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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의 잡동사니 시즌 2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잡동사니 그 자체인 나의 박사과정을 소개합니다

by 우은지

2017년도 가을, 석사과정으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석사를 마치고 이어서 2019년 가을학기부터 박사과정이 시작됐다. 박사 4년 차가 되던 해인 2022년부터 줄곧 '이번 학기엔 디펜스 할 것 같아'라며 장담하던 나는, 마침내 2025년을 맞이했다. 이제 가족/친구들도 나도 졸업시기를 입에 올리는 것이 머쓱하다. (그렇지만 올해는 진짜로 할 거라고..)


그 사이 20대였던 나는 30대 중반이 되었다. 아부지는 환갑이 지났고, 나는 결혼을 했다. 학부 동기들 뿐만 아니라 대학원 동기들도 하나 둘 교수 임용이 되고 있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는데 나만 홀로 박사과정이라는 상태에 영원히 멈춰있는 듯 하다.


내가 안일하고 현재에 안주한 탓에, 졸업하지 '못'한 것일까?


나는 오지랖이 넓고 세상에 관심이 많다. 목적지를 향할 때 지름길로 빠르게 가기보다는, 가는 길에 건물 구경, 사람 구경, 새 구경, 흐르는 강물 구경... 빙 둘러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편이다. 사실 빨리 도착해서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남들이 빨리 가길래 조금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지. 그보다는 딴 길로 새서 겪는 일들이 훨씬 재미있고, 그 경험들로부터 회복 에너지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천성인가 싶기도 하다. 과학고~ 학부시절 룸메이트를 했던 단짝친구도 '너는 늘 변함없이 딴짓을 하고 있었어.'라고 평가한다.


석사과정은 2년 안에 끝내야 했기에, 일주일에 도합 5시간밖에 자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논문과 연구실 생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그 시간들. 하지만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덜컥 걱정이 됐다. '앞으로 최소 4년을 오로지 박사학위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진할 수 있을까?'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가족과 친구들에겐 늘 바쁘고 시간 없는 사람으로 남고, 연구실 밖 세상과 단절된 채 사는 삶이 나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스물아홉의 나에게 박사과정을 하는 4+a년은 결코 깜깜이 시간이 될 수 없었다. 그 시기는 내 젊은 날을 소중한 경험들로 채우고, 그 때에만 마주할 수 있는 가치들을 발견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박사과정은 박사학위를 얻기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 박사과정은 여타 모범적인 박사님들과의 여정과는 달리, 조금 복잡하고 잡다한 것들이 뒤섞인 '잡동사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잡동사니 같은 나의 박사과정을 돌아보며, 나는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그 성장의 지점들 속에 어떤 의미와 배움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려 한다.



글감 목록


지금 생각 중인 차례는 다음과 같으며, 3주에 한 편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혹시 읽는 분들께서주제나 순서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다.


1. 박사 첫 학기에 휴학 프레젠테이션을 한 신입생

2. 지도교수에게 배우는 것 1: 언쟁이 아닌 토론하기

3.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리서치 다이어그램들

4. 설득에 실패한 제안서와 연구논문들

5. 기나긴 박사과정에서 자존감 지키기

6. 연구실에서의 연차별 성장과 고민

7. 대학원에서의 사교생활

8. 지도교수에게 배우는 것 2: 내 연구를 셀링하기

9. 학생이 아닌 박사로서 세상에 드러나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10. 박사과정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라는데

11. 박사과정이 결혼해도 될까

12. 박사과정, 끝이 아닌 과정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라는 타이틀에 대해


내가 대학원에 입학하던 해에 박사 졸업을 하신 한 선배가 있다. 공교롭게도 그 선배도 '우 박사'였다. :)

그 선배가 박사과정 디펜스를 준비하며 위안을 얻기 위해 연재했던 브런치북 시리즈가 바로 <박사과정의 잡동사니>였다. 내가 박사과정을 고민하던 시절, 이 시리즈를 참 열심히 읽었다. 디펜스를 앞둔 요즘도 종종 찾아읽곤 한다.


선배가 글을 쓰며 위로받고 또 나 같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디펜스를 기다리는 이 시점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길을 걷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박사과정의 잡동사니 시즌 2'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북을 연재해도 괜찮겠냐는 제안을 드렸다. 오랜만에 연락드렸는데, 선배는 반갑게 또 기쁘게 이 타이틀 사용을 허락해 주시고 응원해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직 '박사과정의 잡동사니'를 읽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브런치북] 박사과정의 잡동사니







박사과정은 학위를 얻기 위해 빨리 끝마쳐야 할 레이스이기보다는, 내 젊은 날의 소중한 경험과 가치들을 마주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박사과정은 복잡하고 잡다한 '잡동사니'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브런치북은 그런 잡동사니 같은 박사과정을 돌아보며 성장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배움과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디펜스를 앞둔 나의 이야기이자,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공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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