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대 - 예술이 삶에 주는 효용 가치에 대하여
2025년 11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로 공연이나 영화•전시회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도를 여러모로 준비하는 시즌 몸과 마음•생각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효율성]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퍽퍽한 일상 속에 무언가 비효율적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바쁘게 향한 발걸음이 어느덧 박물관 광장 풍경을 보면서 느려지기 시작한다.
오늘 함께할 전시회는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다. ‘빛을 수집한 사람들‘이란 부제처럼 인상주의 작품들은 언제나 빛을 머금은 듯한 따뜻함이 있어 참 좋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1년간 머물면서 불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지만 사실 나는 박물관 가는 일에 더 열심이었다. 한 나라가 가진 예술자본이 얼마나 국민과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지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예술을 누린다’는 표현이 참 적절한 프랑스 파리는 공기마저도 예술적이다. 특별전시관으로 향하는 컴컴한 입구 —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출발하는 듯한 이 설렘이 얼마만인가! 한국에서의 삶은 참으로 퍽퍽하기만 하다.
이번 전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된 [로버트 리먼 컬렉션] 작품들로 꾸려졌다. ‘좋은 작품들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누려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작품들만큼 우아하고 품격있다. 그의 예술철학과 실천적 행동에 깊이 감사하며 컬렉션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하기 시작했다. 지끈거리고 무겁던 뇌가 어느새 한결 가벼워짐이 신기하다. 내년도 트렌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느라 내 머릿속을 좌뇌가 온통 점령하던 터였다. 뇌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벼워진 머리를 느끼며 비로소 깨닫는다.
전 세계 문화 중심지가 대한민국이 되면서, 다양한 예술작품 전시회를 서울 도심에서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고 좋은 때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상주의 작품들을 가까운 곳에서 만날 생각에 반가웠다. 하지만 더 반갑고 놀라운 것은 작품감상 활동이 내 몸과 마음•삶에 작용하는 균형감과 충만함이었다. 작품을 하나씩 그저 보고 느끼는 생각하는 자유로운 시공간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 변화된 내 몸을 느끼며 깨닫는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좌뇌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 나아가 삶을 끌어가도록 쉽게 그 운전대를 내어준다. 팩트(Fact) 기반의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위기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좌뇌 중심적 삶 속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은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살아서 존재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될까. 그렇게 19세기 테오도르 루소 작가의 <연못> 작품이 2025년 그 앞에 서 있는 나에게 묻는 것만 같았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보고 느끼는 그대로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생각이 왔다가 머물고 또 흘러가도록 하는 우뇌 중심의 활동이다. 좌뇌와 우뇌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그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아도, 중요한 것은 인간이 좌뇌와 우뇌를 모두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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