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don Chung Oct 07. 2018

블록체인 전문가도 오해하는 블록체인

오해는 이제 그만좀 부탁

필자는 블록체인의 원론적인 기술 구현이나 알고리즘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런 복잡해 보이는 기술만을 많은 이들이 글로 쓰거나 번역을 하면서 오해들은 더 깊어졌고, 정작 중요한 패러다임은 고통속에서 외면받고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정의’를 내리는 것 보다는, ‘오해’를 풀어주고,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독자의 시야를 넓히려는데 목적이 있다. 굳이 블록체인의 정의 따위를 알고 싶다면, 위키 나, 필자의 브런치 들어가서 살펴보기를.


블록체인 = 데이터 저장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이나 ‘신뢰성’, ‘탈중앙화’ 등 자주 등장하는 단어때문에 뭔가 새로운 기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부터 존재하던 데이터 저장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오래전 ‘데이터 저장 매체’로서, ‘플로피 디스크’가 개발된 후 ‘콤팩트 디스크(CD)’가 등장하면서 ‘디스크 한 장에 성경 몇 백권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라며 마냥 신기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이후 HDD 라는 것이 등장하고, 이제는 SDD 라는 것이 등장하며 ‘많은 용량과 빠른 읽고 쓰기가 가능한 매체’가 개발되어 발전해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데이터가 저장되는 방식’이, ‘1.내 PC와 연결된 장치를 통해서 저장되던 방식’ 에서, 인터넷이 발명되어 원거리에 설치한 ‘2.서버와 통신하여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거쳐왔으며, 최근에는 ‘3.특정 회사에서 데이터 저장을 도맡아 주고 서비스 비용을 받는 방식( 클라우드 서비스 )’ 으로 발전해 왔다.


‘블록체인’은 위의 ‘데이터가 저장되는 방식’ 중에서, 인터넷이 발명된 후, 원거리에 설치한 ‘2.서버와 통신하여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 이 한창이었던 시절(1990년대 초반)에 파생된 패러다임일 뿐이지, 현 시점에서 최신 기술이거나, 위에서 설명한 클라우드 방식을 대체하는 미래기술 같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나 금융시스템과 상관없다


블록체인은 주로 어떤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상이 되거나, 해킹처럼 특정 대상에 의해서 악의적으로 데이터를 변경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보안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런 보안과 관련된 기술은 블록체인 이외에도 많은 새로운 암호화 기술이 나타나고 표준화 되어 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독자들도 많이 들어봤을 비트코인이 2000년 초반 등장하게 된 것이다. 관련 내용들도 구글링으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비트코인이 ‘누군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공통 화폐’의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것일 뿐이다.


비유하자면, 블록체인은 ‘칼’이라는 도구이며 비트코인은 ‘사물을 공평하게 자르는 서비스’ 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즉, ‘칼’로 사물을 자를 수도 있겠지만, 동물을 사냥할 수도,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은 ‘도구’ 인 것이고, 비트코인은 그 ‘도구를 사용한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필자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상관없다’ 라고 표현한 이유는 바꿔 말한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서비스를 블록체인이 아니라도 다른 기술로도 당연히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둘을 마치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오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트코인이라는, 블록체인 도구를 처음 활용한 서비스가 ‘모두를 위한 공평한 화폐’ 같은 개념으로 탄생하니, 기존 법정 화폐에 의존하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나, 무엇인가 돈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 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XX 로 현재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 거나, ‘XX로 화폐를 개혁하여 빌어먹을 세상을 뒤집어보자’ 같은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하면서, 이제는 꽤 많은 ‘블록체인 전문가’ 또는 관심자들이 블록체인을 왜곡시켜버리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


즉, 비유하자면, ‘인류가 칼을 만든 이유는 오직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이다’ 같은 골때리는 편견을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이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는 그 칼로 야채도 자릅니다!’ 라고 외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들면서, ‘오오! 이것은 혁명이다!’ 라고 외치는 한심한 상황을 목격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더리움이 발전과 편견을 동시에 가져오다


하지만, 위에서 비트코인만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기술적으로 어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많이 알지 못했다.


여기에 이더리움 탄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블록체인’의 개념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 이었고, 이 패러다임을 이용해서 비트코인이라는 서비스가 만들어졌다면, 이더리움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저장’ 하는 개념을 결합시킨 것이다.


즉, 비유하자면, 블록체인이 ‘메모리 카드’이고, 비트코인이 ‘메모리 카드에 있는 숫자를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라면, 이더리움은 ‘계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메모장도, 게임도 메모리카드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블록체인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을 dApp 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스마트 컨트랙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계약서’라고 번역하면서, 이를 진짜 뭔가 디지털 싸인을 하는 계약서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절대 그런 개념이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앱의 소스코드를 말한다. )


이 이더리움으로 인해서 지금 2018년 10월 현재도, 이더리움의 각종 단점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며, 다양한 블록체인 코어를 개발( 또는 발표만…..) 하는 곳들이 있지만, 이더리움 수준으로 안정성과 검증을 확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블록체인을 ‘계산 기능만 있는 계산기’(비트코인)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든 실행 가능한 컴퓨터’ 로 발전시킨것이 이더리움인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하지 말았었다면 좋았을 내용을 이더리움이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Token’의 역할을 하는 스마트 컨트랙트(dApp)를 샘플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 ‘여러분도 이더리움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비트코인과 같은 기능을 하게끔 만들 수 있어요!’ 같은 튜터리얼로 ERC20코드와 ‘크라우드 펀딩 같은 기능도 구현 가능해요!’ 라며, 크라우드세일을 구현하는 코드들을 공개한 것이다. — 물론 실제 그런 의미로 제공된건 아니고, 필자가 느낀 개인적인 느낌.



www.ethereum.org 에 가면 제일 먼저 연습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내용들


이것을 통해서, 자신만의 토큰을 발행하고, 이것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이더리움을 모으고 그 댓가로 자신의 토큰을 주고, 사업의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이전까지 금융시스템에서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던 모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즉, 이더리움 dApp으로 수많은 서비스들을 만들 수 있음에도, 이 샘플 때문에,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 또는 지망생들이, 코인을 만들어보고, 이것으로 ICO 운운하면서 자금을 모집하고, 실제 공들여야 할 서비스는 뒤로한채,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서 모집한 자금만 신경쓰는 부작용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제자리인 한국 블록체인. 이미 2년이상 앞선 중국 블록체인


중국의 경우 이더리움의 등장 이후, 빠르게 블록체인 코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 같은, 블록체인과 아무 상관없는 산업들은 명확하게 불법으로 간주하고 중국내에 곰팡이처럼 퍼지지 않도록 막고, 활용도가 높은 블록체인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작년말부터 들끓기 시작한 어설픈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투기꾼들에 의해서 블록체인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와 토큰으로만 대표되는 금융 요소만을 부각시켜, 기본 인프라의 발전이 아닌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데에만 급급해왔고, 정작 이더리움과 같은 이미 서비스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겠다거나, 이해할 수 없는 긴 개발로드맵을 잡고 dApp을 개발하겠다는 허술한 계획들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해결방법은 하나 뿐이다. 이더리움 dApp 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라


현재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개발할 수 없는 프로젝트는 없다. 몇몇 데이터 저장 비용(GAS)이나, 느린 데이터 저장 속도를 단점으로 지적하면서, 자신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수 개월에서 수 년의 로드맵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이미 이더리움을 제대로 분석하지도,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dApp 을 딸랑 당신의 ICO를 위해서 기획하거나 만들지 말라.


실제 바로 사용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은 코인 이코노미 운운하면서 비지니스 모델등을 새롭게 고안해 내야 하는 그런 것에만 집중하는게 아니다.


지금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인기있는 서비스들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이를 실행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우리 ITP 로 연락을 하시라. ( 광고임.)


단언하건데, 여러분들이 만드는 블록체인 코어나 새로운 메인넷 운운하는 사업들을 이더리움 수준으로 안정화하고 검증받으려면, 여러분들이 만든 로드맵에 +2년은 기본적으로 추가해야 할 것이다.


부디 한국 블록체인 업계가 현실을 직시하길 바래본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대해서 오해하는 수많은 관심자(?!) 분들도, 말도안되는 혓바닥과 글씨들에 혼동하지 말기를 희망하며 마친다.



Blockchain

Ethereum

ICO

블록체인

Bitcoin





매거진의 이전글 얹혀사는 아들을 퇴거시킨 어느 미국 엄마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