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출장이 끝나고 비행기 시간이 남아 어느 카페에 들렀다. 안을 보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카페였다. 메뉴도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메뉴판에 영어는 필기체로 표기되어 있어서 필기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메뉴를 읽는 것이 어려웠다.
바닐라 라떼 한잔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네?'라고 물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직원에게 '바닐라 라떼 한잔 주세요'라고 말했다. 또 다시 직원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네?'라고 다시 물었다. 주변에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매장이 소란스러운 것도 아니었기에 의아했다. 메뉴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라고 다시 주문했다. 그제서야 직원은 알아 듣는 것 같았다.
직원과의 소통 부재는 나의 '바닐라 라떼' 영어 발음과 한국식 영어 발음의 차이로 생긴 문제로 보였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외국의 다이닝 컨셉을 모티브로 한 레스토랑, 유럽 노천 카페를 모티브로 한 카페, 일본 거리에 이자카야를 모티브로 한 술집, 중국의 전통 간식 거리 탕후루 등은 이제 유명하며 여행객들이 몰리는 특정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다.
사업 브랜드의 컨셉은 중요하다. 이는 전체적인 브랜드 컨셉과 제품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 컨셉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컨셉도 포함된다. 외국에 카페를 모티브로 사업을 한다면 컨셉에 맞게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언어 교육도 모두 갖춰져야 한다.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결국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멋지고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로 인해 SNS에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소통 부재로 인해 사업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나는 언어를 다루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제 2외국어보다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국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자 문화가 깃들어 있는 고유한 것이다. 비즈니스 강의에서도 당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는 국제적인 매너를 갖추되 당신은 한국인이기에 외국인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말도 네이티브처럼 유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상황이 한국이 아닌 외국이라면 소통 부재는 당연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곳은 한국이고 고객도 외국인 비율보다 한국인 비율이 훨씬 많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화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수가 증가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단순히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오는 사람도 상당수 차지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에서의 사업은 한국적인 것을 찾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