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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기다리며

맞은편에서 한 사내가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나는 마스크를 썼는데 그는 맨얼굴입니다

미니스커트에 빨간 구두 신고 예식장 가던 일요일,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부끄러운지 온 몸이 벌게졌습니다

하마터면 물들뻔했습니다


또 다른  사내가 서 있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썼는데 그는 맨얼굴입니다

시폰 블라우스에 초록색 치마를 입고 출근하던 월요일,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273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열부터 세기 시작했습니다 손짓하며 건너오라 합니다. 하마터면 빠져버릴 뻔했습니다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두 사내를 매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짧지만 마음이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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