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날 바라보는 사람이
좋은 감정을 품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싶지 않아
마주할 진실이 꽤 떨리지만
가면 쓰지 않은 진짜 얼굴을
나는 보고 싶어
이만하면 됐다고
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지 않아
의심 하나 들지 않을 때까지
여태 걸어온 춥고 어두운 길을
나는 더 걷겠어
맞아
요즘 유행은
행복이야
근데 유행이란 건
신이었다가,
예법이었다가,
성공이었다가,
언제든지 바뀌거든
난 사람들이 다 스키니를 입어도
혼자 나팔바지를 입을래
모두가 커피를 마셔도
고집 피워서 율무차 마실래
왜냐면 그건
누가 뭐래도 내 취향이니까
가끔 외롭긴 하지만 사실 그 고독이
그 무엇보다 여실히 내가 누군지 알게 하니까
남들과 다르다는 건 어쩌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잖아
백조가 백 마리 있다면 더 이상 백조는 필요 없어
우아하지 않아도 한 마리 까마귀가 주목 받지
아무나 비웃고
누구나 손가락질 해도
난 여전히 튀어 보일래
내가 넌지 네가 난지
다들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 하나만 나 혼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