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아 더 찬란할지도..
신은 어찌 보면 참 잔인하다.
어지간하면 아프지 않은 몸, 뭘 먹어도 소화시키는 내장, 며칠 밤을 새우고도 놀러 나갈 수 있는 체력, 팽팽한 피부
모든 걸 20대에 몰아주고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조금씩 조금씩, 티 안 나게..
하지만 에누리 없이 빼앗아 간다.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보이는 이마에 주름이 낯설게 느껴질 때,
아저씨라는 소리가 어느샌가 자연스러워졌을 때,
12시가 넘으면 저절로 눈이 감길 때,
나를 오빠라 부르는 이들이 아줌마가 되어있을 때,
내 인생의 중심이 아이들에게로 옮겨가 있을 때,
꽃같이 아름다웠던 내 사람의 얼굴에서 세월이 느껴질 때,
문득 이제 젊음이라는 것이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슬퍼하지는 말자. 아쉬워 하지도 말자
마음 떠나간 연인처럼 아무리 울며 매달려도
매정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떠나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도 말자
젊은이 떠나도 젊음이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추억과 젊음의 푸릇한 향기가 남을 테니..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떠나가기 전에
내 마음에 내 눈에 이 순간, 이 향기를 꾹꾹 눌러 담아 놓자.
결국에 젊음은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가겠지만
젊음이 없는 내 인생 역시 찬란했던 20대만큼 아름다울 수 있도록..
오늘도 하루만큼 젊음과 이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