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나에게 준 선물
브런치를 시작한 지 8개월이 다되어 간다. 처음엔 이런저런 생각들을 페이스북에 적었었는데 페이지 성격상 잘 맞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들에게 하기 거북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글을 쓸 곳을 찾다가 이곳에 Daydream in New york이라는 메거진을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목말랐던 나는 첫 한 달 동안 20개의 글을 쓰고 나서야 갈증이 약간 해소된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영어에 짓눌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더랬다.
글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나만의 추억을 기록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글을 쓰면 보통 20명에서 30명에게 읽혔고 (끝까지 읽은 사람은 10명도 안 되겠지만..) 글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읽히지 않았으면 하는 기분 (왠지 꼬질한 모습을 들키는 것 같아서.. ) 이었던 나에게는 딱 적당한 숫자였다.
글을 쓰다가 하나의 매거진을 더 열어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관심사가 된 운동에 관한 상식도 써내려 갔다. 다이어트를 해오면서 느끼고 배운 많은 것들을 정리하려고 하나씩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처음 운동 시작할 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고 조회수는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올라갔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브런치에서 알람이 울려서 살펴보니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며칠을 띵동 거리던 브런치는 조회수 65만을 찍고서야 조용해졌다.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니 참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에게 두 매거진은 참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부터 목적이 다른 글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고 하나는 나중에 내가 읽고 싶은 글이다. 운동정보글이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나누었다는 뿌듯함을 준다면 내 일상의 글은 나 자신을 안정시켜주고 잠시 뒤돌아보게 해주는 치료제 같은 글이다
운동에 관련된 글을 쓸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읽는 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글쓰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알고 있는 생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조사하는데 쓴다. 다 쓴 후에 오해받을 구절을 없는지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2번 3번 검토한다. 운동을 잘 모르는 사람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중간중간 그림도 많이 집어넣는다.
내 시간을 써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내가 몸으로 겪었던 시행 착오들을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겪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뿌듯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또 몸으로 느꼈던 가설(?)들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나 역시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일상을 쓴 글은 나에게 또 다르게 다가온다. 나중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라고 내 인생을 한 번쯤 짚어줄 수 있는 그런 글들.. 머릿속에서 맴도는 정리되지 않는 고민들을 글로 쓰다 보면 어느새 고민이 해결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정해놓지 않아서 첫 한 줄을 쓰고 막혀서 며칠째 고민한 글도 있고 쓰고 보니 글이 너무 산으로 가서 통째로 지워버린 글도 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어떨 때는 30분 만에 글이 써질 때도 있고 며칠이 걸려도 안돼서 지워버린 글도 있다.
내 이야기를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치유가 되는지 처음 알았다. 아이를 키우면서의 고민, 삶의 고민, 가장으로서의 고민을 몇 시간 고민 고민 끝에 한 줄 써나 가면 며칠을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와이프와 대판 싸움을 하고 나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쓴 글을 읽으면 머리끝까지 미워했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게 된다. 아.. 내가 힘들 때 나랑 같이 있어준 사람인데 이런 일로 화내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나면 괞이 화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두 가지 종류의 글들 모두 소중하다. 비록 조회수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모두 다 내 인생을 풍족하게 해주는 훌륭한 재료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없고 지루한 개인적인 글을 읽어준 몇몇 분들도, 운동에 관련된 호기심에 한번 클릭해본 수많은 분들도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찌질하고 개인적인 일상의 글이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고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 몸짱도 아니고 전문적인 트레이너도 아니지만 운동 글을 읽고 도움을 받고 새로운 걸 알았다고 고마워하는 댓글을 보면 내가 더 감동받고 감사하다.
글을 쓰면서 여러 사람에게 난 참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변변치 않은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