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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Jul 27. 2016

수백 개의 원서, 수십 번의 면접 그리고 이직

11년 된 첫 직장을 떠나며..

처음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도 지식도 없이 사회로 내 던 저진 나는 친구의 소개로 어떤 HR 회사를 소개받았다. 그 회사에서 처음으로 마련해준 면접. 내 인생 첫 면접에서 나는 직장을 얻었고 그렇게 한 회사를 11년간 다녔다. 


중소기업이지만 탄탄한 재정을 가지고 있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나쁘지 않아 지난 11년간 나는 특별히 직장을 옮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회사를 다니며 근무시간을 조정해 대학원도 다닐 수 있었고 비싼 IT 교육도 빼놓지 않고 매년 보내줄 정도로 회사는 나를 배려해 주고 나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웃지기만 지금 회사에서 가장 좋은 건 회사에 새로 만든 헬스장이 있다는 것이다. ^^)


딴 10년째 되는 해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큰 계기는 없었다. 너무나 한 곳에 한 시스템에 적응해서 나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내가 쌓아온 것들, 익숙한 시스템, 좋은 동료들을 다 뒤로하고 새로운 곳에 맨땅에 헤딩을 하려니  덜컥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새로운 회사에서도 나는 계속 쓸모 있는 사람일 것인가 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밖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뛰어나가 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동안 나름 자기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현업에서 원하는 자격증들도 나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스펙으로는 꿀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까다롭게 고르고 골라 일주일에 한 개 정도 가장 마음에 드는 회사에 포지션도 한두 단계 올려서 지원했다. 건방짐의 결과는 참담했다. 첫 세 달 동안 인터뷰를 한 군데 볼 수 있었고 그것마저도 10년 만에 본다는 긴장감에 바보처럼 버벅거리고 말았다. 뭐 이런 놈이 있어?라고 생각하는듯한 면접관의 눈빛이 느꼈졌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좀 더 정확하게 내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받는 연봉, 현제 회사의 reputation, 학력, 경력, 언어문제 (원어민이 아니므로) 등을 다시 종합해서 고려했다. 그리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Position name 도 천차만별이었다. 내가 포기할수 있는것 (통근 거리, 근무환경 등) 과 포기할수 없는 것 (연봉, 회사규모, 발전 가능성등) 을 정했다.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구직에 대해 좀 알아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맞은 포지션에 원서를 넣다 보니 인터뷰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이직할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또 하나의 고비 인터뷰 울렁증


나는 나름 무대 체질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인터뷰만 가면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 말더듬이가 되어버렸다.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보는데도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머릿속으로는 대답이 있었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열 몇 번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정말 아까운 포지션들의 인터뷰를 날려버릴 때마다 난 자책하고 실망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다. 인터뷰에서 버벅대고 온날은 약 일주일 동안 자책 모드로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났다.


일부러 힘이 나는 글귀를 찾아 읽었다. 나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가 했다는 말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은 내가 취직하기 전까지는 동네 아저씨나 다름없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차피 인터뷰 끝나고 나면 안 볼 사람들 이었다. 긴장할 필요 없었다. 내가 직장이 없어서 당장 길바닥에 나 앉을 것도 아니고 번듯한 직장도 있고 나름 열심히 삶을 살았다. 나를 놓치면 니들이 아쉬운 거지 나는 갈 때가 많다. 영어? 내가 원어민은 아니지만 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 난 뉴스 앵커가 아니고 IT 전문가다. 이 정도는 약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인터뷰는 하다 보면 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느낄 정도로 인터뷰 스킬이 좋아지고 있었다. 긴장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보러 갈 때 돈 안내고 인터뷰 실습하러 간다고 생각을 해버리니 긴장될 것도 없었다. 


발상의 전환과 mind control 이 대단하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니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나 할 정도로 말이 술술 나왔다. 항상 1st round에서 끝나던 인터뷰는 2nd round, 3rd round 까지 올라갔다. 매번 인터뷰를 볼 때마다 냄새가 났다. 새 직장의 냄새.. 


그렇게 수십 번의 인터뷰 끝에 나는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에 인터뷰가 망한 게 고마울 정도로 내 마음에 딱 드는 직장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만 천국일지 지옥일지는 사실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근무 환경, 사람들,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지금 이곳보다 치열하고 힘들것이다.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한 것 아니었던가! 모든 것이 바뀌었어도 나는 변하지 않았으며 지금 이곳에서 잘하고 있는 나는 그곳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직이나 구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몇 가지 말해주고 싶다.


1. 조급하지 말자. 세상이 끝나는 것 아니다.

2. 자신감을 갖자. 열심히 살지 않았나!

3. 실망하지 말자. 공짜 경험이다.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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