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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고슴도치 Apr 09. 2024

[2003드합292] 사랑하는 나의 반려자에게

[족함에 닿아가는 法] 행복추구권과 반려자를 선택할 권리에 관하여

로스쿨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가족법이,

상속 및 유류분에 관한 쟁점이 조만간 출제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부상하게 되었다.

[2003드합292] 사안은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한 판례로,

1) 동성 간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에 있는 경우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2) 그에 따라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위 판례를 읽으면서 동성 간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에 기반한 다른 사안이 떠올랐다.

2013년 부산에서 발생했던,  동성의 동창 乙과 약 40년간 동거한 60대 여성 甲의 투신 자살 사건이었다.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영위하던 보금자리 및 기타 자산이 모두 乙 명의로 되어있었는데,

乙이 말기암 진단을 받자 甲 및 乙은 아파트 소유권자와 보험금 수령인 명의를 甲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乙의 조카로 인해 명의 이전은커녕 간병조차 불가해지자

甲은 현금 및 패물을 챙겨 집을 나오게 되었고,

乙의 조카는 甲을 절도죄로 고소하고 집의 시건장치를 바꿔버렸다.

암 진단으로부터 약 한 달 뒤 乙이 사망하였음에도 상속인들은 甲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뒤늦게 乙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甲은 위 아파트 복도에서 투신하여 자살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우리집 아저씨'라고 부르는 남의 편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병무청에 "사실혼 유사관계"를 서류상 인정받기 위해

미국행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출국허가 예외사유 심사를 받았다.

아직 미필인 나로 인해 병무청 허가 없이는 출국이 불가함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하와이를 날려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얼떨결에 미국 서류상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얼떨결에 할 일이었나 싶긴 하지만, 원래 그래야 실행할 수 있는 게 결혼이랬다.)


덕분에 둘 다 한국 국적임에도 병무청에는 내가 혼인관계에 있음을 인정받은 꼴이 되었다.

'가족법상 사실혼 유사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데, 우리나라 행정시스템 참 개방적이네.'

라는 생각이 스친 것도 잠시, 동거 중인 우리 관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보다 살 많은 우리집 아저씨가 갑자기 죽어버린다면? 나도 집에서 쫓겨나는 건가?'

물론 나는 넋 놓고 당하진 않을 것이다. 나와 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하기 싫은 날에는 혼인신고 대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탐색했으니까.


생각해보면 개인의 안위를 사적 대비책 존부에 맡기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더 나아가서는, 혼인의 의사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상대가 있음에도

성별 구성에 따라 국가에서 혼인신고 가부를 결정하는 역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며, 국가는 이를 확인・보장할 의무를 진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 [89헌마82] 등에 따르면 이러한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며,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혼인의 자유, 혼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이제 [2022누32797] 사안의 상고심 결과가 많은 것을 좌우할 것이다. 

위 사안은 동성 결혼식을 올린 두 남성 중 일방이 타방의 사실혼 배우자 자격으로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하였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착오를 이유로 위 자격을 소급 박탈한 것에 대한 취소소송이었다.


물론 [2022누32797] 사안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이 위법함을 인정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했음을 이유로 한 것이지, 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행정법 판례에 따르면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여 동일한 처분을 할 경우,

당해 처분은 적법・유효하게 된다.


다만 바라기는,

이러한 문제제기들이 쌓여 언젠가 내가 사실혼 배우자 자격으로 우리집 아저씨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내가 취집 성공한 케이스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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