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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Aug 19. 2024

2. 삶은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M.스콧 펙이 저술한 도서 ‘아직도 가야 할 길’ 맨 첫 문장에서는 삶은 고해(苦海)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아침에 읽어나 씻고 입고 먹는 문제부터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일상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가득하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해야 한다, 식사 중에는 아침에 잘 차려입고 나온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바쁜 일과 속에서 화장실 볼 일 때문에 곤란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런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잘 해결해 나간다.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또 때로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문제들보다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다루어 나간다. 인간관계 속의 갈등이나 생애 주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선택의 순간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는 무척 취약하다. 많은 경우에 마음속의 문제는 알게 모르게 회피해 나가거나 왜곡된 해석을 가지고 변명하며 문제를 외면한다. 그 과정에서 환경을 탓하거나 타인의 부족함을 이유로 나 자신의 무능함은 애써 가리려 한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는 해결되지 않는 근심이나 복잡한 덩어리로 남은 이슈들을 안고 있다. 크든 작든 내 안의 그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비로소 더 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진정으로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면, 즉 진정으로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삶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된다. 일단 받아들이게 되면 삶이 힘들다는 사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캇 팩 박사는 삶이 가지는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삶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했다. 이는 삶의 고통에 대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제시하는 문제를 인정하고 직면할 것에 대한 촉구이다.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지 못하고, 풀어야 할 온당한 삶의 물음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 때문이라 생각하거나 어떤 환경을 탓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회피는 문제를 방치하고 더욱 키우게 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감수할 건설적 고통을 직면하지 못하고, 문제를 회피하고 합리화하며 삶을 속이는 것은 우리 삶을 녹슬게 한다.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때 얻어지는 정신적 성장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불편한 수용 대신 편리한 왜곡을 선택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도전하려 할 때 쉽사리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여서 안되고, 혼자인 게 눈치 보여서 안되고, 돈이 없어서 안되고,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안된다. 너무 뚱뚱해서 안되고 너무 말라서 안되고 더워서 못하고 추워서 못한다. 남자라서 안되고 여자라서 안된다. 강아지 때문에 안되고 고양이 때문에 안되고, 국가 정치 현실이 형편없어서 안되고, 특정 당이 집권해서 안되고,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들 때문에 안되고 세계 경제적 현황이 어려워 안된다. 사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안되어야 내 무능을 가릴 수 있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은 고해다. 그리고 우리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다. 그 모든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삶은 의미 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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