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015년 7월에 공황장애진단을 받으면서, 생애 최초로 정신과라는 곳에 다니게 되었다. 2년여간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다행히 병은 완치되었는데, 이후로도 가끔 아이와의 정서적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스트레스가 심해 안정제가 필요하거나 하면 내원해서 적절한 도움을 받곤 한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내과를 찾듯 나도 힘들 때 마다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큰 아이 손을 잡고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는 데에 그리 큰 거리낌은 없었다.
접수를 하고, 아이가 먼저 의사를 만나러 진료실에 들어갔다.
30여분 뒤에 아이가 나오고 이젠 내 차례였다.
예상대로 녀석은 틱을 앓고 있었으며, 거기에 강박을 위시한 불안장애 징후가 보인다고 했다.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내는 것은 틱이었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체온을 확인하는 것은 강박에서 나온 행동이란다.
일반적으로 틱은 남자애들에게 더 많은 편이고,
행동 틱 보다 음성 틱이 좀 더 심화된 양상이라고 했다.
지난 두달여간 아이의 증상이 행동 틱에서 시작해서 점차 음성 틱으로 이행되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좀 더 자세한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이른바 풀배터리라고 불리는 종합심리검사를 하기로 했다.
웩슬러지능검사를 포함해서, 인지/정서/성격적 특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문항에 대한 답을 입력해야 하는 검사지들은 집에 와서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소하다고 할 수는 없는 문제가 새로 생겼다.
심리검사 문항 중에서 "나는 자살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라는 문항에 아이가 꽂혀버린 것이다.
천식처럼 쌕쌕대던 음성틱이 갑자기 "나는 자살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저 말을 내뱉고는, 이내 본인의 의도가 아닌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며 괴로워했다.
나는 그냥 의사가 미리 조언해준 대로 최대한 모르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0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어 왔지만,
그래도 우리 애는 무난하게 자라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특출난 재능은 없을 지라도,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틱이라는 것은 정말 남의 얘기일 줄만 알았다.
어쩌다가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심란한 2주가 지나고,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 주의력의 안정적인 발휘에 어려움이 있음. 다만, 이는 현재 경험하는 불안과 같은 부적정서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며, 현 지능보다 더 나은 지적 잠재력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사료됨.
- 일상에서 요구되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인 인지적 방략이나 심리적 자원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취약해 질 수 있겠음. 특히, 아동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 일을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고, 그 과정에서 상황을 오해석하거나 심리적 허기를 느끼기 쉽겠음.
- 정서 및 성격 특성 : Anxious, Tense, Frustrated, Oversensitive, Low coping strategy
진단은 초진 때와 같았다.
틱 장애와 강박증상을 동반한 불안장애.
매일 먹는 약으로 틱약과 불안장애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언어치료를 받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