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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Bigstar Aug 14. 2022

사랑 때문에 최악이 되고, 최악이어서 사랑을 잃고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최악이다. 의대를 다니지만 육체보다 정신에 더 관심이 있다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바꾸더니만 이내 사진에 더 관심이 간다면서 사진 공부로 전공을 바꾼다. 그 사이 사귀는 사람도 계속 바뀐다. 율리에의 변덕과 변심은 서른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 진짜 맞는 것을 찾기 위한 통과의례일까?


파티에서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리)을 만나고 동거를 시작하지만 1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 둘의 간극은 서서히 벌어진다. 겉으로 봐선 문제없어 보이지만 세대차이는 둘을 다른 관심사와 다른 타이밍에 둔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아.'라는 율리에의 표현은 사춘기 때의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럽던 내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서른 즈음이지만 제2의 사춘기처럼 흔들리고, 여전히 제 삶의 조연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율리에는 결국 또 다른 파티에서 만난 아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의 곁을 선택한다. 그녀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악셀의 세계에서 율리에는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 반면 아이빈드를 향할 땐 세상 모든 게 멈추고 오직 두 사람만이 움직일 뿐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예민한 율리에 에겐 그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질풍노도 같은 율리에 에겐 아이빈드도 답이 될 순 없다.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놓을 수 없고, 심리적 여백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율리에는 사랑 때문에 최악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가 최악이어서 사랑을 잃기도 한다.



이 영화를 서른 즈음을 관통하며 요동치는 율리에의 성장기로 볼 때, 성장의 열쇠는 상실이다. 반드시 곁에 두어야(있어야) 한다고 집착했던 관계의 상실을 겪고 마침내 제 자리에 앉은 율리에의 모습은 지금 그 나이대를 사는 관객이나 그 시기를 이미 지난 관객 모두에게 깊은 공감과 회한, 안도의 복합적인 날숨을 내뱉게 할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많을 영화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감독 요아킴 트리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2개의 챕터로 율리에의 변덕과 변심, 요동치는 심리를 때론 시니컬하고 위트 있게, 때론 낭만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분출하는 여름을 지나 다시 흡수하는 가을을 앞두고 보기에 제격인 영화다. 계절에서도, 인생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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