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소원을 누군가 물었을 때 제 대답입니다.
좀 더 담대해지고 싶어요.
알랭드보통을 좋아합니다. 뭔가 제 MBTI랑 맞는 거 같고 ㅎㅎ
불안이라.. 뭔가 정의 내리기 어려워 보이는 감정 같은데 제가 너무나 공감하는 방식으로 왜 불안이 생겨나며, 불안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고, 또 어떤 방식으로 남들이 해소하고 있는지 역사, 사회현상, 심리학을 꿰뚫으며 흡입력 있게 풀어나갑니다. 저는 정의되지 않는 상황을 상당히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처럼 어떤 현상의 why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분들이라면 읽어보기를 강추합니다.
담대하다= 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하다.
책을 읽고 나서 불안이 왜 생기고 어떻게들 해소하는지 조금은 알고 나서 안도가 됐고, 2022년에는 더 담대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불안' 이지만, 영문 제목은 'Status Anxiety' 정확하게 번역하면 '지위로 인한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위'에 대한 정의를 보면서 사람들이 드러내진 않으나 높은 지위를 열망할 수밖에 없는지 깊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높은 지위는 즐거운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에는 자원, 자유, 공간, 안락, 시간이 포함되며, 남들에게 배려받고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높은 지위를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그러나 그렇다고 내놓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위로 인한 불안'은 지위를 왜 추구하는지, 성취하지 못했을 때 그리고 남의 성공이 왜 나에게 불안을 주는지 등 단순한 욕망의 달성으로써 지위가 아닌 지위는 곧 '존중'과 '자존감', '존엄'과 연결되며 이를 얻지 못했을 때 우리의 심리를 잘 정의 내려줍니다.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재 사회의 사다리에서 너무 낮은 단을 차지하고 있거나 현재보다 낮은 단으로 떨어질 것 같은 걱정. 이런 걱정은 매우 독성이 강해 생활의 광범위한 영역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저자의 이 명제에 대한 해법은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것이고 그 이유가 이 책의 존재의 의미입니다. 저 역시 책을 다 읽고 나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얽혀 살기에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생겨나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불안'은 필수 불가결한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피할 수 없다면, 담대하고 담담하게 불안을 받아들이거나 이용하거나 극복해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죠.
저자는 '지위에 대한 불안'을 만들어 내는 원인을 크게 1) 사랑 결핍 2) 속물근성 3) 기대 4) 능력주의 5) 불확실성을 들고, 해법을 1) 철학 2) 예술 3) 정치 4) 기독교 5) 보헤미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원인 부분은 인간 본능, 역사적 관점, 원인 요소들이 왜 지위를 만들어 내게 했는지 등등 상당히 설득력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불안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기에, 원인을 다 읽고 나니 해법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이런 불안감 나도 있는데 어떻게? 저자는 불안은 어떠한 욕망과 관계된 것이기에 그 욕망을 어떻게 치환시킬 수 있는지 항목을 나눠 설명합니다.
책 속에 기억에 남는 해법의 문장들을 기록해봅니다. 조금이나마 우리의 불안을 해소키 위해-
철학: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판단 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 - 에픽테토스 <어록> 100년경'
=> 결국 상황의 해석은 나 자신이니 철학적 관점과 스스로의 신념으로 덜 불안할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예술:
'마음이 상냥한 만화가들은 지위로 인한 우리의 근심을 보고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놀린다. 그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를 비판한다. 그들의 교묘한 솜씨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열고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 자신에 대한 씁쓸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예술은 불안감에 경직될 수 있는 인간의 사고를 좀 더 유연하게, 그리고 포용력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치: 버지니아 울프의 캠브리지 도서관 방문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자 칼리지 펠로와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대응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전형적인 정치적 전술을 구사하여,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관념이나 제도가 "자연스럽다"라고 생각할 때는 고통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거나 고통을 겪은 당사자에게 묻게 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아니라 관념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된다.'
=> 현재의 상황이 모든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불안해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닐까요? 버지니아 울프는 당연시 여겼던 그때의 관념에 대해 계속 묻고 물어 여성을 대하는 태도의 역사를 연구하고, 결론적으로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를 했습니다. 여성의 존엄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1년에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의 방을 요구했죠. 정치란 이런 것입니다. 불안을 깨부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수 있는. 대선 정치가 한창인데 모쪼록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등장하길 고대해봅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마무리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새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목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하려 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각 세대마다 높은 지위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들을 충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패자나 이름 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규정과는 다른 규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성을 얻는데 도움을 주었다.' -
그렇습니다. 지위란 것은 관계 안에서 지속해서 이를 바라보는 관점, 환경이 계속 변하고 또 현재의 관념에서 혹 내가 성취하지 못한다고 한들 너무 과도한 불안감으로 자신을 헤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불안'이라는 건 각 해법의 지혜를 갖고 담대하고, 담담하게 또 어떨 땐 삶의 긍정적인 동력으로 함께 해야 하는 인간 삶의 필수 불가결한 감정이기에. 삶의 그냥 다른 이름이기에,, 우리 모두 불안과 좀더 현명히 인생을 살아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