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시선에서 살펴보는 도시의 미래
10년 전 전국 배낭여행을 떠났다. 졸업하기 전에 아는 선배 언니와 마지막으로 [학생다운(?) 여행]을 떠나보자는 취지였다. 배낭여행답게 기차와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도시 간 이동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여행경로를 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실전이 문제였다. 실제로 배낭을 메고 그 동선을 따라가 보니 계획과 많이 달랐다.
서울만큼 편리한 대중교통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불편했다. 환승하는 버스는 정류장이 달라 걸어서 다음 정류장까지 찻길을 걸어가야 했다. 예상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져 다음 차편을 30분~1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여행 계획은 조금씩 차질이 생기면서 막바지 여행길에는 컴컴해서야 숙소에 도착해 주변 관광을 하지 못한 채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여행을 위한 이동인가 이동을 위한 여행인가 -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과 깨달음을 주었던,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전국 배낭여행. 그 여행은 불편하고 열악한 기억으로 여전히 필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양극화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도시계획 관련 글을 준비하면서 전국배낭여행 경험이 문득 생각났다. 10년 전 그때 경험했던 교통과 지금의 그것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필자와 같은 뚜벅이들에겐 긴 여행길이 돼버리는 열악한 이동성(Mobility) - 그렇게 10년간 수도권 인구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과 지방소멸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당연히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지방도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인구 집중현상으로 지방도시가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러한 양극화현상을 정부가 정책과 SOC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집중현상을 막을 수 있는 도시계획적인 방안은 없다. 누구나 내가 원하는, 살기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 마음이 당연지사다. 살기 좋은 동네를 떠나 불편한 동네에 살라고 강요할 순 없는 것이다.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킬 목적으로 만든 [세종시]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보다 현실적인 인구계획의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다. 세종시는 수도권 인구의 분산에 실패했다. 대전이나 충청도 등 인근 지방도시에서 유입된 인구가 63.4%로 대한민국 한반도 중간지역에서 하나의 거점도시를 만든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직장이 옮겨졌다고 해서 거기에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줬다고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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