큼만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내적 동기뿐만 아니라, 논문의 1저자인 선배가 나에게 명확한 동기와 역할을 부여한 덕분에 이런 저런 고민 없이 연구 과정을 수행하고 훈련하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듬해, 나에게도 1저자로 논문 프로젝트를 주도할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선배가 2저자로 참여했고,  선배는 논의하거나 분담해야 할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안그래도 나보다 선배인 사람에게 역할을 나눠준다는 것이 어려운데, 나도 내 연구 주제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몰라 헤매던 와중이라 명확한 역할을 주기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제 막 연구에 대해 첫걸음을 뗀 석사과정이었던 터라, 논문을 학회에 출판하는 것의 의미나 저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논문의 제1저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본 레포트에서는 ‘연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 (...made the greatest contribution to the research)’을 1저자로 정의하고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연구에 기여한다’는 표현은 연구 활동에 국한된 것처럼 느껴진다. 연구의 틀을 짜고 실험을 수행하고 논문을 집필하며, 출판 후에는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활동 말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연구의 전반적인 활동을 주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연구팀을 매니징하는 역할’이다. 연구팀을 꾸리고, 공동 저자들의 역할을 정하고, 각 역할에 맞는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연구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제1저자의 역할은 마치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과도 같다. 연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내 협업 문화는 구성원 간의 시너지를 내고 아웃풋을 극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트업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팀워크를 다지는 데에 집중하는 것일테다.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모인 저자들 역시 일종의 태스크 포스 (TF)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1저자는, 이 TF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팀원 (공동저자)들의 동기를 자극하고, 협업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때로는 저자들 간의 갈등도 다룰 필요도 있다. 연구자가 연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성과 리더십도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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