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씨 Jan 04. 2017

아이슬란드 - 히치하이커를 만나다

홍씨의 세그림. 39화

 히치하이커... 음... 히치하이커... 히치하이커...


 그들은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처럼 흐르고 화산처럼 정열적인 존재들이여! 그들의 용기는 대체 어디서 샘솟는 것일까! 히치하이커여! 부디 내게 답을 알려줘!


 히치하이커를 만났다. 길에서 만난 것은 아니고, 아이슬란드 남부 어느 마을의 숙소에서 만났다. 폴란드에서 온 여학생인데, 아이슬란드의 수도이자 섬 서쪽에 위치한 레이캬비크에서 남쪽까지 차를 얻어타고 왔단다. 숙소보다 더 남동쪽에 위치한 요쿨살론에 가려고 했는데 차를 잡지 못해 실패했고, 이 근방만을 구경했다고 한다. 다음날은 레이캬비크로 돌아간단다. 마침 우리가 다음날 요쿨살론으로 향하는지라(우리에겐 렌터카가 있다!) 혹시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오, 정말? 고마워!!!"


 알고보니 조만간 한국에도 교환학생으로 갈 계획라는데, 그 말에 왠지모르게 더 잘해줘야겠다 싶다. 이곳 아이슬란드에는 원래 친구들과 함께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일부 친구들 간에 다툼이 있었고, 여행 계획이 무산되어 무작정 그냥 혼자 왔다고 한다. 그덕에 교통수단 등이 확보되지 않았고, 어쩌다보니 히치하이킹까지 하게 되었단다.


 "사실 별로 어려울 건 없는데, 비가 오면 정말 최악이야."


 내 평생 히치하이키을 할 일이 있을까? 내게 그럴만한 용기가 있을까? 어릴 적, 무전여행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특히나 히치하이킹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음날 도착한 '요쿨살론', 빙하 호수. 살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멀지 않은 곳, 산위에 눌러앉은 커다란 빙하,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빙하들이 바다로 가기 전 호수에 머문다. 빙하의 색이 왜그런지 참 푸르다. 차갑고, 사각사각 맛있어 보인다. 몇몇은 유리처럼 투명하기도 한데, 특히 바닷가에 자리잡은 일부는 그 표면의 굴곡이 화려하고 부드럽다. 이 모두가 새롭고 신비롭다. 


실제로 보면 보석같은데, 그림에선 안그렇다


 아이슬란드에 온 후로 신비로운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구름이다. 이곳의 구름은 여러가지 빛깔을 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를 무렵 구름들은 주황빛이다. 해에서 가까운 쪽이 모두 그렇게 붉게 된다면, 해와 반대편에 위치한 구름들은 분홍빛이 된다. 그 분홍빛은 이곳 땅을 온통 뒤덮은 눈 위로 내려와 세상이 모두 분홍빛이 되어버린다. 분홍빛 세상이라니...


 한번은 무지개빛 구름이 하늘을 흘러다녔다. 아마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되겠다. 그러나 사실이다, 구름이 무지개 빛깔이 된다. 듣도보도 못한 이 모습에 나는 한동안 하늘만 바라봐야 했다. 그 현상은 낮부터 해질무렵까지 지속되었는데, 눈 덮힌 땅위로 노을이 지고, 노을에 물든 구름 위로는 초승달이 떴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엔 무지개 빛깔 구름이 여전히 떠다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생소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다. 왜 자연은 언제나 자연스러울까? 


 여튼간에 우린 즐겁게 요쿨살론을 구경했고, 호수에서 갑자기 불쑥 머리를 내민 물개와 눈도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그녀는 새로운 차를 잡으러 떠났다. 추운 날씨에 차는 잘 잡아타고 갔을까 걱정이 되어 저녁에 연락을 해보니,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단다. 그녀에게 히치하이크는 어떤 의미일까?


※ 알아보니 무지개빛 구름은 '채운'이라고 하여,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럴수가!



저 하얀 구름이 실제론 무지개빛 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포텐 - 친절한 연어 스테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