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 Jun 04. 2016

30살의 나

일상, 사랑 그리고 미래

  

  "주여, 이 못난 딸을 용서하소서! "


  참~ 돈이 뭔가 싶다. 돈이란 것이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간사하게 만들고 뒤흔드는 건지.....


  엊그제 꿈을 꿨다. 그릇이 잔뜩 쌓여있는 꿈이었는데 엄마에게 말하니 좋은 꿈이니 로또를 사보라는 거였다. 로또가 얼마나 허무한 건지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이미 깨달았기에 잘 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종종 내 인생에 끼어드는 녀석이다. 친구들과의 대화 마무리에도 '로또'가 자주 등장한다.


  "누구든 로또 걸리면 콩고물 튀기기다!"

  "당연하지. 세계여행 보내주기."


  그렇게 엄마 말을 듣고 '이번엔 진짜 될까~?'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로또를 구매했다.

  빳빳한 오천원을 내고 자동으로 구입하자마자 번호는 보지도 않고 반에 반으로 접어 휴대전화집 카드 넣는 곳에 끼워넣었다.


  "히히~ 하나님 로또 걸리게 해주세요~"


  나는 1등에 당첨된 상상을 했다. 걸리면 요렇게 써야지 죠렇게 써야지 기대에 부풀었다.


  이튿날 학원 일을 마치고 이사갈 집을 둘러보고 중고사이트에 올릴 물건들을 살펴보다 문득 로또가 생각났다.


  "내일 로또 추첨일이네. 히히."


  그러면서 휴대폰집 카드넣는 곳을 살펴봤다.

  없다.

  로또 종이가 없었다.

  카드를 빼고 안을 살펴봤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나는 테이블 위를 뒤졌다. 책 속도 살펴보고 여기저기 샅샅이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하나님! 어째서 제 로또가...?!"


  젠장. 30여분간 있을 만한 곳은 다 뒤져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동생이 방에서 나왔고, 여기저길 다 헤집어놓는 날 보며 물었다.


  "뭐하노?"

  "니 내 로또 못봤나? 곱게 접어 넣어뒀는데......"

  "못봤는데?"

  "내 로또 산 거 잃어버린 거 같다."

  동생이 실실 비웃으며,

  "아이고~ 그거 1등이다."

 

   나는 진짜 그렇게 된 것마냥 억울했다.

  '하나님, 어째서 제 로또를......'

  그 사이를 비집듯 간사한 내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하나님, 진짜 그거 1등이면 미워할 거예요.'


  나는 로또 생각을 잊기 위해 중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미뤄뒀던 중고물품 파는 걸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테이블과 장식장을 올리다가 문득 옛날 음악 CD들이 떠올랐다. 팝송이 대부분인데100개도 더 넘었다. 게다가 듣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저거 다 팔아야겠어.'

정리한 것만 이 정도다. 정리 다하려면 한~참 멀었다.

  CD를 한 장씩 보며 상태를 살피고 가격을 매기며 사진을 찍었다. 다 찍은 것들은 한쪽에 탑처럼 쌓았는데 순간 내 꿈이 떠올랐다. 그릇이 쌓여있던 것과 CD가 쌓여있는 게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에휴, 그래! 로또 같은 걸로 돈 벌 생각말고 열심히 살자. 이거 다 팔면 그래도 꽁돈 생기잖아!"


  나는 곧바로 회개했다.


  "주여, 이 못난 딸을 용서하소서!"


  그리고 엄마한테 로또 이야기를 하니 아주 쿨하게 받아주셨다.


  "그까짓것 신경쓰지마라. 잃어버린 거 우야겠노."


  역시 쿨맘이었다. 물론 그게 1등이나 2등이었다면 쿨하지 못하셨겠지만......


  당분간 로또 할 일은 없을 거 같다. 하더라도 보관함에 딱 넣어둬야지.


작가의 이전글 30살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