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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 독서의 재정의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시대적 맥락과 역할

by 이슬아




Intro. 어느 책벌레 이야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책방에 들린다. 구매할 책이 있어서 가는 건 아니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그저 그렇게 가벼운 루틴이다. 매대에 새로 소개된 신간들을 쭉 훑어보기도 하고, 매주 다이내믹하게 달라지는 베스트셀러 순위도 찬찬히 살펴본다. 인문, 경제, 자기계발, 과학 등 섹션별 매대에 소개된 책 제목만 읽어도 전 세계 지성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인류의 호기심어린 탐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때때로 눈과 마음이 가는 책을 만나면 한두 권 집으로 데려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부터 읽어내려가는 책도 있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한두 달 숙성하다가 문득 꺼내드는 책도 있다. 계절의 변화가 있듯 - 시절인연처럼 책도 때에 따라 만나는 책이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들여야 한다고 부모님은 수백 번 강조하셨지만, 어릴적 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일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흥미롭게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시점은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긋지긋했던 학생의 신분을 드디어 졸업할 때쯤 오히려 나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주말 일상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가볍게 들고 집 근처 푹신한 가죽 소파가 있는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먼트 - 그 모먼트가 주말 루틴 중 하나였다.

책과 함께하는 휴가인데 팟타이까지! 천국이 따로 없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이라는 신분이 정말 지긋지긋했지만 '신입사원'의 위치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조직 안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필요한 시간이었고 덕분에 단시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내 존재가 부품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부정할 순 없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결과의 '취뽀'였지만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무기력하고 답답한 상황을 견디면서 나름 고안해낸 루틴이 바로 [독서]였다. 책을 읽는 순간 삶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돌이켜보면 책의 내용보다도 책을 읽는 순간 그 자체를 사랑했던 것 같다. 평생 읽지 않던 책을 20대 후반부터 읽은 덕분에 나는 여기저기 글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독서를 통해 다져진, 생각하는 힘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된다.


1. Why 책인가?


소중한 나의 주체성에 다시금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였다. 오랜 시간 바쁘다는 핑계로 놓고 있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천천히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을 찾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알람을 확인하고, 자기 전 누워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조금만 로딩이 오래 걸려도 답답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이게 무슨 상태지? 나의 의지와 선택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고 끌려가는 듯한 일상이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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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중, 인간의 뇌 신경망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다가올 시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파 앤 리햅 마인풀 북클럽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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