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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ug 14. 2022

감독 이정재의 결심이 궁금하다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이정재 감독의 <헌트>.

83년, 군부의 무력으로 시민이 짓밟히고 부패한 독재가 서슬 퍼런 안기부의 고문과  공작으로 지탱되던 시절, 그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반정부 시위와 반공주의가 공기처럼 공존했던 시대 배경은 각자의 신념과 목적 때문에 속내를 감춘 채 팽팽하게 대립하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표정을 또렷하게 보게 하는 조명 역할을 단단히 한다.


안기부의 계획이 족족 노출되면서 대통령 암살의 위기가 연이어 터지자 안기부 내에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의심이 커진다. '동림'으로 이름 붙여진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공작과 고문이 이어지고 의심의 골은 깊어진다. '동림'의 미스터리가 점점 풀려갈 때 박평호와 김정도의 이몽은 하나의 목표를 향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부터 엔딩까지, 영화는 가장 뜨겁게 끓어오르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 픽션을 꽤 진지하게 집중하면서 보게 만든다. 끝내 이루지 못한 그 X 죽이기와 당시의 공기와 실제 역사와 영화라는 픽션이 절묘하게 섞여 하나의 형체를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이 첩보영화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감독작으로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쓰고 만든 이정재에겐 어떤 결심이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믿으면 죽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한 믿음이 커질 때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생존의 길은 오직 자신만을 믿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헌트'가 사냥꾼도 사냥감도 아닌 사냥 자체를 의미한다고 볼 때, 사냥의 시대엔 순간의 믿음 때문에 사냥꾼이 되고 사냥감이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쓸쓸한 존재들이 있(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믿는 독함으로 생존자가 되는 존재가 있(었)음에 대한 씁쓸함이 남는다. 2021년까지 명줄을 놓지 않은 그 X는 어쩌면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만을 독하게 믿었기에, 아무것도 해결하지도 사죄하지도 않은 채, 끝내 제 명까지 버틴 것이었을까.


영화로서 <헌트>는 두 가지 특징을 무기로 삼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 두 가지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으로 보인다.

하나는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의 활용이다. 이정재, 정우성 외에 이 영화엔 한국의 대표적 배우들이 조연과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런 배우들을 활용해서 작은 것도 크게 보이도록, 좁은 공간도 넓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특정 시퀀스는 그 배우들의 주목도 탓에 과하게 힘이 실리기도 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각 시퀀스들이 묵직한 덩이를 이루는 것이다. 각 장면보다 시퀀스의 덩어리로 기억되게 하는 것이 영화에 묵직함을 더하고 힘을 느끼게 한다. 한데 이런 묵직함을 견디지 못하는 관객이 있다면? 더군다나 80년대 어두운 시절을 다루고 있으니, 세상 뒤죽박죽인 2022년 오늘,  20대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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