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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핫산 Oct 28. 2015

연애의 끝은 이기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기주의자의 헛소리일 뿐이다.

연인의 마지막은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하지만 좀 더 멀리서 지켜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협의하에 헤어지는 끝과 비협의하에 헤어지는 끝. 


헤어지지 않는 것이 모두가 바라는 가장 좋은 일이지만, 만남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하던가. 바라지는 않더라도 헤어짐의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두 사람이 모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합의를 하고 관계가 정리되는 것이 이왕이면 이상적이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인관계든 부부관계든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둘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서 의미없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별이라는 것은 굳이 연인관계가 아니더라도 아쉽고 안타깝고 아프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라면 좋겠지만 연인과의 이별에서 '다음에 또 만나요'는 없다.  


헤어짐을 선언한 사람과 헤어짐을 통보 받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연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감정이 격해져서 홧김에 '우리 헤어져!'라고 말을 할 수도 있다. 


잠깐 벗어난 이야기지만, 이 '우리 헤어져!'를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시켜줘!'


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에 따라서는 이렇게 홧김에 내뱉은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관계가 원치않게 정리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러지말자. 

헤어지고 싶지 않고 사랑받고 싶다면 솔직하게 '좀 더 사랑해줘.'라고 말해도 되지 않나.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하기로 하고. 


아무튼 홧김에 헤어지자라고 말한 게 아니라면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까지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이별을 앞두고는 계산적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
나는 이 사람과 만남으로써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싫었나?
나는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했고 무엇을 감당했나?
내가 이정도만큼의 희생과 배려를 하였는데 상대로부터 받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잃을 것과 얻을 것은 무엇인가?


너무 계산적이라고? 

양심적으로 되돌아보자. 

헤어짐을 고려하는 그 순간만큼 이기적인 순간이 없다. 

금전적인 계산이 아니라 '감정적'인 계산을 하게 되는 거다. 


헤어지는 마당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될 리가 없으며, 상대방이 이렇게 좋은 점이 있었고 잘해주었다보다는 내가 이런 점이 힘들었고 이만큼 서운했다가 우선이 된다. 


그래서 '헤어지자'라는 말과 '생각할 시간을 갖자'라는 말이 나왔을 때, 상대와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절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해주어서는 안된다. 


혼자서 이불 돌돌 싸매고 하는 생각은 부정적으로 흐르기 좋고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부정적인 질문자의 설명이 덧붙여질테니 주변 조언도 '헤어져라'라고 흐르기 일쑤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서로 진중하게 술먹지 말고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게 현명하다. 


또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헤어지자'는 말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내가 사랑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무수히 많은 자문들의 마지막으로 오게 된다.


아이가 있는 부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질문에서 '아이'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이'가 이유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헤어지게 된다. 

대부분 엄마들이 이혼을 원하지만 실행하지 못하는데는 '양육권'이 걸려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를 포함해서 본인보다 상대방을 더 신경쓴다면 헤어질 수가 없다. 


'나와 헤어진 다음 이 사람이 잘 지내지 못하면 어쩌지?'

'폐인처럼 지내면 어쩌지?'

'밥은 제대로 해먹고 살려나..빨래는...'

'너무 힘들어 하면 어쩌지?'


같은 걱정을 하게 되면 헤어지려던 결심은 저멀리 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본인이다. 

상대보다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아낀다면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관계를 끝냄으로써 '관계를 지속함으로써 감당해야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진다. 오로지 자신을 생각해서 결정한 이별이기에 상대방이 자살하겠다고 난리를 쳐도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헤어지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안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헤어짐은 오롯이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만두기 힘든 직장을 거짓말로 그만두는 것처럼 관계를 거짓말로 끝내지는 말자.


사랑하기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헤어지는 거니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사랑하니까 헤어지는거야'라는 희망고문을 하는 걸 보면 이별은 정말 어디까지 이기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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