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거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치관,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에는 주목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가진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라면서 인지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을 때 혹은 자신의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곧잘 확증편향에 빠지곤 한다. 문제는 자신이 확증편향에 빠진 채로 결정 내렸음을 알지 못하는 데 있다. 잘못된 결정에 이르게 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체계적인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른 타인의 주장과 근거를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다. 자신이 바뀔 필요가 없는 근거만 골라서 수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시커스(Seekers)라는 종교단체는 종말이 온다고 예언한 적이 있었다.1) 1954년 12월 21일 대홍수에 의해 세계가 멸망한다는 종말 시나리오였다. 물론 자신들의 신을 믿으면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홍수로 멸망하기 전에 우주선이 나타나 자신들을 구조해 줄 것을 그들은 진심으로 믿었다. 신도들은 생업과 재산을 정리하고 종말과 구원의 날을 기다렸다. 12월 21일 종말의 시간이 다가올 무렵 신도들은 모여서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었다. 마침내 자정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을까? 모임 장소 여기저기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집기가 부서지는 아수라장이 되었을까? 놀랍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정을 넘어 새벽 4시에 다다랐을 때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미소를 머금고 편안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여러분들의 기도로 신이 종말로부터 세계를 구해 주셨습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는 말은 무색해지고 합리화의 동물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집단 내에는 과학자가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이토록 체계적인 착각과 잘못된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 1957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본 사례에서 출발하여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발표했다.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신념을 동시에 가졌을 때 내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쪽의 신념을 수정해서 자기합리화하는 과정에 이르게 된다. 이런 인지부조화 때문에 우리 일에서 실적만큼 평가받지 못했다고 여기고, 운이 없었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행동해서 부당한 경쟁 속에 휘말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인식한다. 내 상사가 무능하여서 나의 장점이 묻혔다고 느끼고, 고위 임원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작 우리는 인지적 결함으로 인해 사실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이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함이다. 무능으로 인해 왜곡되고 편협한 자기합리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무능해서 결점을 고치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실패의 늪이다. 사람들이 내 말을 신뢰해 주지 않거나,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외톨이처럼 되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얻는 것도, 불공정한 평가 속에서 분노하는 것도, 여러 가지 속상한 일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에 걸려 타인을 삐딱하게 보거나 환경을 탓하고 있지 않은지 자기 점검을 해 볼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1) Julie Beck, 「The Christmas the Aliens Didn’t Come」, The Atlantic, December 18,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