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감정적 고비를 넘어 드디어 만날 수 있는 그 순간의 짜릿함과 경이로움을 만나게 하는 연극이다.
산을 사랑하는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 둘은 우연히 의기투합하여 아직 아무도 오르지 않았던 안데스 산맥 시울라그란데 서벽 코스를 등반하기로 한다. 2박 3일의 계획, 그러나 오로지 의지할 건 서로뿐인 알파인 등반을 하다가 조는 조난을 당한다.
연극의 시작은 그렇게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조를 추모하려고 모인 조의 누나 새라와 사이먼, 조와 사이먼의 캠프를 지키던 리처드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도대체 그 위험천만한 등반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노하는 새라에게 사이먼은 조와 등반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재연을 시작한다. 놀랍도록 반갑게도 그 상황에 조의 모습이 등장하고, 서서히 새라는 조와 등반가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터칭 더 보이드'. 텅 빈 공허의 순간을 마주하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의 맛을 경험해본 사람은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뭐든 가득 차고 시끌벅적한 삶만 살았던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그 맛. 동시에 텅 빈 공허를 만난다는 것은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그곳, 아무도 해내지 못한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끊이지 않고 나를 둘러싸는 두려움과 고뇌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극의 후반부, 관객은 조난당한 후의 조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그 시간엔 놀랍도록 반갑게도 새라의 모습이 조의 곁을 지킨다. 그리고 그 시간은 놀랍도록 감동적인 엔딩을 선사한다.
시울라그란데가 되어주는 경사 진 무대와 그것의 활용이 아주 좋았고, 순수하게 산을 좋아하고 기뻐하는 조와 사이먼의 쾌활함이 경이로운 엔딩까지 이끄는 연극 <터칭 더 보이드>. 기대 이상의 감동이 안데스에서 대학로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