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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상인 May 01. 2024

#요가일기, 2024년 1월의 기록

언더독요가 2024년 1월 출석부




2024. 01. 03. (수) 빈야사, 언더드릴



1.

오전 빈야사


새해 첫 오전 수업 출석이다. 다시 겨울이 돌아왔고 오전 수업 출석의 기회가 생겼다.

몇 주 만에 만난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환한 빛이 드리우는 요가원 안을 한 번 쓱 훑어보니 기분이 좋았다.


 어제저녁 몸이 유독 가볍다고 느껴져 열심히 수련했더니 오늘 아침 곳곳에 잔잔한 근육통이 있고 햄스트링이 당겼다. 유준의 어린이집 등원이 늦어져 얼른 헤어지고 종종 걸어오느라 수업 전 미리 스트레칭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선생님과 함께 여기저기 스트레칭을 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빈야사가 시작되자 금방 땀이 흐르고 몸이 후끈해졌다. 어차피 얼마 안 가 벗을 것이지만 겨울엔 웜업셔츠를 꼭 챙겨 입고 수련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빈야사 수업에선 그냥 처음부터 벗고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비라바드라2-리버스-우티타파르쉬바코나-비라2 이 구간을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다리가 타들어갔다. 그 구간을 지나온 뒤라 그런지 아르다찬드라가 오히려 안정적이고 편안한 자세가 되는 걸 경험했다. 후반부에 우스트라사나를 하는데 선생님이 앞에 오셔서 나의 좌골능을 양손으로 눌러내었다. 나는 그 힘에 저항하며 골반을 더 앞으로 밀어내면서 가슴도 열고 복부의 힘을 끌어다 쓰면서 힘을 냈다. 덕분에 보호된 나의 허리와 다리. 고통으로 담보하는 안전이랄까. 아침부터 이렇게 몸을 쓰다니 조금 낯설지만 어쩐지 무척 즐거웠다.


아침에 조금 피로한 느낌을 가지고 수업에 왔는데 이렇게나 너덜너덜해진 느낌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개운하다. 마치고 선생님과 고양이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 한동안 낮 수업을 오게 될 거라 열심히 할 거라고 선포했다. 이렇게 마음껏 요가수업을 듣고 있는 이번 겨울이 꿈만 같아서 너무 설렌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나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었을까. 신이 주신 선물 같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마음. 일상에서 감동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눈, 지금의 순간에 만족하는 힘, 미래를 앞서서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의 이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고자 한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나면 또 시간이 너무 짧았고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고 칭얼거리게 될 테지만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야지.


시간이 많아지니 요즘 일기가 늘 길어져 손이 아파 글씨를 너무 날려쓴다. 이번 겨울엔 이왕이면 일기를 쓸 때도 글씨를 또박또박 쓰기로 결심했다. 손이 진짜 너무 아프지만.. 정성을 들여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이런 마음과 생각, 이러려고 내가 요가를 하지.




2.

저녁 언더드릴


오늘도 빈야사 전에 살람바 시르사Ⅱ를 연습했다. 무게의 분배와 균형, 그리고 조금씩 기울어진 부분들을 바로잡는 시간들이다. 이어서 선생님의 설명을 한 번 더 듣고 점프백을 위해 몸 들기 연습도 했다. 선생님은 점프백에 대한 설명을 종종 하신다. 반복적으로 듣는 설명이지만 항상 집중해서 귀 기울여 듣고자 한다. 선생님의 설명과 움직임을 복사해서 내 몸에 붙여 넣는다. 실로 현실은 철푸덕 투성일지라도.


움직임에 효율성을 더하고 매끄럽고 세련된 연결을 위해 지금은 힘들지만 꾸준히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안 된다고 영원히 안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준의 이동이라는 것이다. 내가 둔 기준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점프백이라면 오늘의 연습은 그저 고통과 좌절로 가득 찰뿐이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는 것이 기준이라면 오늘의 끙끙거림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러면서 조금씩 나의 기준점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나는 전진해가고 있을 것이다.


앞쪽으로 무게를 싣는 연습을 하다가 점프하듯 과하게 실어버리면 힘을 받지 못하고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버렸다. 앞쪽으로 무게를 싣고자 할 땐 어깨 힘뿐만 아니라 코어 힘과 손목의 힘도 견뎌줘야 했다. 무엇 하나만 단련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대충 할 게 아니라 나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면서 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파스치모마따나사나에서 선생님이 다가왔다. 나는 최대치로 전굴을 했다고 생각하고 호흡하며 유지했는데 홍두깨로 반죽 밀어내듯 선생님이 손으로 골반에서부터 야금야금 밀어주고 눌러주셔서 몸이 완전히 납작하게 붙었다. 폴더처럼 완전히 밀착된 그 느낌이 무척 유쾌했다. 이대로 더 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카운트가 끝났다.


오늘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수업에 참여한 사람은 H와 나, 둘뿐이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 셋의 조합으로 수업 후 얼마간의 수다 시간이 가미되었다. 내가 오늘 보고 온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서 등산 이야기로 마쳤다. 정겹다.







2024. 01. 05. (금) Yin, 하타




1.

오전 인요가


조금 일찍 도착하여 3층에서 따뜻한 물도 한잔 마시고 준비했다. 선생님께 오랜만에 뵙는다고 반갑게 인사드리고 매트 위에 바로 누웠다. 인요가 전 몸과 마음을 음의 상태로 세팅하기 위한 나만의 전략으로 눕기는 누었는데 어쩐지 어색하고 편하지는 않았다. 요가원에 와서 수업 전에 이렇게 가만히 누워서 대기해 본 적이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것 같다. 감당하기 힘든 어색함 때문에 다음부턴 절대 눕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해버림. 전략 실패.


인요가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애쓰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 이완할 때 몸이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조직의 성질을 생각하며 힘을 빼고자 계속 스스로에게 주문을 넣었다. 호흡해라. 힘 빼라. 난 힘을 뺀다고 뺀 것 같은데 애쓰지 마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이 꼭 나에게 향하는 말인 것 같아 혹시 저요? 속으로 괜히 혼자 뜨끔하는 마음이 들었다. 왜지?


언젠가 내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을 하신 적 있다.

다정하고 따뜻한 의도에서 농담처럼 하신 말이지만 그게 마음에 남았나 보다. 나에 대한 누군가의 판단이나 이미지를 변명하거나 대립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계속 그 음성과 연결이 되면서 나의 모습을 검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은 참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렇지만 그런 말들이 결국엔 내가 나를 입체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여 버리지 않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열심히 하지 않음에 대한 고찰.

이 부분에 대해 몇 년 전에 에세이를 작성하여 발행한 적이 있다. 그때 글을 쓰면서 관찰한 내 모습도 사실은 '열심히 하지 않을 용기가 없는 상태'였다. '열심히', 그건 자라온 성장 배경이나 내가 살아내는데 주로 사용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런 태도가 늘 몸에 배어 이제는 세포 마디마디마다 물들어 있다. 그런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는 게 이런 나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말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알고 보면 그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그렇게 대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맘에 드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거니?


그 에세이를 발행했을 때 그때 독자 한 분이 내게 해준 말이 있다.

"마음이 불안해도 봄은 봄이니까."

현상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오롯이 내 몫이다. 나에게 못되게 굴지 말자. 수용하고 다듬으며 봄을 살아가자꾸나.


수용하는 마음과 관용, 너그러움, 편안함, 큰일 나지 않는다는 것.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마음, 예민함을 조금만 둥글게 만들기. 인요가를 하는 동안 이러한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2.

저녁 하타.


따뜻하게 데워진 바닥 덕분에 수련 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은 수업 전에 인요가 같은 시간을 가졌다.

편안하게 몸을 이완하고 충분히 호흡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이어서 하타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다섯 세트 정도 했다. 점점 후굴각을 깊게 진행해 나가면서 점차 천장으로 향하는 시선. 2층의 천장은 가끔 내게 도화지가 되어 저건 오리, 저건 남자얼굴, 저건 멍멍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무늬를 가졌다. 오늘의 친구는 오리였다. 오리 아래에서 후굴을 하는 오늘의 언더덕.


부장가는 부동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다만 메뚜기자세와 다누라사나를 하면서 등 근육을 많이 썼다. 등에 열심히 힘을 주었는데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고 복부에 힘을 많이 주었다. 다누라사나 때 복부 동맥의 파동이 느껴지면서 몸이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우스트라사나, 우르드바다누라사나도 하고 머리서기로 마무리. 가슴과 어깨 열기할 때 어깨관절 앞부분이 많이 뭉쳐있었다. 아마도 회전근개 위치인 것 같다. 요 며칠 언더드릴 수업에서 몸 드는 훈련도 했고 오전 빈야사도 하면서 상체 근력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의 영향인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수업을 들으러 다니니 최근의 패턴을 반영하지만 이러면서 몸이 또 적응을 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의 메뚜기와 다누라 덕분에 내일은 날개뼈가 뭉치겠구나.

자기 전 폼롤러 실천은 언제 할 거니?







2024. 01. 07. (일) 빈야사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어제저녁에 밍기적거리다가 늦게 자는 바람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니 너무 졸려서 수련 출석에 대해 정말로 길게 갈등했다. 알람이 리마인드 될 때마다 강제로 끄면서 오늘의 아침 수업은 그냥 가지 말까 하다가 결국엔 어김없이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결국 나는 수업에 가는 것으로 선택을 할 거면서 왜 갈등을 하는 것일까. 수업이 시작되니 역시나 오기를 잘했다는 좋은 기분이 차오른다.


날씨도 춥고 늦잠을 자고 싶을 일요일 아침에 세상에나 스튜디오가 꽉 차서 선생님 매트 양옆으로까지 매트를 펼쳐야 할 만큼 사람들이 가득 찼다. 일요일 아침 수업 때마다 느껴지는 이 열정적인 분위기에 새삼 마음이 뭉클하고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다르다는 것에 숭고함을 느낀다.

이 수업이 만약 요가강사나 숙련자들이 바글바글한 하타 인텐시브나 아쉬탕가 세컨 수업이나 되었다면 수련 수준이나 생활패턴이 비슷하게 수렴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모인 대략 15~16명 정도 되는 사람들은 모두 요가 경험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직업도 다르다. 요가를 하려고 모인 이곳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고 같은 입장이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요기들일 뿐이다.


각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질병이 있는지, 사회 어느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 건 수련자들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똑같은 것 같다. 우리의 수업을 이끄는 선생님이 요가원 밖에서는 어떤 직업을 가진 분이지, 어떤 대단한 이력이나 능력을 가진 분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 어떤 존재와 존재들이 수련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요가원 안에서 매트들로 테셀레이션 되어 있을 뿐이다.


동작을 잘 하든 못 하든, 체력이 좋지 않아도, 힘들어서 자주 쉬게 되어도 사람들이 일단은 출석을 하여 요가 수련을 한다는 것이 참 멋져 보였다. 아침 시간에 이불 밖으로 빠져나올 만큼 요가를 좋아하거나 또는 이 수업에 참여 목적이 다이어트 내지는 운동이라고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아무튼 그만큼의 부지런함을 발휘하는 일정한 열정이 아름답다. 나이키 광고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스포츠에서 극한의 열정을 불태우는 장면이 아니라 일상에서 작은 다짐과 힘을 내어 내게 필요한 움직임을 위해 부지런함을 발휘하는 모습들 말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감동적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만두카매트 만큼의 지분을 얻어 내 자리를 가지고 수련에 참여했다.


인상 깊은 한 분이 있다.

일요일 아침 수업에 갈 때마다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지각을 하여 자리가 없어 매트 보관장 앞에 자리를 잡는 분이 계시는데 내 자리에서 늘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라 대충 봐도 동작을 무척 버거워하고 힘이 없어 늘상 흐느적거리시지만 나는 그분을 가장 응원한다. 지각을 할지언정, 가서 흐느적거리고 늘 아기자세로 시간을 보낼지언정 오늘의 수업에 결국 출석을 해내고야 말았다는 것에 박수를 친다.


오늘도 부들부들 떨기도, 후끈후끈 내쉬기도, 미끌미끌 흘리기도 하면서 빈야사를 마쳤다.

정성과 인내로 호흡을 이어나가며 몰입을 할 수 있도록 수련을 안내한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2024. 01. 08. (월) Rehab.,언더드릴



1.

오전 Rehab.


처음으로 이 수업에 참여했다. 예전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이 오전에 이 수업을 하신다고 하여 겨울이 되면 꼭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오늘의 준비물은 밸런틱, 블럭 두 개, 담요.

누워서 후두골을 먼저 풀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점차 이동하면서 면적을 넓혀나갔다. 후두골 마사지는 언제든지 할 때마다 시원하다. 특히 피부가 얇은 윗부분은 림프절이 건드려지면서 아프면서도 시원해서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기분 좋게 과감하게 마사지를 하는 건 후두골까지였다.

이후로 겨드랑이 근처를 여기저기 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웃음이 사라지고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자극해 보지 않으면 겪지 않아도 될 통증이지만 꼭 필요했던 자극이었다. 회전근개를 타깃으로 할 때는 정말 억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옆자리 작은Y도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지. 호흡을 하면서 최대한 이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마사지 하고자 애썼는데 갈비뼈 바로 윗부분에서는 진지하게 아팠다. 열심히 근력을 다지는 동안 내 몸 구석엔 이런 축적이 있었구나를 인지하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사지를 통해 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간의 하이라이트는 근력운동이었다. 근육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밸런틱으로 문질러놓은 근육들을 안정된 모양으로 바로 다듬어 주는 시간이 핵심이었다.


rehabilitation, 재활. 대학교 때 전공 수업에서 재활에 대한 공부를 할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재활은 원상복구가 아니라 잠재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라고 정리해 주신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멋대로 뭉쳐있던 내 근육들의 상태를 조금 더 나은 기능 향상을 위해 잠재 능력을 올려주는 것은 중요했다. 그러니 힘들어도 성심성의껏 임하도록. 근력운동 하다가 대각선으로 힘을 쓰는 게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낯설고 힘을 쓰는 데에 어려움이 느껴졌다.


마치고 선생님께 오늘 마사지하는 게 말도 안 되게 아팠다고 칭얼거림을 가미한 감상평을 전달드렸더니 웃으면서 공감해 주셨다. 나는 수련을 자주 하니 그만큼 자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셨다.




2.

언더드릴


추위에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더니 실내에 들어서면서부터 줄곧 코를 훌쩍거렸다. 다행히도 수련이 시작되자 훌쩍거림이 멎었다. 오늘은 시작부터 차투랑가단다아사나 연습과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점프백 하는 것을 연습했다. 이 부분은 늘 반복해서 강조하고 일러주시는 부분이라 수업마다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블럭을 밀어내며 업독을 하는 것도 연습을 했는데 발등으로 바닥을 꾹 눌러내면서 허벅지와 무릎 띄우고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허리 힘도 풀어내는 느낌을 인지했다. 팔을 쫙 펴내며 어깨는 뒤로 아래로 내리면서 가슴을 펴 내는데 블럭을 사용하고 있어 후굴각이 커졌다.


점프백 설명 때 설명의 도구가 되었다. 어려운 점프백.

블럭 쪽으로 걸어들어오면서 어깨에 체중을 완전히 싣고 복부를 쏙 집어넣어서 복부를 짧게 끌어당기고 그 상태를 유지한 후 차투랑가. 중요한 건 시선. 고개 뒤쪽이 결리더라도 고개를 계속 들고 정면을 본다는 느낌으로 시선을 유지하려고 해야 앞으로 무게가 쏠리더라도 넘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팔도 팔이지만 고개 드는 힘이 무지하게 쓰였다. 나는 발끝으로 서는 것까진 체중 싣는 게 가능한 상태라 선생님이 폭을 더 좁혀서 몸을 띄우는 것을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나의 체감 상 1초나 되려나, 발이 떴다. 기뻤다. 뜨기는 했지만 차투랑가로 연결할 땐 그 1초에 힘이 다 털려서 바닥에 철푸덕 내려앉았다. 언젠가는 되는 날이 올 테니까 꾸준히 반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핸드스탠딩을 도전하면서 이런 기분이 참 좋다

 '뭔가 될 것 같은 기분'

아직 된 것은 아니고 계속하다 보니 미세하게 아주 조금씩 늘어서 그런 부분들을 느끼는 여정이 즐겁다.


야금야금 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어쩐지 이대로 꾸준히 연습한다면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상태에 놓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모르겠다. 이런 경험은 삶에서도 요가에서도 고된 연습과 지루한 반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2024. 01. 15. (월) 하타, 아쉬탕가 guide



1.

오전 하타


월요일 오전 수업은 원래 Rehab.수업이지만 사정이 생겨 하타수업으로 대체되었다. 한라산 등산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수업을 준비했다. 오늘 수업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요가를 한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었고 그중 한 분은 오늘 요가를 처음 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초보자분들에게 맞추어 아주 차근차근 여유로운 템포로 움직임 하나하나 또박또박 읊으며 진행되었다.


하타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여러 번 반복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선생님이 하나하나 다 시범을 보이시며 설명을 진행하셨다. 생각해 보니 이런 수업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대부분 구령을 하고 헷갈릴 수 있는 부분들이나 생소한 움직임에서 시범을 보여주시고 선생님들은 부지런히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핸즈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고 익숙한데 오늘 같은 수업이 참 오랜만이고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랬다.


2012년 10월인가 11월, 처음 서교동에 있는 요가원을 등록하고 처음 들은 수업이 비크람 요가였다. 일명 핫요가. 그때 그 요가원 원장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범을 보여주고 잠시도 입을 쉬지 않고 모든 걸 설명하셨다. 점차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그런 설명은 조금씩 덜어냈고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 날은 핸즈온이 더 늘어나기도 했던 것 같다. 샅샅이 시범을 보이고 설명을 했던 날은 나같이 처음 요가원을 등록한 사람들이 많아서였나 보다. 그땐 핫요가가 워낙 유행이어서 날마다 새로 등록하는 사람이 많았을지도. 그 생각이 나면서 잠시지만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수리야나마스카라를 아주 천천히 슬로모션으로 했더니 아주 새롭다. 지난 토요일에도 수리야를 아주 천천히 해봤었는데 잘 알고 익숙한 움직임일수록 천천히 해보면 새롭게 배우게 되는 점들이 많다. 내가 몸을 어떻게 쓰는지, 어느 부분에서 힘을 잘 쓰고 버거워하는지도 느낄 수 있고 에너지의 흐름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전혀 쉽지 않다.




2.

아쉬탕가 guide


오늘부터 3층에서 원장님이 아쉬탕가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달아 아쉬탕가 수업이 있어서 원장님 수업을 따라다니는 내게도 새로운 출발이 되었다. 아쉬탕가 빈야사가 마치 우리들의 일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반복하고 힘을 내고 알아차리고 또 반복하고 지켜야 할 부분들을 돌아보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도해 보거나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이 닮았다. 힘들다고 느끼는 동작들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두고 보면 즐겁고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수리야나마스카라A를 구령에 따라 3회, 각자 자기 호흡에 따라 3회를 하여 몸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움직임에 대해 일러둘 부분과 연습해 볼 부분들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도 점프백에서 체중 싣는 것, 소리 나지 않게 연착륙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짚어주신 뒤 스트레칭을 하고, 다 같이 우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사나를 연습했다. 나는 설명 도구가 되어 시범을 보였다. 선생님 손에 다리를 기대었는데도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리가 바들 바들거렸다.


이 아사나 하나를 하는데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지지하는 다리와 엉덩이의 힘, 중심축이 밀리지 않도록 버텨주는 힘 가져오기, 위로 뻗은 다리 손가락 걸고 팔 힘으로 당겨오기, 다리 열 때 골반의 방향 정면 유지, 과도하게 열지 말고 45도 정도쯤 적정한 각도 찾기, 고개 치켜들지 않기, 앞으로 숙일 때 팔꿈치 위치, 다리 들고 앞으로 뻗어나가는 힘, 가능하면 발가락까지 활짝 펴 보기, 가슴 활짝 열고 몸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힘써서 척추 바로 세우기, 이 모든 과정에서 물라반다와 우디야나반다 잘 잠그면서 유지하고 골반에 얹은 손가락은 복부반다를 인지하면서 위치 조정하는 것.


결론은 동작을 하나를 하더라도 전신을 쓴다는 느낌으로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각자 몇 차례 연습을 하고 추가로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동작들도 두 가지 한 후에 하프 프라이머리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쉬탕가 만트라. 앞서서 아사나 연습하느라 에너지를 좀 썼지만 아무튼 본격 시퀀스가 시작되었으니 마치 처음인 것처럼 힘을 내었다. 오랜만에 원장님과 함께한 아쉬탕가이니 핸즈온을 기억했다가 메모해 본다. 다운독은 제외했다.


파르스보따나사나: 손바닥 뿌리 힘 있게, 팔꿈치 벌어지기 않게 조여내기            

마리치아사나: A에서 손목 잡는 결박 더 깊고 타이트하게 도와주셨다. 숙여내기 수월했다. 물론 BCD도 똑같다.            

자누시르사: 절굴 할 때 방향 인지하기, 접은 다리 쪽 발바닥 하늘, 골반 열어내는 힘 인지            

비라바드라Ⅱ: 접은 다리 무릎 바깥으로 돌지 않게, 골반 위에 몸 쌓인 느낌 인지            

프라사리따 파도따나: C에서 손깍지 방향 바꿔주셨다.             


일단은 지금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인데 잔잔하게 더 많이 있었지만 다 못 적겠다. 매일의 수련이 반복되면서 기억하고 적용하면서 다듬어나가는 재미가 있고 날마다 다르니까 저거 말고도 또 생기겠지. 같은 것의 반복을 통해서 알게 되는 나의 움직임과 에너지와 정렬을 바로잡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아쉬탕가 빈야사의 힘. 재미있다.


꿀 같은 사바아사나를 위해서는 그전의 수련시간에 집중하고 호흡하기 위한 몰입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집중과 호흡을 싹싹 긁어서 알차게 쓰고 싶다. 알차게 쓴다고 고갈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에너지가 매일 다른 모습으로 생성되게 될 테니까. 그런 게 반복의 힘이다.







2024. 01. 24. (수) 빈야사, 아쉬탕가



1.

오전 빈야사


오늘도 영하 12도. 미쉐린 같은 복장으로 걸어서 언더독에 도착했다. 내부가 온기로 데워져 있어 들어서자마자 등에서 땀이 났다. 수업 전에 아빠가 전화를 하셔서 급히 전화를 받느라 수업에 약간 밍기적거라며 합류했다. 엄마 몰래 내게 하실 말이 있으셨던 귀여운 아빠.


시작은 비틀기로 열었다. 아침부터 비틀려고 하니 무척 뻑뻑했다. 비틀기 구간이 끝나고 수리야로 진입하면서 A에서 B로 넘어가면 다리가 후들후들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우카타에서 등 뒤로 깍지를 끼고 허리를 숙여내는 것은 무척 시원했다. 그러나 의자 자세에서 상체를 비틀어 합장한 팔꿈치를 무릎 바깥에 대고 유지하다가 비틀기를 유지한 체 별안간 워리어3로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 버거웠다.


이어서 우카타 자세에서 4자 다리 만들고 등 뒤로 깍지 낀 팔을 몸을 숙여 머리 뒤로 넘기며 종아리에 가슴을 대는 것도 허벅지 힘을 많이 동원해야 했다. 하체의 힘도 많이 쓰일 뿐만 아니라 균형을 위한 전신의 힘을 컨트롤 해야 하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너무 힘들지만 나는 이런 순간을 때때로 아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자주 철푸덕 거리지만 철푸덕거리기 일보 직전까지 온몸의 신경과 감각을 동원하여 집중을 하고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그 순간에서 1초라도 더 유지해 보려고 집중하다 보면 내 주변 모든 장면이 블러 처리되는 기분이 꽤 좋고 재미있다.


그래. 재미가 있다. 나는 이런 걸 참 재밌어하는구나.


누워서 브릿지하는데 선생님이 가슴 더 들어 올리도록 핸즈온 하셔서 각도가 깊어졌다. 우르드바 후 깍지손으로 바꾸고 무릎을 다 편 상태에서 한 다리씩 드는 것도 아주 버겁게 지나갔다. 무릎을 펴면 하체에 수직으로 받아주는 힘이 없으니 무척 힘겨워 선생님이 골반을 들어주셨다. 하얗게 불태운 아침 빈야사 후 사바아사나.


관자놀이에 발라주신 오일의 향이 좋아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벌써 1월이 끝나가고 있다.




2.

아쉬탕가


오늘 모인 7명의 사람들 중 H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공기가 감도는 오늘의 교실. 수리야A로 몸을 깨우고 앞굽이 자세에서 유의할 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무릎의 위치 설정과 기준, 힘의 방향, 무릎이 안으로 돌지 않도록 주의하기, 발끝의 방향과 골반의 방향. 허벅지 앞면과 후면의 쓰임이 균등하도록 배분되는 나의 위치 찾기, 골반 위에 쌓은 몸통, 뒷다리도 힘 등등 기억해야 할 부분들을 일러주신 뒤 프라이머리 시작.


오늘의 오프닝 만트라에서 옴 챈팅으로 시작하는데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옴챈팅에서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화음의 균열이랄까. 이게 노래는 아니지만 화음이 맞지 않아 그 순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옴 챈팅은 소리로 내 몸을 울리고 공간을 울리고 공동체의 소리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느낌으로 하는 것인데 오늘의 소리들은 모두의 개성이 반영된 날이었다. 우리들이 오늘 서로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게 이렇게 증명되었다.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또 한 번 들여다본다. 별 걸 다.


스탠딩 후 싯팅에서 오늘은 나바아사나 다음에 바로 밧다코나아사나로 넘어갔다. 예전에 비해서 밧다코나B가 조금 개선된 것 같다. 등을 둥글리려면 복부 힘이 필요한데 예전에는 배에 쥐가 나도록 힘을 주어 밀어내도 왜 이렇게 등을 둥글리는 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윗등을 조금 더 둥글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B는 내게 어려운 부분이지만 조금씩 개선된 게 느껴져서 뿌듯하다.


우트플루티히 불태우고 사바아사나.

클로징 만트라 전 옴챈팅, 수업 마무리 옴 챈팅도 역시나 모두 불협화음. 수미상관이다.







2024. 01. 30. (화) CP, 아쉬탕가



1.

오전 CP


미세먼지가 나빠서 마스크를 쓰고 요가원에 걸어갔다. 텀블러를 집에 놓고 온 게 너무 후회스러웠다. 요가원에 도착하자마자 물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원치 않게 일회용 종이컵을 소모했다. 지구야 미안하다.


수업 전에 밸런틱으로 발바닥을 열심히 풀었다. 배운 데로 바깥 발날까지 꼼꼼하게 풀려고 노력했다. 용천혈 근처 어딘가를 밟고 나니 숨이 크게 드나드는 기분이었다. 아는 얼굴들이 속속 들어오며 인사를 나누었다. J는 요 며칠 매일의 수련을 다짐하며 헤어졌는데 실천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작은 Y는 요즘 몸이 힘든지 여기저기를 지압하면서 연신 앓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오늘은 발을 푼 다음 등을 잠시 풀고 오체투지 형상을 모티브로 한, 마치 수리야나마스카라 처럼 일정한 역할을 하는 플로우를 해보겠다고 미리 안내해 주셨다. 등을 푸는 동안 견갑골과 겨드랑이, 승모근에서 통증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거기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 얄짤없이 지나가고 캣앤카우를 몇 번 행한 후 아까 이야기하신 플로우를 시작했다.


에너지를 느끼면서 어떠한 흐름을 인지하며 따라가는 것이 필요한 움직임 같았다. 몸을 열고 접고 바닥으로 흡수시킨 후 다시 단계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두 차례 반복했다. 아주 복잡하고 단순한 플로우가 아니었지만 선생님을 따라 천천히 이어가다 보니 낯설어도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기체조를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걸 말해보라고 하면 기체조 같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수행자의 기도 같기도 했다. 알려주신 그대로 오체투지 같았다.


마치고 J와 잠시 커피를 마시는데 카페에서 놀랍게도 큰 Y를 만났다. 요가원 사람을 그런 장소에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J와 함께 정말 많은 주제를 빠르게 전환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삶에 필요한 '성찰'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우리 삶에 요가 수련이 있어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공감대가 생겼다.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삶이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귀결.


영감은 삶 속에 있고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예술의 깊이와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길에서 자신의 것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J가 크게 공감을 표현해 주었다. 흔하디흔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J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등산을 기약. 기-승-전-등산으로 마무리.


다른 사적인 대화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단 한 줌도 없이 서로에게 양분이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그이와의 대화까지가 오늘의 오전 요가 수련이었다. 소중하여라.




2.

아쉬탕가


요즘 3층 공간이 복닥복닥하다. 호흡명상 후 어깨에 힘 싣는 것 연습으로 짝과 함께 물구나무 서기를 연습했다. 설명 도구가 된 나는 형준선생님이 잡아주셔서 핸드스탠딩 시범을 보이고 거의 선생님이 들어주시다시피 하여 양 팔 사이로 스루하여 통과하여 앉는 것도 했다. 이왕 시범을 보이는 김에 선생님이 다리를 사이드로 벌려 혼자 올라가는 핸드스탠딩도 시도해 보라고 하여 힘을 내보았는데 선생님이 잡아주셔서 겨우 몸을 들어 올렸다. 선생님의 설명 도구가 되면 확실한 핸즈온과 여러 시도들을 해볼 수가 있어서 좋은 경험들을 해볼 수가 있다. 이러한 시범을 통해 어떻게 잡아주어야 힘을 쓸 수 있는지 정확한 핸즈온을 내 몸으로 알게 되니까 짝에게 도움을 줄 때도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은 우리가 이러한 연습을 통해 느낌을 익히고 힘을 길러서 아쉬탕가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빈야사 수업이나 하타 등 수련의 과정에서 앞쪽으로 무게를 싣는-차투랑가단다아사나. 바카아사나 등-아사나들에도 적용하고, 매번 힘들어도 힘을 쓰는 습관을 통해 힘이 길러지는 과정을 경험하라고 당부하셨다. 선생님의 지혜로운 안내는 우리들의 수련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


오늘 싯팅에서 마리치 B, D를 생략하고 빠르게 건너뛰고 부자피다아사나부터 시작하여 쿠르마, 숩타쿠르마, 가르바핀다 등 일련의 시퀀스들을 지나왔다. 가르바핀다에서 구르다가 몇 번 구르지도 못하고 철푸덕 거렸지만 언젠간 여덟 번을 다 채우는 날도 오겠지.


피니싱 후 충분한 사바아사나까지 마치고 일어서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선생님은 수업 천재인 것 같다.


사실 아쉬탕가 원래 시퀀스는 아주 길고 정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그 시간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는 오롯이 선생님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는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수업인데 아쉬탕가 guide 수업은 프라이머리 들어가기 전 설명과 연습도 해야 하고, 모인 사람들의 수준도 고려해야 하고 프라이머리 시퀀스 중 일부는 덜어내고 또 일부는 다시 집어넣으며 날마다 선택을 하여 시간 안에 수업을 마쳐야 하는데 그걸 해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많은 경험과 고민과 수련의 힘이 수업을 이끄는 사람에게는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걸 자꾸 생각하는 것도 내 직업병인가 싶기도 하고.

나의 성향인 것 같기도 하고. 뭐, 아무렴 어때.


마치고 선생님과 스몰토크. 다른 선생님이 찍어주신 사진 자랑과 등산 이야기, 숩타쿠르마 이야기.

나의 오(O)자 다리가 목에 걸기에는 유리한 구조인데 왜 그리 어려운지 의문을 품으면서 언젠가 되겠죠 하고 의지를 다졌다.  이렇게 1월이 진짜 끝나간다. 겨울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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