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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현상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

2-1. 양극화현상을 왜 감정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가.

by 이슬아




Intro. 한 지붕 두 여인, 그리고 잘 익은 감


작가는 [관찰자]라 했다. 일상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깨달음을 얻는 찰나의 순간만큼 작가에게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발견하는 순간들을 한 잔의 녹차처럼 정갈한 글로 담아본다. 작년 가을즈음 동네 골목어귀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그런 순간이었다. 2층 주인 할머니께서 잘 익은 감을 따고 계셨다. 마당 감나무에서 가을마다 열리는 감을 따시는 일은 분명 사소한 일상이셨을 것이다. 감 따기 전용 막대기 끝에 달려있는 주머니에 담긴 감을, 우연히 출근하던 1층 청년 손에 내려주시고 계셨다.


마당에 심은 감나무들은 언제나 이웃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감을 주고받는 매개체가 되었다. / 출처 : 더블엑스딥 블로그

2층 주인 할머니께서는 6.25 전쟁 이후 평북 선천인 고향을 떠나 실향민으로 이곳에 처음 정착하셨다고 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이 산등성이에, 옆 동네 미군부대에서 버려진 쇳조각과 철판으로 올린 판잣집이 지금은 2층짜리 전원주택이 되었다. 고된 미싱일로 손가락 관절들이 휘어버린 그녀의 삶은, 그녀의 유일한 자산인 이 집의 변천사만큼 파란만장하다. 1층엔 서울로 상경한 20대 청년이 살고 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자신을 알고 싶다는 동기로 스스로 이곳에 작은 터전을 마련했다.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의 위기로 [세대갈등]에 대해 논한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삶의 실존에서, 세대를 연결하는 것은 감 한덩이면 충분했다.


1. 우리는 삶을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살아낸 시대와 삶의 모습은 달라도 지금까지 살아왔고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만난 두 영혼의 실존이, 감 한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을 필자는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1층과 2층 테라스로 가볍게 오가는 감과 대화 속에 번지는 미소와 웃음들, 그렇게 시작되는 그렇게 아침 일상으로부터 오는 소소한 기쁨들을 우리는 언제부터 잃어버렸을까. 그런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이긴 한가.


우리는 쉽게 거시적이고 단일한 잣대로 누군가의 삶을 더 낫다고 비교하며 판단하는 자리에 선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자신의 고귀한 삶을 그러한 서열(Hierarchy)의 자리에 쉽게 내어준다. 2층 할머니와, 1층 청년의 삶 중에 누구의 삶이 더 우월하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을까. 두 여인의 삶처럼 우리 인생은 제각기 다르게 흘러왔고 잘 살아왔기에 지금 여기서 만난다.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들과 우리 머릿속 생각과 감정들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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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중, 인간의 뇌 신경망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다가올 시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파 앤 리햅 마인풀 북클럽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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