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남자애를 키우고 있는 엄마예요. 저희 애도 글쓴님처럼 ADD를 갖고 있지요.
저희 애는 집중을 못한다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해서 병원을 찾은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본인이 좋아하는 영역(만들기나 블럭놀이 등)에는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발휘했기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는 커서 건축가가 되라고 했었더랬죠.
저희 애는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한가지 주제에 꽂히면 그걸 끝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적성이 안풀리는 타입이어서
ADHD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공부도 곧잘 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해서 더더욱 그랬죠.
거기에 매일매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죠. 작년까지는요.
올 초에 소아정신과를 간 이유는 갑작스레 생긴 틱증상하고 강박적인 행동 때문이었구요.
거기에서 종합심리검사를 했더니 불안/강박정서가 굉장히 높았고,
이로 인해 (본인의 원래 수준보다) 인지/주의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불안장애약과 틱장애약을 먹고,
일주일에 한번씩 언어상담치료/4주에 한번씩 정신과진료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불안장애약을 먹으면서 상담치료를 했더니, 몇 달 만에 증상이 놀랍도록 호전되었어요.
틱도 거의 없어졌구요. 이제 곧 정신과는 안녕이다, 했어요. 그게 7월이었는데요.
시국이 시국이라 매일 원격수업을 했는데,
해야 할 과제나 수업내용정리를 너무 엉망진창으로 해놓는거예요.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는데도요.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저하고 크게 싸우는 게 하루 일과였어요.
제가 알고 있던 착실한(?)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어요.
조금만 잔소리를 해도 (자기가 잘한 것도 없으면서) 무지 격하게 반응을 했더랬죠.
작년까진 시키지 않아도 구몬이라든지, 숙제라든지 본인의 할 일을 반듯하게 끝내던 아이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그 루틴이 점점 망가지는 게 눈에 보였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의사선생님이 다시 한번 주의력검사(CAT)를 해보자 하셨어요.
본인이 봤을 땐 전형적인 불안장애에 가려진 ADHD의 패턴인데 확실히 원인을 알아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검사를 했고, 역시나 과잉행동이 없는 주의력결핍장애(ADD) 진단을 받았어요.
불안장애약을 끊어서 좋다고 했는데, 새로 ADHD약이 추가되었어요.
이게 부작용 중 하나가 틱증상이라 틱약도 계속 먹고 있죠. 이제 한 4개월 된 것 같아요.
지난했던 얘기는 대충 이걸로 마치고, 이제부터 뭐가 달라졌는지 말씀드릴게요.
제일 먼저 바뀐 건 아이의 글씨체였어요.
ADHD약을 먹기 전에는 정말 해독이 불가능한 무언가를 글씨랍씨고 휘갈겨댔는데,
지금은 상당히 정돈된 글씨체로 필기를 합니다.
약 먹은지 이틀만에 글씨체가 바뀌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꾸준히 노력해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다소간의 인내심이 생긴 게 보여요.
예전에는 조금만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혼자 엄청 화를 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ADHD 증상이었던 것 같아요. 집중을 못하니 꾸준한 노력이 힘들었던 거죠.
얼마 전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4학년 땐 조금 모범생이 된 것 같다며-_-
어찌 됐든 본인도 느껴지는거죠. 뭔가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요.
다시금 스스로 나름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ADHD약으로 콘서타를 먹고 있는데, 걱정하시는 대로 부작용이 있어요.
가장 큰 건 약 복용 초반에 저녁잠을 잘 못자요.
아침에 한 번 약을 먹는데,
이게 12시간동안 각성을 시켜주는 거라서 늦게 먹으면 먹을수록 잠드는 것도 늦어져요.
그래서 저희는 아무리 늦어도 무조건 8시 반 이전에는 약을 먹여요.
그래야 저녁 9시반~10시에 잠을 잘 수 있거든요.
두번째는 식욕부진인데, 약 때문에 가끔 아침 먹을 때 구역감/두통을 호소하더라구요.
다행인건 점심/저녁은 잘 먹어요. 병원에서도 점심 이후엔 입맛이 돌아온다 했구요.
저희집 같은 경우엔 아침을 좀 적게 먹었다 싶으면 점심/저녁을 꽉꽉 채워 먹입니다.
세번째는 틱 증상인데,
없던 틱도 생긴다는 판에 저희 애는 원래 틱이 있었던 터라
(완치된 줄 알았던) 틱이 다시 생기니 무지 심란했는데요.
틱 증상을 겪어보니 이게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편차가 있더군요.
심할 때는 갑자기 심해졌다가, 또 잦아들 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져요.
그래서 그냥 어차피 장기전이다 생각하고 증상 심할 땐 틱약 증량하고, 호전되면 감량하고 그러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학교에 매일 안가는데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아이의 틱 증상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거죠. 어찌보면 시국을 잘 타고난 병이랄까요-_-
제 얘기는 대충 여기까지구요.
글쓴님 아이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 제대로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걸 강력히 추천드려요.
약을 지금 당장 먹여야 할지,
아니면 경과 관찰 후 8세 이후에 약을 먹이는 게 좋을지 선생님이 판단해 주실거예요.
만에 하나 약을 먹더라도, 약만 먹는 게 아니고 어쨌든 상담치료도 병행이 되니까
교우관계나 학업, 아니면 부모자녀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좋더군요.
저희 애 같은 경우는 ADHD약은 중학생 될 때까지, 언어상담치료는 올해까지 하기로 했어요.
어찌 되었든 ADHD는 장기전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글쓴님과 남편분이 최대한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도 문득 '다른 애들 다 멀쩡하게 잘 지내는데 왜 우리애만..'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래도 약으로 낫는 병을 가지고 있는게 어디냐 싶어요. 실제로 차도가 눈에 보이기도 하고요.
아무쪼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