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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Nov 21. 2015

나는 글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브런치의 여러 작가들 글을 보다 보면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느끼게 된다. 구독자가 30명을 넘긴 상황에서 쓸 주제는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즐거워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너무 딱딱한 생각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나무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내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내가 언젠가 사람들이 모두 인정할 만한 지위를 가지게 되어 뭇사람들의 선망을 받을 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내 삶의 조각들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다. 내가 살던 그때 그때의 모습들을, 아무런 더하기 빼기 없이. 그러기 위해선 내가 글을 잘 써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건 이 때를 위한 연습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내 의도대로 써내릴 수 있도록.


내가 현재 글을 쓰면서 아무런 감동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내가 글에 대한 꿈이 없었다면 나는 굳이 '작가'가 되어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분명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방에만 박혀 있는 내게, 말이 통하지 않는 가족들 대신에 대화할 상대가 생긴다. 물론 그 상대는 말수가 적어 가끔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 툭툭 던져주는 공감의 말들이 내게 생각지 못한 커다란 위로를 선물한다. 내가 투정을 부리면 어린애처럼 구는 나를 꾸짖는 가족들과는 달리, 어떤 사람들은 나를 감싸기도 하고 내 글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들, 누군가의 구독, 누군가의 댓글, 누군가의 라이킷. 이게 없다면 내 꿈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난 이미 더 이상 글을 쓸 힘이 남아있질 않을 것이다.


나는 하루종일 방에서 혼자 심심하다. 아득한 어제, 가까운 어제를 번갈아 가며 곱씹는 일은 가끔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이불을 차게 만들며, 무엇보다 따분하다. 멈춰만 있으면 다행이게, 어쩔 땐 벤자민 버튼의 시계를 따라 삶을 역행하는 기분까지 든다. 슬픈 어제를 사는 요즘 나의 슬픔을 덜어 주는 건 글을 쓰는 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랑 이야기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한다. 물론 내 글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필력이 모자라거나, 글 참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도 상관 없다. 나는 당분간은 계속 글을 쓰려고 한다.


솔직히 사람들이 왜 내 글을 구독했나 싶을 정도로 나는 글 쓰는 데 자신이 없다. 내가 자꾸 글을 발행하는 건 그 글이 만족스럽게 쓰여서가 아니다. 모든 글은 내 기준에 많이 모자란다. 하지만 내 이상에 미치지 못함을 계속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내가 글 쓰는 일을 포기할 거한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불만족스러운 글이라도 나는 내놓는다. 글 잘 쓰는 사람들에게, 혹은 더 좋은 글을 기대하는 구독자들에게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글을 써 내야겠으니까. 글을 계속 쓰면서 앞으로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니까. 지금 그만 둬버리면 재밌는 드라마를 더 이상 못 보게 되니까, 적어도 구독자 100명이 될 때까지는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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