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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May 05.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영화 4등을 봤다.


  그 영화를 보려고했던 건 아니었다.


  진화(서아프리카에서 만난 친구)랑 영화를 본 적이 없었고 항상 보자보자 말만하면서 미루다가 며칠 전에 영화이야기가 또 나왔는데 말 나온 김에 약속을 딱 잡았다. 그런데 웬걸, 확 꽂히는 영화가 없었다. 그나마 보고싶은 것들은(로맨스) 상영시간이 너무 늦었다.


  영화 '4등'은 사실 포스터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러다 상영시작시간이 20시인 걸 발견하고 메인예고편을 봤는데 울컥했다. 게다가 내일 막을 내리는 걸 확인하곤 진화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4등은 어때?'

  

  진화가 답하길


  '나 이거 보고싶었어. 니가 별로일까봐.'

  나는 그 말에 곧바로 표를 결제했다.


  영화는 정말 괜찮았다. 줄거리는 네이*가 더 잘 알려줄 거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준호)의 동생이 시를 읊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시를 듣다가 가슴 한 가운데가 쩌릿?한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생략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생략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이 시를 찬찬히 읽는데 19세기 초에 죽은 이 분과 마치 긴 대화라도 나눈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도 삶을 그렇게 느꼈나요?'


  '아직 오지도 않은 상상 속의 미래에 마음을 두고 이 오늘을 살아가려니 힘든 거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던 거죠?'

Nicole Marbaise의 L'horloge 2011년

  하아- 모두의 오늘이 행복했으면...


   시빌 워를 안 보길 잘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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