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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y 23. 2023

다시 다카마쓰로, 메기지마와 테시마 섬을 가다

다카마쓰는 섬 여행의 천국

행복했던 고치현에서의 닷새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우동현 다카마쓰로 돌아왔다. 처음이라 그곳 상황이 어떤지, 분위기가 어떤지 하나도 몰라 고치현을 갈까 말까 했던 것도, 고작 닷새 여행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에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마도 고치현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다카마쓰로 돌아와서는 한국으로 떠나는 날까지 남은 날들을 주변에 있는 섬 여행을 하는데 쓰기로 했다.


찾아보니 한글로 여목섬, 메기지마 섬이 가깝고 커 보였다. 이 섬은 도깨비 섬으로 불려지는데 콘셉트를 재밌게 잡아서인지 찾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를 가보자 하고 메기지마를 하루 다녀왔다. 그러나 나는 메기지마 섬에 가서 도깨비 관련된 건 하나도 보지 않았다. 섬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 섬을 배경으로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우쿨렐레와 하와이 음악 영상을 찍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여기에서 건진 인생 영상과 사진들이 많다.


여행 날짜를 착각해서 여행이 다 끝나가는 걸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하루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오호! 이거 왠지 횡재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다른 섬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를 띄워 놓고 보는데 다카마쓰 항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나오시마와 쇼도시마, 메기지마를 다녀왔다. 메기자마(여목) 그 옆에 남목 섬이 있던 데 거기를 가볼까 하다 쇼도시마옆에 제법 큰 섬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테시마 섬이라 쓰여 있다.


얼른 유튜브로 검색했다. 그랬더니 한국사람 영상으로는 다녀온 사람이 별로 없는지 올라온 영상이 몇 개 없다. 그런데 괜찮아 보이는 갤러리가 있어 순식간에 마음이 끌렸다. 그럼 여기를 가자 하고는 가는 방법 및 여러 사항을 검색했다. 우쿨렐레 가방을 메고 다니기에는 너무 힘든 코스 같았다. 그러나 분신과도 같은 나의 우쿨렐레는 꼭 들고 가고 싶고 어깨가 아파 가방은 무거워 가져가기 싫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그냥 가방 없이 우쿨렐레만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곤 악기를 조금이라도 보호할 방법을 고민했다. 여행온 처지로 호텔방안에서 더군다나 이번엔 아주 작은 캐리어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상태라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나의 우쿨렐레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 심지어 나는 나의 옷 중 하나를 악기옷처럼 만들어 입히면 어떨까 싶어서 호텔서 받은 바느질도구로 옷을 꿰매어 우쿨옷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 필요할 때 악기를 금방 꺼내서 노래하고 연주해야 하는데 한번 꺼내는데 무척 힘이 들고 다시 입히는데도 힘이 드는 상황이 마뜩치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옷을 벗기고 우쿨렐레만 달랑 가방에 넣는 걸로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일본의 공기와 습도가 내 몸을 통해서 겪어본 바로라면 한국에서보다는 더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쩌면 용기 내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 가볍고 자유롭다. 악기를 최대한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니자 하고 마음먹었다.


이번에도 다카마쓰항에서 출발이다. 시코쿠 한 달 살기 하며 배를 하도 여러 번 타서 처음 배를 탈 때처럼 흥분되고 신나는 감흥은 사라졌다. 그래도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고 달리는 쾌속선에서의 짜릿함은 처음 배를 타는 것 마냥 꿈틀거리며 되살아나곤 한다. 다카마쓰항에서 1시간 조금 넘어 테시마섬에 도착했다.


항구터미널에 내려서 제일 먼저 하는 건, 돌아갈 배편과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일이다. 이것이 섬을 여행하는 나의 기본자세다. 물론 섬뿐만 아니라 다른 곳을 여행할 때도 이건 제법 중요하고 큰 일이다. 보통 계획이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또는 있고 싶은 대로 등 자유롭게 여행하는 나의 스타일에 비해 특히 섬에서의 하루는 모든 것이 더 이상 변동가능하지 않은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나오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


마음 같아선 미리 표를 사놓고도 싶지만 출발 30분 전부터 표를 판다고 되어 있다. 말해봐야 일본사회의 알 짤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쓰여 있다면 그냥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뿐이다. 되지도 않는 일에 힘 뺄 일 없으니. 처음엔 어느 정도 한국식 또는 나의 정서적 발로로 무언가를 내식으로 처리하고 싶어 도전해 보기도 했다. 번번이 거절당하는, 그것도 엄청 친절하게 거절당하는 체험을 몇 번 해본 뒤로는 이젠 그런 시도는 중단됐다. 거기에 무모라는 수식어가 붙기 딱 좋은 사회, 이 사회에서 뭐 어쩌겠나. 절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걸.


딱히 어떻게 여행할까 결정하고 온 것이 아니라서 배에서 내린 뒤 어떻게 이 섬을 한 바퀴 돌까 망설였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가며 줄을 선다. 심지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왠지 이 줄을 안 서면 안 될 것 같은, 뭔가 손해 볼 거 같은 분위기다. 엉겁결에 나도 줄을 섰다. 그리고는 살펴보니 자전거 대여하는 줄이었다. 주로 일본의 작은 섬들을 여행할 때 이렇게 자전거를 대여해서 한 바퀴 도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방식이다. 여기도 그런 듯하다.


줄이 길어 내 차례까지 오려면 한참이 걸리겠다. 그러다 나는 우쿨렐레를 에코백에 넣어온 걸 확인하고 그 줄에서 빠져나왔다.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악기를 올려놓는 상상을 할라치면 간담이 다 서늘하다. 내 소중한, 이 여리디 여린 악기를 그렇게 거친 환경에 둘 수는 없다. 오늘 이 섬 여행은 자전거는 탈락이다. 걷던지 버스를 타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려는 뮤지엄을 보니 걷는 걸로도 당연히 가능은 할 것 같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줄이 이미 한가득이다. 탈 수도 없는 자전거줄에 있다와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버스도 탈 수 있으려나 싶을 만큼 줄이 길었다. 이 버스를 못 타면 한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 텐데... 기분이 꿀꿀하다.


이런 경우는 계획이라곤 하나도 없이 온 내가 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탈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금액이 얼마인가, 표를 사는 것인가, 현금을 내야 하는 것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 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노랑머리의 외국인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내 우쿨렐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잇쏘뷰리플! 한다. 목소리도 예쁘고 미소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내 우쿨이 아름답다 말해주는 것도 예쁘다. 기분이 좋아 나도 감사하다 말하며 싱긋 웃었다.


뒤의 아가씨가 날 보고 이 버스는 티켓을 사야 하는 건가 묻는다 그래서 모르겠다 했더니 알겠다한다. 조금 기다리고 있다 보니 버스 기사가 와서 버스 문을 연다. 그리고는 앞에 서있던 사람들부터 타기 시작한다. 그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는데 이미 나는 앉는 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앉은 자들이 세상에서 젤 부럽다. 오늘처럼 악기 가방도 없는 상태로 악기를 메고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버스에 타서 가는 건만 해도 어딘가 하며 내 차례가 왔을 때 얼른 올라탔다. 버스는 이미 만원에 가까웠다. 나는 버스 타면서 돈을 내야 하나 싶어 돈을 만지작거리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그래서 아, 여기도 내릴 때 내는구나 싶어서 종종걸음으로 들어갔다.


악기를 보호해야 하니 앞으로 아기를 끌어안 듯이 안고 다른 한 손으론 손잡이를 잡고 섰다. 내 뒤로도 외국인 아가씨를 비롯해 몇 명은 더 탔으나 그 뒤는 정원 제한으로 못 타게 되었다. 터프하게 생긴 서양인 남자는 커플로 여행온 듯한데 자기 앞에서 스탑이 되자 저스트 투피플도 안되냐고 툭 던진다. 나는 속으로 이 사회에서 그것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고 내심 뻔할 뻔자의 결과가 궁금했다. 그러나 역시 뻔한 뻔자다. 안된다고 단호히 말하는 기사 양반. 그렇고 말고지 암. 이럴 때 보면 정석대로 가는 것도 좋구먼. 이미 꽉 찬 버스에 저 덩치 큰 서양 남자를 더 구겨 넣듯 하는 걸 상상을 하니 심히 인상이 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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