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디자인 컨설턴시 인턴 출신이 말해주는 에이전시 디자이너의 업무
나는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해외 유명 디자인 컨설턴시에 운 좋게 인턴 디자이너로 뽑히게 되어서 두 달 동안 근무를 했었다. 아주 적은 시간이었지만 컨설턴시에서 일했던 경험은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회사 첫인상
가장 처음 오피스를 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우선 오피스가 강남에 작은 골목에 있는 주택을 개조해 만든 오피스였는데 건물을 아주 세련되게 꾸며놓아서 딱 봐도 멋진 디자인 에이전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총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한층은 미팅룸 위주의 공간이었고, 한층은 오피스 위주의 공간, 그리고 마지막층은 다양한 놀이시설과 해먹이 있는 힙스터 느낌이 나는 회사였다.
에이전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서 그런지 해외에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고, 서비스 디자인을 주로 진행하는 회사이다 보니 클라이언트들이 경영학적인 리서치를 함께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서 경영학도 출신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들과 미술학도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50 대 50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 회사였다. 당시 내가 들어왔을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4가지였는데 글에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그중 3개는 유명 대기업들의 서비스 디자인 혁신에 대한 의뢰였다. 첫 번째 회사는 초고가 라인을 준비 중이었는데 경쟁회사들과 다른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싶어서 우리에게 서비스 모델 제안을 요청하였고, 두 번째 회사는 해외로 사업 확장을 하고자 해외시장에 맞게 자사 제품을 리디자인 해달라는 의뢰였다. 그리고 세 번째 회사는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대한 전체 기획 및 실행을 의뢰하였다. 마지막은 회사가 아닌 대학교였는데, 학교에 출강하여 특강 형식으로 "Design thinking"방법론에 대해 강의를 하는 일이었다.
인턴 디자이너가 하는 일
나는 당연히 인턴이다 보니 사수분들의 업무에 대한 보조 위주였지만 큰 프로젝트의 줄기 중 작은 몇 가지 줄기들은 내가 책임을 지고 진행을 할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전시장 디자인이라던가, 영상디자인, 편집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등 프로젝트 내에 필요한 디자인 요소들에 대한 디자인을 진행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잔가지 같은 업무이지만 그래도 인턴이라도 큰 회사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보통 의뢰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들은 회사에서 과장급 이상이신 분들이 많다보니 사회 초년생으로서 그들의 시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두 번째 매력으로 다가왔다.
디자인 컨설턴시의 이모저모
또한 서비스 디자인을 주로 하는 회사이다 보니 개별 프로젝트별로 정량/정성조사가 아주 방대한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경영학, 통계학적인 측면에서 디자인을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업무량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일단 에이전시는 한 프로젝트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각각의 업무들을 기한을 정해 클라이언트들에게 제출하거나 보고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마감이 다가올수록 밤샘근무는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심한 경우 2주 내내 집도 한번 못 들어가고 쭉 회사와 회사 근처 찜질방을 오가면서 근무한 적도 있었는데, 대신 프로젝트 마감이 끝나고 나면 하루에서 최대 3일은 휴가를 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할만했다.
에이전시의 장점
그리고 매번 여러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의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별로 없을 때는 많이 한가하기도 해서 단축근무를 하거나 회사에서 회사 동료들과 팀빌딩을 좀 더 가지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는 두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들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에이전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냐하면 한 기업에 있으면 한 가지 업계의 한 직무만 진행하기 때문에 업무 스펙트럼이 좁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내가 과자회사의 디자이너라면 나는 과자와 관련된 디자인만 진행하기 마련이고, 연차가 쌓이다 보면 새로운 분야의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점에서 에이전시는 매번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