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에서 나온 발언 중 '은(필자)'이 의미 있는 것만 발췌해 다듬었다. 실제 대화는 훨씬 길지만 은이 대화에 집중하느라 모두 담진 못했다.
* 정확한 내용은 해당 기사를 참고해야 한다.
<주간지 읽기>
은 : 오늘은 책 소개를 하는 날이니 주간지는 짧게 소개하자.
희 : 주간 동아를 읽었다. 미국 IT 기업들이 인도로 간다는 기사가 인상 깊었다. 인도의 인터넷 보급률은 3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재도 많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나라인데 말이다. 그래서 전 세계 IT 기업들이 주목한다고 한다.
은 : 인도는 신비로운 나라 같다. 우리는 인도에 가보지 않았지만 유명한 인도 영화들 덕분에 인도를 상상할 수 있다. <세 얼간이>에서 IT 천재들을 보고, <김종욱 찾기>에서 탐험과 환상을, 발리우드를 통한 예술적 가치 등을 본다.
<책 '임계장 이야기'> *스포 주의
빛 :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눈물 한 방울 흘렸다. 인생 띵작이다.
현대판 노예제를 보는 느낌이었다. 경비원에겐 제대로 된 계약이 없을뿐더러, 계약이 있음에도 공유하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항도 많다. 그리고 경비원이 너무 많은 일을 짊어진다. 경비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잔인하다. 반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글이 담담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치열하게 살다 보면 병도 나를 이해해줄 거라 믿었다"
빛 : 경비라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일을 열심히 하면 '다 늙어서 오래 해 먹으려고' 열심히 안 하면 그런대로 뭐라고 한다. 이런 시선에도 계속 일한 글쓴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생활이 아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었다. 그럼에도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했다.
은 : 먹고사는 그 '생계'가 중요해서 나의 존엄성을 해치는 상황도 허용하곤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은 중요한 건데, 먹고사는 일 앞에 존엄성은 무너진다.
"아파트 주민보다 경비원이 많을 순 없다"
빛 : 시의원이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한다. 경비원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원도 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책에서 말한다.
이후로도 한동안 빛은 책에서 나온 사례들을 쏟아냈다. 그중에 몇 부분만 수록한다.
빛 : 24시간 교대근무다. 잠깐 자려고 공동 숙소에 가보면, 몇 년 동안 빨지 않은 침구가 있다. 많은 이들의 체취가 묻어져 있다. 거기서 잘 수밖에 없는 현실.
빛 : 근무가 무한정 늘어나는 문제도 있다. 주차, 미화 등의 분류 아래 경계선에 있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업무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CCTV로 감시한다.
은 : 정말 엄청나다. 이렇게까지 많은 사례가 있는 줄 몰랐다. 임계장 분들의 삶을 내밀하게 알게 된 느낌이다.
희 : 책을 읽고 나서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현실이 아니었다. 이게 진짜 현실이다.
빛 : 주인공이 경비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자식이다. 아들의 학업과 딸의 결혼. 의문이 들었다. 자식의 비용을 왜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가? 부모의 삶을 왜 자식의 삶에 내어줘야 하는가.
은 : 이 이야기를 들은 이상 경비분들을 아무것도 몰랐던 예전처럼 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우리는 그들을 다시 봐야 한다.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무언가 해주고 싶은데 우리는 환경을 바꿀수 있는 힘이 없다.
우리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호의와 환대다. 우리 주변에도 임계장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동료'로 대하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인식하지 않는가. 타 부서 동료들한테는 밥 한번 먹자고 약속을 잡는데, 우리는 왜 이들한테 밥 먹자고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