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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애 Apr 18. 2021

재미와 의미 사이(미완성의 글)

SBS 드라마<온에어>(스포주의)

We need contents!
Live better with contents!
콘텐츠 없이 살 순 없겠더라고요. 즐거움도 있지만, 콘텐츠 덕분에 비로소 인생이 인생답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가득하니까요. 우리 삶에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 콘텐츠로 우리 삶이 변하는 모습, 콘텐츠가 삶과 이어지는 방법,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쓰는 글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의 나열이다. 하지만 언젠간 완성시키고 싶은 생각이며, 살아가는 내내 고민하고 싶은 중요한 질문들이다. 그래서 지금의 글은 중간 저장(?) 같은 성격의 글이다.


드라마 <온에어> 기본정보 (출처: 네이버)
드라마 PD와 작가, 연기자, 매니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서영은(작가) 시청률을 떠나 좋은 작품이었어요. 
오승아(배우) 시청률을 떠나면 안 되죠. 드라마가.


재미 vs 의미?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대결이지만, 과거의 난 확실했다. 무조건 의미파였다. 그 순간엔 웃고 있는데 뒤돌아서면 씁쓸해지는 기분이 싫었다. 끝나도 계속 곱씹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 좋았다. 그건 진정성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인기 vs 의미? 이 또한 전혀 교집합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대결에서도 나는 의미의 손을 들어줬다. 학창 시절 인기 있는 학생이 되기보다는 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반장이 되어 앞에 나서는 것보다는 부반장이 되어 반장이 못하는 미세한 부분들을 챙겨주는 역할이 더 끌렸다. 


그렇다면 나는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지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서영은(작가) 미키마우스는 태어난 지 75년이나 됐는데 여전히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키잖아요. 근데 난 우리 동네 사람도 감동 못 시키거든요. 서영은표 미키마우스를 찾아야 돼. 찾아야 돼. 맨날 그거 해요. 여기서.


아쉽게도,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눈물) 그동안 인생사 여러 상황에 부딪히면서 의미는 너무나도 다양한 생각들의 집합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친 퇴근길 깔깔 웃겨주는 재미도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고, 어쭙잖은 도움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사람 어디 안 간다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놓지 않았다. 그래서 서영은 작가가 말하듯 나만의 미키마우스, 내가 전할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자 고민해왔다.


이경민(감독) 우린 왜 합의가 안 될까요.
서영은(작가) 난 시청률을 원하고 감독님은 작품성을 원하니까요.  
이경민(감독) 작품성이란 게 꼭 시청률과 반비례해야 하는 걸까요? 
서영은(작가) 요즘은 그래요. 자극적이다, 상투적이다, 말도 안 된다 욕하면서도 시청자들은 꼭 그런 드라마 보잖아요.
이경민(감독) 그래서 아예 드라마를 안 보는 사람도 많죠. 볼 게 없으니까. 서 작가님도 이제 트렌디 그만하고 색깔 바꿔야 한단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서영은(작가) 드라마란 95% 상투에 5% 신선함이면 된다고 봐요. 
이경민(감독) 그럼 가족 드라말 해야겠네요. 95%가 상투적이어도 용서받는 건 가족 드라마뿐이 없거든요. 
서영은(작가) 왜 자꾸 용서받으래 나 보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작품성은 시청률과 반비례하는가? 그러다 이런 의문에 봉착했다. 의미는 재미있을 수 없는 걸까? 드라마 <온에어>는 2008년 방영 당시 내게 의미와 재미 모두 가득 안겨준 작품이었다. 2021년 다시 꺼내본 이유는 이 질문을 드라마 속 인물들과 같이 고민하고 싶어서였다.


이경민(감독) 진정성은 없고 명대사가 많더군요.
서영은(작가) 드라마라는 게 구성이 반이면, 나머지 반은 대사죠. 명대사가 왜요. 대사도 못 쓴다 보단 대사는 잘 쓴다가 백 배 나은 거 아닌가?
이경민(감독) 캐릭터들을 재밌는 상황에 몰아넣으면 “밥 먹었냐?”도 명대사가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그땐 포장한 대사들이 튀죠. 실생활에선 그런 대사 안 쓰잖아요.
“제 마음은 테이크아웃 안 됩니다.” “제 사랑은 지금 다운로드 중이랍니다.” “당신 사랑은 버퍼링이 늦군요.” “당신, 내 마음에서 분실이야.” 안 느끼해요? 난 드라마 보면서 얼굴 화끈거리던데. 
적어도 난 나랑 작업한 작가 얼굴 화끈거릴 일은 안 만들어요. 


이경민 감독에 따르면, 재미는 어느 한 부분이 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내가 화려한 화술이 없더라도, 나만이 가진 세계 속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눈길을 끌 수 있다. 그렇다면 나만이 전할 수 있는 의미를 찾게 되면, 그것만으로 새로운 세계이며 남들에게 색다른 재미가 될 수도 있다.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꼭 재미와 멀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전도연(배우) 이쁜 건 네가 더 이쁘다 야. 나 아직 멀었나 보다. 나처럼 되고 싶어 자기 미래 담보로 도장 찍겠다는 친구가 나한테서 본 게 이쁘고 화려한 거밖에 없네? 나처럼 되는 건 어려운 거 아니야. 누가 너처럼 되고 싶어 하는 게 어려운 거지.
장기준(매니저) 사람들이 널 사랑하게 만들지 마. 그럼 거기가 끝이야. 사람들이 널 끝없이 동경하게 만들어. 그게 스타야.


이 대사들은 글만 보면 굉장히 오글거릴 수 있지만^^; 드라마에선 막상 그렇진 않았다.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느낌(?)으로 살고 싶다. 하지만 인기와 재미의 최정점에 서야 하는 스타 마저도, 의미가 우선해야 한다는 말로 들려서 눈길이 갔다. 아이유란 스타가 떠올랐다. 참 멋진 가순데, 나는 그가 가진 많은 것들 중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노래의 메시지나 그가 가진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었다. 


강호상(드라마 제작 국장) 서 작가 우아 떨고 싶어? 드라만 고상하면 못 써. 회당 제작비 못 들어가도 2억인데,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 작가 같은 프로가 왜 말귀를 못 알아먹어? 서 작가 조커 들었어? 인생 계속 그렇게 스트레이트로 쭉 뻗어갈 줄 아냐고. 이거 망하면 나만 망하는 거 아니야. 서 작가도 망해. 서 작가 돈 더 안 벌어? 그만 벌고 말 거야? 


의미 의미하다 보면 꼭 마주하는 질문이다. 의미를 추구하는 건 예술의 영역이어야 하고, 배고프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까지 견뎌야 한다는 말들. 미켈란젤로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였지만 그의 집은 너무나도 가난했다. 그래서 그는 부유한 집안이든, 교황이든 후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만들기보다는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공 전시물을 만들거나 누군가를 위한 작품을 만들 때에도 '의미'를 우선시했다. 다비드상에는 용기만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각도서 보면 두려운 표정이 있었고, 최후의 심판에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흑인이 등장했다. 그런 작품에 태클을 건 것은 상류층 뿐, 사람들은 환호했다.


드라마 <온에어> 기획의도 중 (출처: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왕국은 죽어가고 있다
드라마의 기획과 내용은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허다해졌고 리얼리티란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비주얼만 그럴싸한 선남선녀들이 이름과 직업만 바꿔 끊임없이 자극적인 연애 행각을 벌이는 게 한국 드라마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냉정하고 솔직한 시청자들은 이제 드라마가 지겹다고 한다
왜 드라마를 위기에 빠뜨린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는 걸까


의미를 우선시하는 삶을 계속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의미도 분명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새로움과 통찰, 진정성 등 의미가 있어야 재미도 다음 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무수한 상황 속에서
의미와 재미 의미와 인기 중 
하나의 손을 들거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때 드라마 <온에어>는
현실적으로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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